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척과 불화'만 보여준 '포용과 화해' 행사

'도둑 참배' '상주 없는 참배'…'갈라치기'

참배 인사 27명 가운데 25명이 특전사동지회

폭행사건까지…신고받고 경찰 들이닥쳐

2023-02-20     이승호 에디터

 

광주의 시민단체 회원 등이 19일 특전사동지회와의 ‘화합 행사’에 반대하는 길거리 집회를 열고 있다. 오월어머니집 제공

5·18부상자회·공로자회·특전사동지회가 19일 공동으로 주최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 선언식> 행사는 결국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행사 이름에 들어간 ‘포용과 화해와 감사’는 그들만의 공허한 구호로 전락했다. 포용 아닌 배척, 화해 아닌 불화, 감사 아닌 증오만 가득한 행사였다.

주최 측은 특전사동지회는 포용했을지 몰라도 생각이 다른 5·18 관계자들은 철저히 갈라치기 했다. 행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최 측 방해로 행사장 입구 바닥조차 밟지 못했다. 주최 측이 미리 나눠준 비표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행 사건도 일어났다. 주최 측의 한 인사가 행사반대 집회에 참가한 최형호 씨(전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의 오른쪽 얼굴을 가격한 것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들이닥쳤다. 화해와는 거리가 먼 풍경이었다.

5·18민주묘지 참배도 뒷말을 낳았다. 주최 측은 애초 행사가 끝난 뒤인 오후 2시 30분쯤 참배할 계획이었다. 언론에도 미리 밝혀둔 일정이다. 그런데 갑자기 계획을 바꿔 기습적으로 오전 9시 50분쯤 참배에 나섰다. ‘도둑 참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참배한 사람들은 모두 27명이었다. 이 가운데 25명은 최익봉 총재를 포함, 특전사동지회 소속 사람들이었다. 5·18 관계자는 단 2명뿐이었다. 그마저 주최측 인사인 황일봉 부상자회 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 회장뿐이었다. 다시 ‘상주 없는 참배’라는 비난이 일었다.

참배는 ‘형식적’이라는 말을 들을 만했다. 그들은 개별 묘역을 찾아 참배하지 않았다. 방명록을 작성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화해의 참배’는 15분 만에 끝났다.

왜 그렇게 기습적으로 참배했을까. 부상자회 황일봉 회장은 “행사에 반발하는 세력이 몰려들어 복잡하고 충돌이 예상되니, 사람이 없는 오전 중에 참배 일정을 소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사에 반발하는 세력’은 다른 5·18단체와 시민단체 사람들일 것이다. 황 회장에게는 특전사동지회와의 화해는 중요하지만 시민사회와의 화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몰려들어 충돌을 일으키는 세력’일 뿐이다.

그러므로 행사명은 이렇게 바꿔 써야 했다. '배척과 불화와 증오 대국민 공동 선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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