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무역적자에도 여전히 안이한 정부 대응

1월 무역적자 127억 달러…11개월 연속 적자 행진

반도체 44.5% 급감…전체 수출 감소액의 52% 차지

산업부 “작년 1월 최대 실적과 대비된 기저효과 영향”

2023-02-01     유상규 에디터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 나는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으로 1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도 4개월째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진단과 대응은 여전히 안이한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462억 7000만 달러(56조 9000억원)로 작년 같은 달(554억 6000만 달러)보다 16.6%나 감소했다. 수입액은 589억 5000만 달러(72조 6000억원)로 작년 같은 달보다 2.6% 줄었다.

수출은 반도체 등 주요 품목들이 상당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정도로 부진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60억 달러에 그쳤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위축으로 작년 동월(108억 달러) 대비 44.5%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27.8%)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으며 5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 감소액(-48억달러)은 전체 수출 감소액의 52%나 된다.

정부는 1월 반도체 수출이 큰 폭 감소한 것은 지난해 1월 실적이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재정경제금융관 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실적 악화는 계절적 요인과 중국 경제활동 차질 등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1월이 지나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진단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도 지난해 6월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성장세를 보였던 시스템반도체도 지난달 25%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작년보다 46.6% 급감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반도체 수출 시장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대중 반도체 수출은 작년 9월까지 16개월 연속 40억 달러대를 유지했지만, 10월에 22% 줄며 마이너스 전환한 뒤 4개월 연속 감소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반도체뿐 아니라 석유화학(-25.0%), 철강(-25.9%), 섬유(-27.6%), 디스플레이(-36.0%), 바이오헬스(-33.5%), 가전(-19.9%) 등 대다수 주요 품목의 수출도 글로벌 수요 둔화 추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동반 하락했다.

반면 선박(86.3%), 자동차(21.9%), 석유제품(12.2%), 이차전지(9.9%) 수출은 증가했다. 선박 수출은 고부가가치선 수출 증가에 힘입었다. 자동차와 이차전지는 역대 1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수입액에서는 3대 에너지(원유·가스·석탄)가 지난달 157억 9000만달러로 전체의 26.8%를 점했다.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월 에너지 평균 수입액(103억 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철강 등 원부자재 수입이 줄었으나 에너지는 대규모 수입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126억 9000만달러(15조 6000억원)로 월간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종전 적자 최대치인 작년 8월(94억 3000만 달러)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무역수지는 11개월째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무역적자가 11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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