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은 어떻게 '광기 어린 팬덤'으로 낙인 찍히는가
수구언론과 국힘, 야당 일각의 집요한 악마화
개딸에 핍박받는 소수? 정당한 비판에도 강변
대선 때 청년여성, 기층 대중 나서 통쾌한 반격
주류적 프레임 의심하며 민주당 개혁입법 압력
당초 의도와 달리 정치적 역효과만 낳는 경우도
포악한 권력 맞서 광범한 연대 구축, 힘 모아야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현상과 흐름이 한국정치의 모순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되고 있다. 한때 새로운 가능성과 기대를 불러모으는 것처럼 쓰이던 단어와 개념이 지금은 낙인과 혐오의 주문으로 변화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현 지도부와 대립하는 정치인들은 "개딸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최근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은 '개딸'을 통제되지 않는 괴물 집단처럼 묘사하는 글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사실, 지난 대선 때 처음 등장한 '개딸' 현상은 한국사회의 주류적 흐름과 담론을 뒤집는 통쾌한 반전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은 기득권 카르텔과 족벌언론의 협공 속에서 온갖 부정적 딱지와 '비호감'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형수 욕설' 논란 등 때문에 여성들 속에서 거부감이 더 컸다.
민주당은 지자체장 성폭력 사건들과 '586 중년남성 꼰대 정당'의 이미지 때문에 여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억강부약'을 말하던 정치권의 대표적 아웃사이더 이재명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주류화되면서 개혁적 성격이 더 희미해졌고, '펨코' 등을 기웃거리고 반페미니즘 역풍에 타협하려 하면서 여성 유권자들과 거리가 더욱 멀어졌다.
보수우파는 '최악의 비호감 대선' 구도를 만들어 상대 후보의 확장성을 차단하는 한편, 자신들은 안철수까지 포함한 '최대연합'을 이루고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서 청년(남성)들을 끌어들여서 '세대를 포위'하면 필승한다는 계산으로 움직였다. 이런 흐름에 파열구를 내기 시작한 것이 바로 대선 막판에 등장한 '개딸' 현상이었다.
'이재명 악마화' 등이 가장 집요하게 유포되던 공간들 속에서 청년여성들을 중심으로 그토록 강력하던 주류적 프레임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그것은 기득권 카르텔이 일으킨 다양한 역풍과 갈라치기에 몰리던 기층 대중의 의미 있는 반격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TV토론에서 지자체장 성폭력 사건들을 사과했고, "구조적 성차별이 왜 없다는 것이냐"고 윤석열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것이 왜 진보정당보다 민주당 후보를 통해서 나타나게 됐는지는 따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한 일이지만, 이 현상이 조금만 더 일찍 더 크게 나타났다면 대선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 현상은 윤석열 후보가 0.73% 차이로 가까스로 승리하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청년여성들을 중심으로 수십만 명의 새로운 당원이 민주당에 가입했고, 민주당 당사 앞에서는 '민주당은 할 수 있다'며 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이 계속됐다.
최근 헌법재판소도 그 정당성과 유효성을 인정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은 이 과정에서 통과될 수 있었다. 그것은 민주당 주류세력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80석 가까운 의석에도 의지를 보이지 않던 일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기층의 압력이 민주당 주류세력과 지도부를 압박하거나 교체하면서 더 많은 개혁 입법을 요구하고 윤석열 정부에 맞선 강경 투쟁을 주문할 가능성이 커졌다.
근래, 보수우파와 족벌언론들의 집요한 '개딸' 낙인찍기와 공격은 이런 배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보수우파들은 초기에는 개딸의 상징이었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학벌이나 출신 등을 문제 삼으며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현 씨가 '개딸'과 갈라서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그 틈을 비집고 이간질하면서 박지현 씨를 추켜세우며 그의 주장을 '개딸' 공격의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 박지현 씨는 최근에도 "민주당은 개딸과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고 주장해 언론에서 앞다퉈 기사를 쏟아냈다.
물론, 어디서든 소수의 극단적 흐름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을 향해서 막말과 욕설을 퍼붓고 괴롭히기까지 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문제는 그 소수 집단이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과장하면서 '악마화'하는 데 있다. 그래서 '개딸'은 이제 '민주당뿐 아니라 한국 정치를 망치고 있는 광기 어린 팬덤'을 상징하는 코드명이 됐다.
민주당 내부에서 뭔가 과도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 실제로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들인지와 상관없이 '개딸'이라고 딱지가 붙여지고 있다. 여성차별적 편견까지 결합시켜 혐오를 부추기면서 낙인찍고 있다. 반면, 보수우파와 족벌언론들은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는 일부 극우적 청년남성 집단에 대해서는 결코 '광기 어린 팬덤정치'라는 프레임과 낙인을 설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MZ의 목소리'라고 포장해 준다.
더불어서 우리는 여기서 사회적으로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다수파와 주류에 속하는 사람이 특정한 공간에서는 공격 당하는 소수파가 되는 것을 나누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먼저 중요한 것은 누가 사회적으로 다수파와 주류의 편에 있고, 누가 소수파와 비주류의 편에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정치검찰과 족벌언론들의 일방적 정치탄압과 조리돌림 속에서 야당 대표가 무조건 사퇴하고 체포 위험을 감수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사회적 주류세력의 편에 서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의 다수파와 주류인 정치검찰과 족벌언론 등이 상대에게 쏟아붓는 공격은 야당에서 내부적 소수파를 향해 가하는 공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즉 진정한 마녀사냥과 조리돌림은 여기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것에 침묵하거나, 심지어 권력의 탄압에 힘을 실어주면서 자신이 '핍박받는 소수'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을 납득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민주당에서 대표 사퇴와 검찰수사 협조를 주장하는 사람은 '검찰공화국에 굴복한 배신자'라고 비난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비난받는 사람들이 민주당에서 비주류이고 소수파가 된 것이 사실이다. 야당 지지자들은 상대방을 언론과 포털을 동원해 좌표 찍어서 괴롭히고, 압수수색하고, 영장을 치고, 구속하고 이럴 힘이 없으니 강한 표현의 비난에 더욱 매달리게 되고, 정치적 비판은 감정적인 비난과 막말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면 몰리는 정치인은 '이것은 마녀사냥이고 조리돌림이다'라고 반발하게 되고, 그것이 낳는 내부적 갈등과 불신은 심각한 분열로 발전하고, 족벌언론들은 그걸 이용해 '개딸들의 광기 어린 팬덤 정치가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며 또 공격의 명분과 이간질의 기회로 삼게 된다.
결국 반동적 권력과 정치검찰, 족벌언론들에 맞서서 타협하고 후퇴하자는 잘못된 주장을 비판하면서 더 강력한 저항을 구축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그것은 내부적 불신과 갈등과 분열을 키우면서 연대와 투쟁을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무리 동의할 수 없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해도 정치적 비판과 토론을 통해 대응해야만 한다. 지나친 감정적 매도, 인신공격, 무분별 의혹 제기, 막말과 욕설, 명단 작성, 좌표 찍기, 조리돌림, 딱지 붙이기, 강제 태그, 사이버불링 등으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검찰과 주류언론이 자행하는 공격만큼은 아니겠지만 마찬가지로 정의로운 방식이 아니고, 정치적 역효과만 낳는다. 포악한 권력에 맞서서 강력한 저항과 광범한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견을 존중하는 토론과 설득, 비판과 반박 속에서 함께 생각과 힘을 더 크게 모으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