김건희 씨 또 '월권' 논란…넷플릭스 3조 투자 보고받아
대통령실 "대통령 내외-넷플릭스 CEO 사전교감
중간중간에 영부인께도 진행 상황 보고"
최근 일주일 내외 외부활동 절반이 김씨 단독일정
넷플릭스 이미 투자하는데…방미 성과 '부풀리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또다시 외교 무대에서 '월권'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번엔 미국 국빈 방문에서다. 김 씨의 과도한 '국정 개입' '국정 사유화'에 대한 제동이 필요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밤 워싱턴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넷플릭스가 케이(K) 콘텐츠에 25억 달러(한화 약 3조 3410억 원) 투자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이번 행사 준비는 3개월 정도 했다"며 "(대통령실에서) 넷플릭스 쪽에 먼저 제안했고, 그다음에 넷플릭스 쪽에서 내부 논의가 치열하게 있었다"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투자 금액이 줄기도 했다가 최종적으로 25억 불로 됐던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가) 중간에 편지도 주고받았고, 사전에 대통령실 '내외'와 넷플릭스 최고 경영진과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 여사가 어떻게 개입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간중간에 진행되는 부분을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드리고, 콘텐츠 관련해 관심이 꽤 많았던 영부인께도 진행 상황을 보고드린 적 있다"고 답했다.
김 씨가 이번 투자 유치에 적극 관여했다는 취지의 설명으로, 대통령실 관계자가 브리핑 중 '천기누설'을 한 셈이다. 경제·외교 관련 사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씨의 최종 승인을 받고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이 움직인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월권이다. 김 씨가 시중에서 'VIP2(브이아이피 투)' '사실상 대통령' 등으로 불린다고 하지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해야 할 국정과 외교에 대해 아무런 권한 없는 부인이 보고 받고 의사 결정에 개입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 씨는 이뿐 아니라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를 접견하고 대통령이라고 착각할 만한 언행들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김 씨는 바자리아 CCO에게 "넷플릭스 투자를 통해 잠재력이 큰 한국의 신인 배우와 신인 감독, 신인 작가가 더욱 많이 발굴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또 "올해와 내년이 '한국 방문의 해'인 만큼, 넷플릭스의 드라마나 영화, 예능에서 이러한 한국의 역동성을 잘 담아준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교 무대에서 김 씨의 이 같은 월권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의 친교 차담에서도 외교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 씨는 당시 푹 주석에게 "최근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거나 베트남에서 일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며 "이 문제를 관심 있게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에도 외교 개입 논란이 일었다.
그의 월권은 외교 무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내 문제에서도 대통령의 권한을 침범하는 모습이다.
김 씨는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들을 만나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면서, 정부를 향해 직접 정책 메시지를 냈다.
아울러 최근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그것이 저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부인에게 정책 추진 권한이 없음에도 멋대로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공개 행보만 봐도 김 씨가 대통령보다 더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최근 일주일 동안의 대통령 내외 외부 활동은 총 16건으로 이 가운데 주한프랑스대사관 개관식 등 8건(50%)이 김 씨의 단독 일정이었다. 누가 대통령인지 착각할 정도다.
김 씨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허위 경력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대통령보다 더 위에서 아무런 견제 없이 국정에 개입하는 모습이다.
이에 정치권에서 제2부속실(영부인 담당 부서)을 복원해 김 씨의 일정을 공적으로 관리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통령실은 미동도 없다. 제2부속실 폐지가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씨의 일정은 현재 대통령 부속실(과거 제1부속실, 대통령 일정 담당)에서 함께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부속실 입장에서는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대통령 지시인지 대통령 부인 지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직원들도 'VIP2'(김건희 씨) 지시인지 되묻는다는 후문이다.
한편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25억 달러(한화 약 3조 341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파격적인 투자 결정"이라고 환영했지만, 방미 성과라고 평가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의 공식적인 투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2021년 한국 서비스 5주년 당시 한 해 동안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사례가 거의 유일하다. 지난해 공식 투자규모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작품 제작이 증가한 것을 고려했을 때 한 해 투자금액이 8000억 원까지 추산된다.
지난해 수준으로 4년 동안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하면 이번에 발표한 25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미 넷플릭스가 약속한 정도의 투자가 이뤄지는 상태에서 이를 '방미 성과'라고 포장하는 것은 '과도한 부풀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