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학폭 청문회 피하려다 아들·부인한테 불똥

마감 2시간 앞두고 "공황장애" 불참 통보

야당 의원들 "국회 상대로 법 기술 구사"

다음 청문회에 부인과 아들 증인 채택

2023-03-31     김성진 기자
3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과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일정 변경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2023.3.31. 연합뉴스

검사 출신 '법 기술자'가 이제 국민의 국회까지 농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법 기술자의 잔머리는 그의 부인과 아들까지 국회 청문회에 소환하게 만들었다.

국회는 3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전 검사의 아들 학교 폭력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열었지만, 정 전 검사가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파행됐다. 당사자인 정 전 검사가 불참하면서 청문회는 다음 달 14일로 연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부전자전'이라며 정 전 검사가 '법 기술'을 구사해서 빠져나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의 부인과 아들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당초 청문회 실시 표결에 불참했던 여당 의원들은 단 3명이 들어와서 정 전 검사 없이 청문회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다 퇴장했다.

국회 교육위원회(교육위)는 이날 오전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정 전 검사가 '질병 및 피고발 사건 수사'를 이유로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교육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불출석 사유서에 질병을 이유로 들며 '공황장애 3개월' 진단서를 제출했다. 또 정 전 검사 아들의 전학 취소 행정소송을 대리한 송개동 변호사도 '재판 참석'을 이유로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 전 검사가 청문회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국회가 정한 불출석 사유서 제출 마감시간을 불과 2시간 앞둔 밤 시간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며 "국회를 상대로 법 기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씁쓸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질병이 있었다면, 참석이 불가했다면, 왜 출석 요구서 수령할 때 말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정 전 검사는) 지인들과 기자들한테는 청문회 참석이 고민된다는 상의를 했다고 한다. 질병 있으면 바로 출석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해야지, 왜 지인들과 기자들에게 청문회 출석을 놓고 상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답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순신 증인은 변명하지 말고 회피하지도 말고 당당하게 청문회에 나오기 바란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직접 자행한 가해에 대해서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들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하기 바란다"며 "국회의 권위를 농락하고 국회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국회는 관계법령에 따라 끝까지 준엄하게 심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정순신 씨는 아들이 전학처분을 받자마자 강원도교육청 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그런데 원래는 재심이 4월에 열릴 예정이었는데, 정순신 아들이 시험이나 학교 일정을 사유로 늦춰달라고 해서 5월로 연기가 됐다"며 "5월로 연기돼서 (재심이) 개최된 당일 날, 정작 정순신 아들은 출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치 오늘 정순신 씨가 질병을 사유로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당당하게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은 것과 너무나도 유사한 방식"이라며 "부전자전인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강 의원은 "권력이 된 검사가 어떻게 자기 일상에서, 특히 자녀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방식으로 그 권력과 기술을 활용해서 사람들을 고통으로 내모는가, 이런 게 너무나 전형적으로 드러난 사례이기 때문에 국민들 관심이 높은 것"이라며 "아직까지도 안하무인으로 이 사태를 계속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까지 치민다"고 말했다.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하룻만에 낙마, 윤석열 정부 ‘최악의 인사 참사’로 기록됐다.  〈MBC〉 화면 캡처

같은 당 강득구 의원은 "누가 봐도 정순신은 명백한 법 기술을 이용해서 학폭 제도를 무력화시킨 데 이어서, 이제는 국회 증감법 제도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파괴행위를 한 전형적인 예다. 정순신은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상식적으로 갖고 있는 정의의 감각을 완전히 농락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번 사건은 검사 부모가 갖고 있는 법률 지식과 권력을 악용해 학교폭력 제도 자체를 완전히 무력화한 사건이다. 그래서 학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완전히 봉쇄했다"며 "교육적 가치의 복원을 위해서도 정순신이 반드시 증인으로 출석해야 된다"고 했다.

그는 "사건의 핵심 당사자가 빠진 오늘 청문회는 연기를 해서라도 정순신을 그리고 그 아들까지 불러서 이제는 국민의 의혹을,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대신해서 우리 위원들이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청문회 자체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이태규 간사와 서병수, 권은희 의원 등 3명만 출석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청문회 실시를 항의한 뒤 퇴장,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를 명확히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냉정하게 말해서 법조인이 법률지식을 최대한 활용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만일, 그 과정에서 법적으로 위법이 있었다고 한다면, 수사가 개시되고 사법절차 밟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그는 "굳이 정순신 이름 석 자를 넣어서 청문회를 하는 것은 정략적 목적이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며 정 전 검사를 두둔했다.

서 의원은 청문회와 관련도 없는 교육 안건들을 줄줄이 읊은 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도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흠집내기, 발목잡기에 혈안이 되어서 교육위와 상관없는 안건을 집요하게 들고 나오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앞으로 위원회를 운영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같은 당 이태규 의원도 정 전 검사의 불참을 두둔했다. 그는 "정순신 씨가 위력을 행사했는지, 법 기술을 정말 교묘하게 사용했는지 여부는 증인들한테 물어보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며 "민사고 교장, 그때 담당 선생님들한테 그때 정순신 씨가 아니면 변호사를 통해서 검사의 위력을 행사한 적 있느냐 없느냐 물어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기홍 교육위원장(민주당)은 "국회법 제77조에 따르면 의사일정 변경의 건은 토론 없이 의결하게 돼 있다"며 기립으로 표결 절차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태규·서병수·권은희 의원 3명은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하면서 청문회 일정 변경과 새로운 증인 신청의 건을 통과시켰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 채택건을 의결하기 전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2023.3.21. 연합뉴스

표결을 마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초 청문회 개최조차 거부했던 입장을 선회해 정 전 검사 없이 청문회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청문회를 하려고 했지만 야당의 횡포로 하지 못했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권은희 의원은 "이렇게 의미가 있는 청문회를 왜 그냥 흘러보내려고 하냐, 오늘 청문회를 하고 필요하면 또 하라"고 했다. 이태규 의원도 "간접질의를 통해서 정순신 씨가 위력을 행사했는지 법 기술을 활용했는지 증언을 먼저 받아야 될 것 아니냐"고 했다. 이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한 뒤 모두 퇴장했다.

교육위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정 전 검사의 불참에 따라 다음 달 14일 청문회에 정 전 검사와 송개동 변호사 외에도 정 전 검사의 부인과 아들도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정 전 검사가 불참할 경우, 핵심 당사자들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이날 불참한 정 전 검사와 송 변호사를 고발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에 따르면 청문회의 경우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로 고발할 수 있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로 고발장이 위원장에게 접수됐다"며 "고발할 경우에 2개월 이내에 수사를 종결해서 검찰총장이 그 결과를 보고하게 돼 있다. 만약에 다음 번 청문회에도 다시 불출석한다면 새롭게 고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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