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우리 요구는 단순하다, 실격 윤 정부 퇴진"
정의구현사제단, 마산 창동사거리 기도회
"그의 직무수행 지켜보니 대통령 자격없어"
"대한민국 안방 털리고도 궁색한 변명만"
"용산행·사저 수리 때 등장하는 건진·천공"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은 17일 이승만과 박정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민중 항쟁 현장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7시 창원마산 창동사거리에서 하춘수 신부의 주례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사제단의 시국미사 및 기도회는 지난달 20일 전주 풍남문 시국미사, 지난 10일 서울 월요시국기도회에 이어 세 번째다.
사제단이 마산 창동사거리를 택한 이유는 이곳이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의거 발원지이자, 1979년 유신정권의 막을 내리게 한 10·18 부마항쟁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하 신부는 주례에서 "오늘 우리의 선언과 요구는 단순하고 또 명료하다. 오늘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사과를 받자거나 종교적 의미에서 말하는 회개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라며 "오늘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실격을 선언한다. 나라의 존립을 흔들어놓고 부정해버린 그의 사람들에게 퇴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강론을 맡은 배진구 신부는 "윤 대통령이 20대 대통령직을 수행한 지가 채 1년도 안됐지만, 그동안 보여준 대통령으로서의 언행과 직무수행은 결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안방이 털렸는데도, 정부 보안만 샌 정도만 아니라 국가주권이 언제부터 무엇인가에 의해 침해 당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나온 해명이나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배 신부는 또한 "가장 낮은 자세로 살아가는 노동자·농민을 대하는 무자비한 작태나 얼마 전 일제의 강제동원 보상문제에 있어 대한민국 최고 법정인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제3자 변제라는 피해 당사자들과 합의되지 아니한 해괴한 해법을 내놓는 것을 보았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언행은 분명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윤석열은) 아직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온갖 수단, 방법 동원해 선량한 사람을 범법자로 만드는 검찰 수장의 생리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라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은 마치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패싸움을 벌여 힘으로 평정하고자 하는 조폭들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배 신부는 "뿐만 아니라 저는 분명히 대선 후보시절 손바닥에 써진 '왕(王)'자라는 글자를 보았다"며 "청와대와 용산 집무실에 관한 이야기, 사저 리모델링에 관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건진과 천공이란 이름들은, 미신과 주술 타파하며 선진과학 기술만이 나라의 앞날을 보장할 수 있다고 역설하는 것과 전혀 걸맞지 않다"고 했다.
배 신부는 그러면서 시민들과 함께 "우리는 자기 직분에 충실한 대통령의 국민이고 싶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진 대통령의 국민이고 싶다" "우리는 교육과 역사관이 올바르고 투철한 대통령의 국민이고 싶다" "우리는 정의롭고 진실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의 국민이고 싶다"고 외쳤다.
이날 연대 발언 시간에는 창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성명현 경남진보연합 정책위원장의 배우자 편지글이 낭독됐다. 성 씨의 배우자는 편지에서 "윤석열 정권이 벌인 전국적인 공안몰이로, 이 창원에서는 시대의 양심에 따라 살길 고민하며 젊은 시절부터 실천해오던 활동가 4명이 구속됐다"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조직으로 엮었다"고 했다.
이어 "국정원과 검찰은 공소도 제기하기 전에 불법적으로 피의사실, 허위사실을 수구언론에 흘리고 북의 지령이니 운운하며 여론재판을 통해 간첩단으로 만들었다"면서 "뜻대로 되지 않자 수사관들은 욕설을 해대고 총을 들 수도 있다며, 드는지 안 드는지 지켜보란 협박까지 해댔다"고 밝혔다.
또 "수사의 시작과 영장 발부가 이뤄진 게 창원이고, 구속된 사람 모든 연고가 창원에 있음에도 공안통 검사가 있는 서울까지 끌고 가 구속시켜 놓고 재판도 거기서 하려 한다. 자기들이 이름 붙인 자주통일(자통)민주전위라는 조직이 전국 조직이기에 그렇다더라"며 "변호사 역시 제대로 조력하기 어려워 방어권을 침해하지 말라 했지만 (검찰에게) 그건 안중에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박정희 전두환 같은 군사독재정권이 즐겨 써먹던 것(국보법)을 이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이 법 기술을 이용해 써먹고 있다"며 "어두운 역사를 뚫고 국민들이 일궈낸 진보의 온갖 성과물을 뒤집고, 헤집고, 물어 돌리고, 생채기 내고 있는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겐 퇴진만이 정답"이라고 했다.
사제단은 이날 '주인이 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실의 미국 도청에 대한 대응에 대해 "도둑맞은 자가 도둑을 두둔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언론자유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라는 훈계를 빠뜨리지 않는다"라며 "뼛속까지 병든 한 영혼이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다"고 했다.
사제단은 그러면서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더럽힌 집을 청소할 이는 오직 주인뿐"이라며 "동네 논밭 다 떠내려가게 생겼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뛰쳐나가던 사람들이 결국 나라를 살리고 나라를 지켜왔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자. 우리가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사제단은 "공정과 상식, 외교, 안보, 경제, 복지, 모든 가치를 무너뜨리는 윤석열 폭주는 점점 가속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노동자들의 설움과 농민들의 한숨을 남의 일로 여기는 한 윤석열의 무모와 무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제단은 "당장은 서로 어려움을 알아주고 힘을 합치는 단결과 연대가 우선"이라면서, 청년들에게도 "동료와 '경쟁'하지 말고 불의에 맞서 '투쟁'하는 청년의 마음을 간직해 주긴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제단은 오는 24일 성남 성남동 성당(수원교구)에서 월요시국기도회를 이어간다. 다음 달 1일에는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시국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사제단은 전국 14개 교구에서 기도회를 연 뒤, 8월 16일 서울에서 대규모 미사를 봉헌하고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