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청문회 불출석 통보…"나와서 사죄해야"

조희대 "헌법과 법률 준수해야 해서 출석 못 해" 

5월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와 '복사·붙여넣기'

7만 쪽 사건 기록 '만 하루'에 다 읽고 판결?

전현희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날 마지막 기회"

김용민 "입법부에 대한 존중 저버린 오만한 태도"

2025-09-28     김민주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9.26.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30일로 예정된 '조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5월 청문회에 이어 두 번째 불출석이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청문회 불출석에 대해 "(청문회에 참석하는 것이) 사법부의 수장으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며 청문회 출석을 거듭 요청했다.

28일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에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대법원)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 조직법,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및 국회법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며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임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번 청문회가 사법부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65조,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정한 국정감사법 8조 및 국회법 37조 1항 제2호 바목 등에 어긋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5월에 연 '조 대법원장 등 사법부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도 같은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 이외에 증인으로 채택된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도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30일에 조 대법원장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지난 6·3 대선을 앞둔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이틀 만에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사건은 1심 유죄, 2심 무죄가 나온 상황에서 3심 대법원 판결을 내기 위해서는 모든 법관이 7만여 페이지가 넘는 재판 기록을 숙지하고 공부해야 했다.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당연했지만 '만 하루' 만에 이뤄진 판결 결과는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28. 연합뉴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 사유서 제출을 거론하며 출석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청문회가) 조 대법원이 사법부의 수장으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전 최고위원은 "법사위 청문회는 조 대법원장의 범죄나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기 위해서 하는 청문회가 아니다"라며 "조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사법부에 국민적 의혹을 사고 사법부 불식을 초래한 것을 소상히 해명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난 5월에도 기회가 있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명심하고 조 대법원장은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사위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조 대법원장 불출석 조치에 대해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 뒤에 숨어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밝히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사법부 최고 수장이 법률이 정한 사유서가 아닌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자신을 법위에 둔 행위이며,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린 오만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에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가 지난 5월 의견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문서라는 점"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오는 30일 청문회에 출석해 본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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