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트럼프 '핵잠수함 합의'를 보는 색다른 시각
"지정학적 지진…한국, 오커스 동맹급 격상"
"철강·일자리·산업 상호 의존에 뿌리 박아"
"새 한미동맹…미, 한국에 구조적 의존"
"다른 미국 행정부에서도 큰 문제 없다"
"미 의회 반대? 정치적 자살 되는 구조"
"3500억 달러, 자금이전 아닌 산업 합병"
"핵잠수함 선물 아닌 미국 돕는 배당금"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건조에 '청신호'를 주었다고 선언한 건 지정학적 지진이다."
조지 H. W. 부시 미중관계재단의 이성현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거래 이면의 논리'란 3일 '더인터프리터' 기고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핵추진잠수함 승인 선언은 지정학적 지진"
"한국을 최상위 동맹 오커스 급으로 격상"
그 근거로 미국이 지난 70년간 지켜온 핵비확산 독트린을 지켜오면서 오직 앵글로색슨 동맹인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에만 '예외'를 뒀지만, 그 예외를 이번에 한국에도 적용했다는 점을 들었다. 앞서 미국은 2021년 호주에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이를 두고 이 연구원은 "미국이 한국을 과거엔 영국, 최근엔 호주로 한정했던 '가장 배타적인' 최상위 동맹그룹으로 격상시킨 걸로 보인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연구원은 이 글에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래적이고 일방주의적"인 외교 스타일을 고려할 때 과연 '승인' 발언에 진정성이 있는가 △ 아직 어떤 구체적 계약도 맺지 않았고 △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 2015년 개정) 상 핵연료 주기 관련 제한 사항을 수정하기 위한 미국 의회의 결정이 없었다 △ 기술적 세부 사항 중 어떤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 미래의 미 행정부가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 △ 미 해군의 연간 할당량인 버지니아급 잠수함 2척 건조조차 맞추지 못하는 미국 산업 기반 탓에 호주에 SSN을 제공하는 오커스 협정은 이미 지연되고 있다 등과 같이 이 사업에 대한 여러 회의론과는 전혀 색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트럼프-이재명 거래는 영구적이고 구조적,
철강·일자리·산업 상호 의존에 뿌리 박아"
그는 '과연 미국이 약속을 지킬까'란 회의론자들의 질문은 방향이 잘못됐고,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이 약속을 깨지 못하게 상황을 조성했는가'라고 물어야 하고, 그 답은 "그렇다"라고 썼다. 이성현은 "이번 합의는 정치적 신뢰라는 모래 위에 지은 약속이 아니다. 철강, 일자리, 산업적 상호 의존에 뿌리 박은 구조적 거래다"라면서 "오랫동안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인식됐던 한국은 현대사에서 가장 정교한 전략적-산업적 거래 중 하나를 방금 실행했다"고 진단했다.
먼저 핵추진 잠수함 보유 승인을 '트럼프의 선물'로 여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애원자가 아닌, 구매자로 다가갔다"고 봤다. 그는 "이 대통령은 현 미국 외교의 거래적 본질, 즉 '아메리카 퍼스트'가 동맹국에 더 큰 책임을 지운다는 걸 이해했고, 워싱턴에 카드를 까라고 했다"며 "그 가격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투자 패키지였다. 이것은 단순한 자금 이전이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적 합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성현은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에 배정됐다. 이는 추상적 약속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조선업체 중 하나인 한국의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되살리는데 5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며 "한국의 산업 역량이 물리적으로 미국 경제에 내장되는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더 이상 미국 안보를 단순히 구매하는 게 아니라, 자국의 산업 기반과 미국의 산업 기반을 통합해 단일한 전략적-경제적 블록을 구축하는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한미 핵잠수함 합의, 오커스보다 더 강력"
"미국의 핵심 산업 돕는 데 대한 배당금"
그가 보기에, 이번 합의는 오커스보다 더 강력하다. 미국이 한 호주와 한국의 합의는 정반대다. 호주는 기술의 수혜자이다. 이성현은 "호주는 어려운 미국 산업 기반에 잠수함들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를 미국 의원들은 종종 이를 제로섬으로 미 해군의 소요를 뺏어가는 걸로 여긴다. 오커스는 미국 자원을 빼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기술 파트너이자 산업 기여자이다. 한국은 건조된 미국의 잠수함들을 달라는 게 아니라, 미국의 조선 부족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미국 방위 산업이 미 해군의 생산 목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특히 미국의 조선 부문은 규모와 효율성 모두에서 중국에 뒤처져 있는 위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한화그룹이 "문제 해결사"로 등장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이성현은 "이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미 해군 역량 재건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 땅으로 검증된 기술, 훈련된 효율성, 그리고 자본 투자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핵추진 잠수함 승인은 "정치적 양보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핵심 산업 구조를 돕는 데 대한 배당금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워싱턴의 계산을 바꾼다. 오커스는 미국 자원을 소모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달라고 미 의회에 요청하는 반면, 한국과의 거래는 자원을 보충하는 프로젝트를 미 의원들이 지지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내다봤다.
원자력 협정 개정, 미 의회 제동 걸까?
"반대한다면 정치적 자살이 되는 구조"
핵추진 잠수함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 또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한국에 허용하는 문제는 물론 간단한 사안은 아니다.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는 고농축우라늄(HEU)인데, 현 한미원자력협정(123 협정, 2015년 개정) 상 생산, 보유할 수 없고 미국으로부터 예외적으로 허용을 받아야 한다. 결국 협정 개정이나 새로운 부속 협정이 필요하다. 이때 90일간 미 의회는 검토를 거치는데, 이 기간에 의원들은 공동으로 부결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 연구원의 예상은 다르다. 일례로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있는 펜실베니아주 지역구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지 못할 걸로 봤다. 그는 "그건 필라델피아 조선소 되살리기를 거부하고, 수천 개 일자리를 없애며, 3500억 달러 투자에 퇴짜를 놓고, 미 해군의 대중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뜻한다. 이 거래는 그걸 반대한다면 정치적 자살이 되는 구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다른 행정부가 들어서도 큰 문제가 없을 걸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차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쯤이면, 한화는 미국 방위 산업 기반에서 최대 고용주의 하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수십억 달러의 자본이 투입됐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해군 장교들이 이미 미국 핵 훈련 프로그램을 받고 있을 것이다"라며 "(한미 간) 반도체와 조선의 공급망은 너무 얽힘으로써 공급망의 분리는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파괴적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다른 미국 행정부에서도 큰 문제 없다"
"리스크는 미국에…한국에 구조적 의존"
이성현은 "이론적으론 미래의 어떤 미국 대통령이 이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미 해군을 방해하고, 국내 고용에 피해를 주며, 베이징에 중대한 전략적 승리를 안겨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리스크는 워싱턴이 서울을 버리는 게 아니라, 미국이 자국의 해양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게 됐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것이 새로운 (한미) 동맹의 냉엄한 현실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추상적인 우호 보장이 아닌, 산업 기반의 공유란 물리적 기초에 고정했다. 이 새로운 시대에 궁극적인 안보 보장은 상호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상호 의존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추진 잠수함은 단지 상징일 뿐이며, 진정한 변화는 (한미 양국 간) 산업적 융합에 있다. 이 거래는 추측에 근거한 게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성현은 "이 거래는 '락인'(lock-in)의 정수다. 이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신뢰성에 의존하지 않고, 산업적 현실에 기초하고 있다"며 핵추진 잠수함 관련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 사이에 타결된 영구적이고 구조적인 거래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