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일본 자동차 관세 15% 확정…EU와 똑같아져

9월 중순 시행, 과잉관세 징수분 환급 대통령령

복제약, 항공기, 철강, 알루미늄, 구리도 장차 면세

5500억 달러 투자와 쌀 등 농산물 합의도 문서화

잇따른 패소 관세, 상고심 전에 확정해 기정사실화?

한국에 대해서도 유사 조치 취할 가능성

2025-09-05     한승동 에디터
4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양국간 관세에 대한 합의를 문서화한 각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산 주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확정하는 등의 내용을 명기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일본경제신문 9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미국과 일본이 지난 7월 합의한 뒤 그 구체적 이행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 온 관세협상 결과를 문서화하기로 하면서, 지금까지 27.5% 관세를 부과해 온 일본산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확정했다. 또 15%가 넘는 다른 일본산 물품들에 대해서는 상호관세를 추가하지 않기로 하는 등 유럽연합(EU)산 물품들에 대한 관세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9월 중순 시행, 과잉관세 징수분은 환급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같은 내용과 함께 지난 8월 7일 이후 실행돼 온 기존관세로 과잉 징수돼 온 관세분은 그날까지 소급해서 일본에 환급한다는 것을 명기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통령령이 연방 관보에 실리고 난 뒤 7일 안에 관세율 인하 절차가 진행되도록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등 일본산 대미 수출품 15% 관세는 9월 중순부터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이후 기존 2.5% 관세율에 25% 상호관세까지 합쳐진 27.5% 관세율을 적용받아 온 일본산 자동차(소형 트럭 포함) 및 관련부품들 관세율은 12.5%가 깎인 15%로 내려가게 됐다. 대통령령은 미국의 안전인증을 받은 자동차를 일본이 추가 테스트(시험) 없이 수입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복제약품과 항공기, 철강, 알루미늄, 구리도 장차 면세

대통령령은 또 일본산 복제약품(generic drugs)과 그 원료에 대한 관세를 장차 0%(제로)로 하겠다는 방침도 명기했으며, 일본산 항공기나 항공기부품에 들어가는 철강, 알루미늄 관세와 구리 관세도 조만간 면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5500억 달러 투자와 쌀 등 농산물 합의도 문서화

그리고 두 나라가 합의한 일본의 미국에 대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관해서도 “미국 역사상의 다른 어떤 합의와도 다른 중요한 것”이라며 투자대상을 “미국정부가 선정할 것”이라 강조하는 내용을 명기했다. 4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이 문제를 놓고 구체적인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일본언론은 이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의 구체적인 내용과 투자방식 등에 대해 양국이 공동문서를 따로 작성하는 쪽으로 조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쌀을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의 일본 수입과 관련해서 대통령령은 지금까지 MA(최소시장 접근) 틀 내에서 총 77만 톤의 외국산 쌀 수입 중 약 35만 톤을 미국에서 수입해 온 일본이 미국산 쌀 수입을 75% 더 늘리기로 했으며, 옥수수와 콩(대두), 비료, 바이오 에탄올 등의 미국산 농산물 관련 물품 연간 80억 달러 수입을 조기에 달성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미국산 쌀 수입 규모는 기존 35만 톤에서 약 60만 톤으로 늘어나게 되며, 그 늘어난 만큼 태국산 쌀 수입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일본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에 대한 모든 내용도 문서화하도록 요구했으며, 일본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아사히신문>이 복수의 일본정부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관세협상에 합의했으나 8월에 미국이 발표한 상호관세에 관한 새로운 대통령령에서는 EU에 대한 조치와는 달리 일본에 대한 관세부담 경감 조치는 명기되지 않았다. 일본산 자동차 관세도 이에 대한 대통령령이 따로 나오지도 않아 7월에 합의한 15% 관세가 언제부터 적용되는지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27.5% 관세율이 적용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니치신문 9월 5일

잇따른 패소 관세, 상고심 전에 확정해 기정사실화?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에서는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국 법원들의 잇따른 ‘불법’ 판결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최근 연방 순회항소법원의 판결까지 포함해 1심과 2심 모두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의거한 트럼프의 상호관세, 펜타닐 징벌관세 등을 불법으로 판결함에 따라 상고심을 앞둔 트럼프 정부가 일본 등 주요국들과의 관세합의를 서둘러 공식 확정함으로써 그 사실을 기정사실화해 6대 3으로 보수 법관들 다수인 연방 대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유사 조치 취할 가능성

그 주요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으므로,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도 EU 및 일본에 대해 취한 조치와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받아낼 9000억 달러 투자금(일본 5500억+한국 3500억 달러)으로 “미국경제안전보장 기금을 창설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을 한묶음으로 엮어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관세율 역시 기존 관세율 25%에서 10%가 깎인 15%로 통일될 가능성 높고 철강, 알루미늄에도 같은 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 적용시기도 일본과 같을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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