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세력 준동 계속되는데 또 양비론, '김어준 죽이기'
사법부와 국민의힘, 끝이 없는 내란의 그림자
또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추-나 갈등' 프레임
뜬금없는 '김어준 죽이기’ 흐름이 불편한 이유
어떤 음모론과 편파성이 진짜 문제인지 봐야
진실 외면하는 언론의 기계적 중립과 양비론
레거시 미디어의 위선과 동업자 의식 넘어서
2024년 12월 3일,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뿌리 뽑으려 했던 윤석열의 쿠데타는 완전히 진압됐는가? 아니다. 먼저 내란수괴인 윤석열은 지금 재판 출석조차 대부분 거부하며 사법 절차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내란의 진실을 밝혀야 할 특별검사팀도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덕수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번번이 기각되어 왔다.
영장 심사를 맡은 재판부 다수가 윤석열 시절에 구성됐다는 점도 걱정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경악스러웠던 '윤석열 탈옥' 사태를 만들었던 지귀연 판사가 내란 재판의 1심을 맡고 있다. 실제로 지금 재판은 이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과연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정의로운 판결로 재판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불신과 걱정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향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제거하려던 '사법 쿠데타' 시도로 근본적인 불신을 만들어낸 바가 있다. 그래서 그의 책임론과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져 왔는데, 세종대왕까지 들먹이며 '사법부 독립'을 방패 삼아 제기되는 모든 의혹과 비판을 모르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내란 종식을 위한 수사와 재판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국회 안에서의 '깽판'과 국회 밖에서의 장외 집회를 통해 극우 지지층을 결집하며 사회적 혼란과 적대를 선동하고 있다. 이 모든 사실은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라는 무겁고도 두려운 진실을 가리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또는 '중도'라 불리는 언론, 언론인, 지식인들과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또다시 기계적 중립과 양비론으로 물러서면서 불편부당한 입장을 취하거나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프레임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고, 우리 사회가 내란 종식을 딛고서 진보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금 내란 종식(더불어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 법사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보도와 논평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대립과 충돌을 일부 진보적 언론과 언론인, 지식인, 정치인들도 '추나(추미애-나경원) 갈등', '입씨름', '난장판', '아수라장' 같은 용어와 프레임으로 보도하거나 논평하고 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 이미 '연성 쿠데타'를 시작하며 발톱을 드러내고 있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장관의 대립을 대부분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들이 '추-윤 갈등'이라고 묘사하고 평가하던 것과 매우 비슷하다. 심지어, 당시에는 양비론조차 아니고 오히려 추미애 법무장관을 탓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지금도 이런 보도와 논평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추미애의 내란 종식 방해하는 나경원', '윤어게인 위해 법사위에서 깽판 치는 국민의힘'. 이것이 지금 상황에 대한 훨씬 더 타당한 성격 규정이고 보도나 논평의 방향이다. 지금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박은정 의원 같은 이들은 내란 종식을 위해 싸우고 있고, 국민의힘과 나경원 의원 등은 이것을 막기 위해서 회의 진행을 방해하며 일부러 집요한 소란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진보적 언론과 일부 지식인들이 너도나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일면적 비판에 나서는 것도 비슷한 맥락과 문제점이 있다. <경향신문>은 이 문제를 기획 연재로 다루었고, 다른 진보 언론과 지식인, <한국일보> 등도 거들고 나섰다. 물론 족벌언론들은 일찌감치 '김어준 방송'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었다. 마치 윤석열의 12.3 '김어준 수거' 계획 실패를 아쉬워하듯이 말이다.
이들의 '김어준 방송' 비판의 내용들은 대개 엇비슷한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김어준은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에 기반해서 음모론과 확증 편향적 주장들을 펼치면서 정치적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고 증오심을 부추기고 있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양극단의 대결 정치를 강화하며 팬덤정치의 악영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한길 같은 극우 유튜버와 동전의 양면이다.'
예컨대 <한국일보> 김희원 기자는 "김씨 같은 인플루언서는 필터링한 정보와 음모론으로 지지층의 확증편향을 강화시키고 적대적 진영을 지탱"한다고 비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김어준 방송'이 "끊임없이 음모론을 제기했다"라며 "김어준의 열성 지지자들에겐 우리 편을 들어주는 게 중요할 뿐, 사실관계가 그만큼 중요하진 않다"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김어준 방송'을 "선출되지 않은 팬덤 권력"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비판들은 너무 억지스럽고 엉성하기까지 하다. 그럼 레거시 미디어들은 언제 선출된 적이 있었나? 유명한 아이돌 그룹들은 선출돼서 인기를 누리는가? '김어준 방송은 세월호, 천안함, 박근혜 부정선거에 대해서 음모론을 펴고 사과한 적이 없다'고?
온갖 간첩 조작과 마녀사냥에서 보였던 주류언론들의 음모론이 더 최악이었고 한 번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조선일보는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의 유서가 대필 됐다는 음모론에 대해 사과했었나? 족벌언론들이 툭하면 보도하던 북한 지도자 사망설은 어떠한가? 얼마 전에 많은 언론을 휩쓸던 중국 시진핑 주석 실각설은 어떠했나?
주류언론 대부분은 '조국 장관이 사모펀드로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고, 윤미향 전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팔아먹었다'라는 식의 족벌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를 따라갔던 것을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했었나? 충분한 사실 확인과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이런 과도하고 섣부른 '추정'과 '가설'에 대해서 나중에 제대로 바로잡고 평가한 적이 있었나?
'김어준 방송'의 음모론이 대부분 우파 정권과 국가기구가 진실을 은폐하거나,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억누르는 상황에서 나온 섣부른 '음모론'이었다면, 주류언론들의 음모론은 오히려 우파 정권과 국가기구와 협력해서 진행되는 종북몰이와 마녀사냥, 노동운동 탄압 속에서 나타난 악의적 오보와 가짜뉴스였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김어준 방송'과 극우 유튜버들을 '양극단 정치의 원흉'이라는 식으로 싸잡는 것은 어느 모로 봐도 적절하지 않다. 12.3 쿠데타를 지지한 세력과 반대한 세력, 그 과정에서 폭력과 학살까지 지지할 의지를 보이던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희생될 뻔한 사람들을 '비슷한 양극단'이라고 묶는 것은 조금의 설득력을 가질 수도 없다.
물론 이것은 '김어준 방송'에 대한 어떤 비판도 안 된다는 말이 전혀 아니다. 이번에 트럼프 정권의 폐지 시도에 맞서며 ABC '지미 키멀 쇼'를 편들었던 사람들이, 지미 키멀의 과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풍자 내용과 방식까지 옹호한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더구나, 지금 제기되는 대부분의 비판은 '김어준 방송'의 진짜 문제점, 모순, 위기 등을 잘 짚지도 못하고 있다.
'김어준 방송'은 여러 사회적 개혁을 지지하고 있지만, 그것은 앞으로 계속해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와 극우를 비판하고 폭로할 때와는 다른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다. 예컨대 노란봉투법을 지지했지만, 차별금지법은 잘 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한국이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이번에 '빛의 혁명'을 주도한 응원봉 세대에 접근하기 위한 나름의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거나 역효과도 보이고 있다.
탄탄한 팬덤을 유지해 왔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관심사나 목소리가 무시된다고 생각하면 냉정하게 판단하고 언제든 등을 돌리고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 쌍방향성을 특징으로 하는 뉴미디어가 낳는 현상인데, 레거시 미디어처럼 기업 광고나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이 큰 것도 아니기에 그러면 언제든 흔들릴 수가 있다.
이처럼, 지금은 뉴미디어가 레거시 미디어를 넘어서고 있을 뿐 아니라 뉴미디어 자체도 끝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흐름과 치열한 경쟁 속에 급격한 세력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 새로운 매력과 대안을 제시해도 부족한 시기에 내란 세력과 족벌언론보다는 난데없이 일면적인 '김어준 죽이기'에 더 애쓰거나 덩달아 힘 보태는 이들을 보자면 안쓰럽기도 하다.
<경향신문>은 기획 연재에서 '김어준 방송'에 민주당 정치인들이 얼마나 자주 많이 출연하고 있는지 거창한 도표까지 만들어서 비판했지만, 사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정치인들이 더 많이 자주 출연하던 것은 족벌언론들이 만든 보수편향적 종편 방송들이었다. 심지어, 최근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행사에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우원식 국회의장에 여야(주로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줄줄이 참석했다.
그러면 <경향신문>은 '김어준 방송'에게 그랬듯이 '일개 언론사 행사에 전직 대통령들까지 참석', '미디어가 국정에 개입해 권력 휘둘러', '정치인뿐 아니라 대법원장까지 견제가 아니라 줄서기' 등의 매서운 비판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그런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같은 '레거시 미디어'라는 동업자 의식 때문인가? 뉴미디어에 위협받고 광고주에 의존하는 처지라는 동병상련 때문인가?
'김어준 방송'은 아침에 방송하는 <뉴스공장>뿐 아니라 하루 종일 다른 프로그램들도 배치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최근 새롭게 신설된 프로그램은 <정준희의 논>이다. 그리고 이 방송 2편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 언론인 암살을 고발하고 마지막에 이스라엘이 암살한 알 샤리프 기자의 유언을 소개하는 것으로 전체 방송을 진행했다. 이어서는 샤리프 기자를 추모하는 노래까지 나왔다.
그 후에는 대표적인 검찰-언론 마녀사냥의 피해자인 윤미향 전 의원이 직접 출연해서 얼마나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왔는지 증언했다. 마녀사냥 피해자에게 마이크를 쥐여주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고발하는 것은 '편파'적인 게 아니다. 레거시 미디어가 '김어준 방송'을 극우 유튜브와 동일시하며 말하는 '언론의 공정성'이 지긋지긋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