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2035 NDC’, 실용이란 이름의 기후대응 포기

온실가스 감축 여전히 경제성장 논리에 갇혀

정치적 타협과 실질적 이행 아닌 선언 중심

시민사회 역시 정책 형성 주체로서 기반 약해

NDC 논란과 생명평화운동의 기후위기 전략

시민 주도 거버넌스로 지역별 거점 만들어야

2025-11-08     정범진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정범진 사단법인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로 확대·개편하였다. 이에 시민사회는 환경부의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환경 보호 임무가 산업적 요구에 의해 소홀히 취급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2035 NDC’, 실용이라는 이름의 기후대응

기후부는 2025년 11월 6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30(UNFCCC COP30)에 제출할 ‘2035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수준(안)’을 발표하면서 2018년 배출량 대비 최소 50-53%에서 최대 6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상한선 60%는 국제 사회의 권고안인 61.2%에도 미치지 못하고, 실제 정책은 하한선을 기준으로 수행될 가능성이 커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제6차보고서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전 세계가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평균 60%를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국들의 NDC를 보면 △유럽연합(EU) 66.25-72.5%, △미국 61-66%, △영국 81%, △일본 60%, △호주 62-70%이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판결 취지인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면 안 되고,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근거해 감축 목표를 정해야 한다’에 비춰도 정부의 발표안은 ‘위헌적’이다.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의 65%안이나 국제사회의 61%가 아닌 산업계의 48% 요구를 수용한 면피성 범위 값은 혼란만 키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탄소중립 포기 선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한국일보, <“최악과 차악만 남았다” 국제 권고도 못 지킨 정부 2035년 탄소 감축 계획>, 2025년 11월 6일.)

이번에 발표한 ‘2035 NDC’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한국의 중간기(2030년 이후) 전략으로서 중요성이 매우 크지만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향후 시민사회와 미래세대의 참여 확대, 기술·부문별 이행가능성 분석 강화, 감축 목표의 법적·제도적 구속력 확보 등이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한국의 생명평화운동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발표한 6일 국회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개최한 시민집중 행동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중장기 탄소감축률 65% 수준 설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2035 NDC) 공청회에서 우리나라의 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0∼60%' 감축 또는 '53∼60%' 감축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2025.11.6. 연합뉴스

11월 ‘COP30총회’에서 다뤄지는 것들

1년 전 지난해 11월 바로 이 민들레 지면을 통해 생명평화운동가 유정길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 국제 공론장인 COP29(2024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 총회와 INC-5(2024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의 의의와 한계를 다루는 글을 기고했다.(유정길, <COP29 그리고 INC-5, 이것이 마지막 희망이 아니길>, 2024년 11월 24일.)

기후총회가 갈수록 선진국이나 산유국들의 이익만을 대변해 공론장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약화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제 1년이 흘러 올해 COP30 총회가 브라질 북부 아마존 지역 Belém에서 오는 11월 10일 ~ 21일 개최된다. 이재명 정부도 이번 COP30 총회에 제출할 NDC를 준비한 것이다. 과연 유정길의 문제의식은 해소되었을까?

개최국 브라질이 의장국을 맡아 진행할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는 △1.5℃ 목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감축·이행 사항 점검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업데이트 및 강화, △기후금융(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적응·손실과 피해[Loss & Damage] 지원 포함) 확대 및 투명성 강화,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산림·생태시스템 보호 및 복원, △기술이전, 적응역량 강화,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 논의 심화, △투명성·보고제도·이행 점검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 등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후위기 대응 국제 공론장 ‘IPCC’와 ‘COP총회’

차제에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표적 공론장인 IPCC와 COP를 잠깐 살펴보자.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를 일컫는다. 1988년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 UNEP)과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주요 기능과 역할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평가보고서(Assessment Report, 지금까지 6차 발간)를 통해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ummary for Policymakers, SPM)을 작성·제공한다. 각국의 NDC 수립과 협상에 과학적 토대도 제공한다. 그동안 발간된 평가보고서 중 2007년에 발간된 AR4는 “기후변화가 명백히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되었음을 지적했고, AR5(2014)는 “1.5℃와 2℃ 시나리오 정립”, AR6(2021-2023)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영향은 명백하며, 즉각적인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한계 초과가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IPCC의 핵심적 성과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국제사회의 정책으로 제도화’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COP는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를 일컫는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이 발효됨에 따라 1995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름하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주요 기능과 역할은 기후변화 협약의 이행을 점검하고,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 기후 대응 재원 확보와 기술이전, 국제 협상도 조정한다. 그간 진행된 주요 회의의 대표적 결정을 살펴보면, COP3(1997, 교토) 총회에서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명시한 ‘교토의정서’ 채택, COP21(2015, 파리) 총회에서는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NDC를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COP26(2021, 글래스고) 총회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석탄 사용 감축과 기후금융의 강화에 합의했다. COP28(2023, 두바이) 총회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문구를 최초로 포함시켰다. COP의 가장 큰 성과는 ‘국제사회의 기후 거버넌스 제도화’를 들 수 있다.

IPCC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체계이며, COP는 국제정치적 합의체계로서 상호 보완적이다. 지난 30년간 두 공론장이 이룬 최대의 성과는 ‘기후변화는 인류의 책임이며,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합의를 제도적으로 이루었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에서는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10개국의 모든 대표단보다 더 많은 화석 연료 로비스트가 참석자로 등록했다.  글로벌 위트니스

IPCC와 COP의 한계와 개선 방안

IPCC와 COP는 인류가 구축한 가장 포괄적인 기후 거버넌스 체계이지만, 여전히 정치적 타협·불평등한 책임·재원 출연 미이행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기후정의(Climate Justice)와 생명·평화 가치중심의 전환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즉, “기후정의형 글로벌 협치(Global Just Climate Governance)”로의 진전이 향후 국제 공론장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현 시점에서 각각의 한계를 살펴보면, 우선 IPCC가 발간하는 보고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Summary for Policymakers, SPM)’은 정부 대표가 승인 과정에 참여하므로 과학적 표현이 정치적 타협에 의해 완화될 수 있다는 ‘정치적 영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둘째, 전망의 보수적 경향성이다. 과학적 불확실성을 지나치게 신중하게 표현하여 위기의 심각성이 과소 전달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 이행력 부재이다. IPCC는 정책 집행 권한이 없는 평가 기구로서, 보고서만 제시하고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넷째, 기후위기의 긴급성, 과학적 혁신 속도에 비해 시간 지연의 문제가 존재한다. 평가보고서 발간 주기(6-7년)가 길어 최신의 과학적 결과의 반영이 늦을 수 있다.

다섯째, 기후위기가 가난한 사람과 나라에 집중되는 구조적 불평등이나 선진국의 배출 책임을 묻는 문제의식의 취약, 주요 저자가 북반구 중심의 지역적 편향을 갖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COP의 경우는 각국의 이해 관계의 차이로 협상이 지연되거나 타협적 문구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과 의무의 이행에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갈등으로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이 불충분하게 이행된다. 연간 3000억 달러라는 기후 재원 합의 금액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출연·이행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돼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더해가는 적응과 회복력 증대 논의는 미흡하다. 참여의 문제에서도 시민사회·청년·원주민 등의 목소리는 형식적 반영에 그치며, 회의 접근성에서도 제한이 많다.

이러한 한계의 극복을 위해서는 크게 5가지 정도의 과제가 제시된다.

우선 ‘기후정의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이다.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CBDR)” 원칙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기후부채(climate debt)·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 선진국 중심의 협상 구조도 남반구와 취약국이 함께 하는 다극적 협상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둘째, 과학과 정책의 연계를 강화한다. IPCC의 SPM 승인 과정의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역별·부문별 적응 과학(Adaptation Science)을 강화하고, 과학-정책-시민사회 간 다층적 피드백 구조를 제도화한다.

셋째, 기후금융을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손실과 피해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보장·확대한다. 취약국에 돈을 빌려줘 부채함정에 빠지는 결과를 낳는 방식이 아닌 민간과 공공 재원을 연계한 지원 모델, 개발도상국의 재정주권을 고려한 직접 지원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넷째, 지역에 기반한 적응과 회복력 확보를 중심에 두는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적 기후위기 대응 실천에 근거하지 않는 선언적 국가 단위 NDC를 지양하고, 지방정부·지역사회 중심의 사업을 확산시킨다. 생태복원·기후농업·지역 순환경제 등 지역사회의 전환 전략을 강화하고, 기후난민·보건·식량체계 대응을 포함한 인간안보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섯째, 시민사회와 청년 세대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한다. COP의 공식적 협상 구조 내에 중앙정부만이 아닌 청년과 원주민, 시민사회 등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보장해야 한다(YOUNGO – Youth NGO, Indigenous Caucus – 원주민 대표 등).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5.11.6. 연합뉴스

NDC 논란과 생명평화운동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에서 경제성장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국제 공론장은 정치적 타협과 실질적 이행이 아닌 선언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 역시 제한적 감시자 역할 외에 정책 형성 주체로서의 제도적 기반은 취약하다. 당면한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과학적 근거와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한 시민 주도형 거버넌스”로의 이행을 강력히 주문한다.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의 거점으로 만들어 중앙권력을 포위·압박하고, 이를 토대로 국제 공론장의 진전과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선 생명평화운동은 기후정의담론을 현재의 NGO 중심의 추상적 슬로건 수준에서 생명과 평화, 노동과 농민, 젠더 영역 등의 구체적 부문별 과제와 결합된 교차정의(intersectional justice)로 확장해야 한다.

둘째, 정책적 영향력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 자문하고 메시지를 발산하는 수준을 넘어 지방정부와 국회, 각종 기후관련 기금 등의 운용 구조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민관협치모델 구축에 나서야 한다.

셋째,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집회와 여론몰이 중심에서 지역에서 기후전환센터(Climate Transition Hubs)를 설립하거나 지역기후기금 확보·지역의제 발굴 등 지역에 기반한 활동으로 전환·확장해야 한다.

넷째, 국제적으로도 글로벌 캠페인에 연대하는 수준을 넘어 남과 북의 기후위기 대응 협력, 동북아, 남반구 등으로 기후정의 네트워크를 구축·확장해야 한다.

다섯째,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 제공 역시 IPCC의 보고서를 요약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 나라와 지역별로 시민과 과학자가 협업하는 “공공 기후 데이터 랩(Public Climate Data Lab)” 등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한다.

여섯째, 참여 방식도 현재의 시위와 성명 중심에서 ‘기후시민의회’나 ‘기후시민총회’ 등을 제도화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공론·숙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 후보안에 항의하고 있다. 2025.11.6. 연합뉴스

2026년, 생명·평화·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지방정부 수립

생명평화운동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관찰자”가 아니라 “공동 결정자”가 되어야 한다. 이번 NDC 수립 실패와 국제 공론장의 한계를 교훈 삼아 ‘지역에서 시작되는 기후정의형 시민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국제 공론장의 진전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형 기후정의 운동의 전략적 침로이다.

2026년 지방선거의 비전을 “기후위기 시대, 생명과 평화가 중심이 되는 정의로운 지역 전환”으로 설정하고, 생명존중·불평등 해소·기후정의·시민참여·지속가능한 복지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자. 지역에서 시작한 기후정의는 남북을 넘어 국제사회와 연계하고, 2030년까지 탄소중립과 기후정의형 전환모델을 지역별로 구축하자. 2026년 지방선거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거점 확보의 장”으로 만들자. 지방정부가 생명과 평화, 시민이 주도하는 기후위기 대응의 거점이 될 때, 한국은 문명전환을 위한 또 다른 한류 “기후정의형 지역 거버넌스 모델”을 세계에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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