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 미국 관세 이겨낼 비결은 지역 다변화

8월 자동차 대미 수출은 감소, 전체는 8.6%↑

대미 6개월째 줄었지만 전체는 3개월째 늘어

친환경차 수출 26.6%늘어…8개월째 증가세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수출 초점 맞춰야 해결

2025-09-16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상품인 자동차가 8월에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6개월째 감소했지만, 유럽 등 다른 곳에서 선방하면서 전체 수출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여기에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며 관세폭격을 피한 것도 주효했다. 아울러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이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 중인 점도 고무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3500억 달러 현금투자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하라고 강요 중인 만큼 미국 이외의 지역에 자동차 수출을 대거 늘릴 수 있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강구할 때다.

8월 전체 자동차 수출 8.6%↑…미국 15.2%↓·EU 54.0↑·기타유럽 73.2%↑

산업통상자원부가 16일 발표한 '2025년 8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8월보다 8.6% 증가한 5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8월 최대 실적이다.

8월 물량 기준 수출은 20만 317대로 지난 해 8월보다 5.5% 늘었다. 지역별로는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지난 해 8월보다 15.2% 감소한 20억 97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한 영향 등으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미 차 수출 증감률은 지난 3월 -10.8%에 이어 4월 -19.6%, 5월 -27.1%, 6월 -16.0%, 7월 -4.6%, 8월 -15.2% 등이다.

다만 유럽연합(EU) 등으로의 수출은 크게 늘면서 전체 자동차 수출은 증가했다. 8월 EU 수출은 7억 9000만 달러로 54.0% 늘었고, 기타 유럽은 5억 5000만 달러로 73.2% 증가했다. 아시아는 5억 9000만 달러로 9.3%, 중동은 3억 7000만 달러로 9.8%, 오세아니아는 3억 4000만 달러로 20.1% 증가했다.

산업부는 "유럽에서 전기차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독일과 네덜란드로의 수출이 2개월 연속 2배 이상 증가하고, 영국과 튀르키예로의 수출도 2배 안팎으로 증가하는 등 북미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수출액 증감률 추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은 날개 단듯

한편 8월 친환경차 수출은 6만 9497대로 전년 동월 대비 26.6% 증가하며 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중 전기차 수출은 2만 2528대로 78.4% 급증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이브리드차 수출도 11.0% 증가한 4만 3277대로 성장세를 이끌었다. 다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3692대로 12.1% 감소했다.

8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13만 8809대로,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친환경차 내수 판매는 36.1% 증가한 7만 393대로, 전체 내수 판매의 50.7%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4만 3809대)와 전기차(2만 4319대) 판매도 각각 25.4%, 55.7% 증가하며 약진했다.

전기차 내수 판매 호조가 지속되면서 올해 1∼8월 누적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 해 동기 대비 47.6% 증가한 14만 1000대로 지난 해 연간 판매량(14만 2000대)에 육박했다. 이런 추세라면 9월 중 지난 해 판매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항 인근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들. 2025.2.11. 연합뉴스

자동차 수출의 초점을 미국 이외의 지역에 둘 필요성 커져

'트럼프 관세'의 영향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한 반면 전체 자동차 수출은 3개월 연속 증가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삼아 우리나라에 유례를 찾기 힘든 불평등 관세협정 체결을 강요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양국은 7월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8월 25일 백악관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큰 틀에서 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며 한국이 일본처럼 하지 않으면 관세 폭탄을 맞아야 한다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대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일본 사례대로라면 한국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미국이 원하는 시점에, 미국이 원하는 대상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투자금 회수 전은 투자 수익을 반분하고, 투자금 회수 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갖는다. 유사 이래 선례를 찾기 어려운 불공정 거래인데다 미국이 한국에게 요구하는 3500억 달러 현금 직접투자는 한국이 가진 외환보유고의 거의 전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당장 원화가 휴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회견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좀 어렵다"고 밝힐 수 밖에 없었다.

'관세폭탄'이라는 무기를 손에 쥐고 우리나라를 인질 취급하는 트럼프 미국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은 미국 이외의 시장을 더 개척하는 것뿐이다. 자동차 수출이 힌트를 주고 있다. 자동차 수출도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는데 정부와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가 길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에게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은 뒤에 함께 웃고 있다. 2025.9.5 로이터 연합뉴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