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위 후보 "혁신기업 키우고 착취기업 엄단"

"기술탈취·사익편취 근절…플랫폼 공정화 확립"

불공정 관행 근절 등 시스템 업그레드 4대 정책

"국제기구와 글로벌 협력으로 빅테크 착취 대응"

애덤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 실현이 가능할까?

2025-09-05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혁신기업은 키우고 착취기업은 엄단하겠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내놓은 포부다. 주 후보자는 시장시스템 업그레드를 위한 4대 정책도 천명했다. 엄혹하기 이를 데 없는 통상여건 상 독점 규제 플랫폼법의 과감한 추진에는 난색을 표했다. 애덤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 실현을 꿈꾸는 자신의 원대한 포부를 현실에서 실현해 나갈지 주목된다.

혁신기업에게는 상을, 착취기업에게는 벌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혁신적인 기업은 키우고, 불공정한 착취와 사익편취를 위해 경제력을 남용하는 기업집단은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선발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 창의적인 혁신과 건강한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시장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경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시장 시스템과 개별 기업의 소유·의사결정 구조의 선진화는 아직도 큰 숙제로 남았다"며 "소수 대기업집단 경제력 집중 문제, 대·중소기업간 불균형 성장 등으로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시장 시스템의 혁신 역량은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5. 연합뉴스

시장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4대 정책 제시

주 후보자는 시장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4대 정책을 제시했다. 

주 후보자는 "혁신적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하고 소상공인이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상생의 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며 "기술탈취 등 중소·벤처기업의 성장기반을 훼손하는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그는 "한국 경제의 주력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혁신에 집중하도록 기업집단 내 사익편취, 부당지원 등 나쁜 인센티브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면서 기업집단 규율 확립 방안을 제시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대해 그는 "입점 사업자를 보호하고 거래질서를 공정화하기 위한 규율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민과 약자를 위해서는 "불공정거래로 인한 중소기업, 소비자의 피해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제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소비자 권익 침해를 예방하고,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보장해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주 후보자는 불공정 관행 근절, 기업집단 내 규율 확립, 온라인 플랫폼 시장 규율체계 구축, 소비자 주권 확립 등을 시장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4대 정책으로 공언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2025.9.5. 연합뉴스

주 후보자, 빅테크 기업 독점규제법 추진에는 난색

주 후보자는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독점규제법 추진은 미국의 통상 압력을 감안해 당장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빅테크의 시장 착취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온라인플랫폼법과 관련해서는 "통상 협상이 너무나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독점규제 플랫폼법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어제 앤드류 퍼거슨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도 한국에 와서 '사전 규제'를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과점 규제와 관련해 빅테크 기업이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다른 시장 참여자들을 착취하는 행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통한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주 후보자는 갑을관계를 다루는 법(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해서는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적인 특성이 담긴 갑을 관계 문제는 최근 플랫폼 경제까지 전염돼 급속히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통상이슈와는 독립적으로 의회와 소통하면서 법안 개정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은 온라인플랫폼법 추진이 늦은 상황"이라며 "논의가 급진전하던 3년 전쯤 도입됐더라면 통상 협상에서 덜 어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주 후보자는 빅테크의 시장 독점을 막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제3의 애플리케이션(앱)마켓 설치를 허용하는 정책으로 규제를 정비하는 해외 사례에 관해서는 "벤치마킹을 통해 도입하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일러스트에는 구글 로고, 키보드, 그리고 로봇 손이 보인다. 2025. 01. 27 [로이터=연합뉴스]

주병기 후보자가 꿈꾸는 '자연적 자유' 실현되길

손꼽히는 진보 경제학자로 평가되는 주병기 후보자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 체계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공정위의 사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적 강자와 약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가 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자유를 평등하게 누리는 것이 자연적 자유"라며 "이를 위해 공정위의 인력과 조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엄혹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과 기득권 카르텔의 조직적이고도 끈질긴 방해를 돌파하고 주병기 후보자가 경제학의 아버지이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를 창안한 애덤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를 구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왼쪽)와 그의 고향 스코틀랜드 커콜디에 세워진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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