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회담 앞둔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메모
뭣보다 한미FTA 협정위반 반드시 짚으시라
한국 쥐어 짜려 주한미군 감축 압박하면
그러라고 하시라, 우리 국방력 충분하다
3500억달러 펀드는 구체화 빌미 시간 끄시라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발 한미 관세 협상은 아직 완결된 것이 아니다. 각종 합의의 모호성에 따라 그 구체성을 결정할 추후 협상 2라운드가 남아 있다. 예고된 8월 말 한미정상회담은 짧은 시간 내에 만만치 않은 난제들을 소화해야 한다. 사실 발표된 것 이외에 대단한 합의가 더 도출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령 방위비 분담, 디지털 플랫폼법, 한미FTA 개정 또는 철회, 농산물 개방 진위 등등, 누락되었거나 양보가 어려운 추가 사안들을 한 번의 회담으로 결정하는 것은 물밑 작업을 전제해도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 사안 중 몇몇은 결국 협상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만찬에서 인사나 하자고 회담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예상 요점과 대응 지침을 점검해보자.
주한미군 감축 앞세운 압박은 블러핑, 역블러핑으로 맞서야
예상되는 주요 협상 의제는 크게 안보와 통상 분야로 구분된다. 통상협상에서 누락되었지만 방위비 분담 등의 안보 의제는 증액 쪽에 초점이 가 있다. 우선 GDP 대비 5%, 또는 방위비 분담금 10배, 100억 달러 증액 요구는 너무 과하다. 한국과 일본의 분담금 문제는 NATO 다음의 후속 순위이나, 지나가다 던진 말은 아닐 것이므로 협상테이블에 오를 때를 대비한 대응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받지 못한다. 연간 130조 원(2024년 국방비 61조 원, GDP 대비 2.3%)가량, 국가 총예산의 20% 수준으로 방위비를 증액하면 나라살림 파탄이다. 당장 거절이 불편하면 ‘절차상 시간이 필요하다’는 연장책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트럼프 압박은 주한미군 철수를 빌미로 한 구상을 극대화한 또 하나의 블러핑임을 상기하자. 블러핑에는 역블러핑, 필요하다면 1만 명쯤 철수해 가라 하자. 우리측 방위 분담비 약 13조원의 1/3, 4조원 절약. 남북한 전력은 국방비로만 6배 차이, 핵을 제외하면 전력상 뚜렷한 남측 우위로 여력은 넉넉하다. 사실 당장의 주한미군 철수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미 간 방위분담금특별협정(SMA)은 2030년까지, 현 주한미군 2만 8500명 이하 감축은 2022년 미국측 국방수권법(NDAA)상 예산 불허, 의회 권한이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4500명) 감축 실행 운운도 사실 왜곡, 허용범위 내 일시 병력 순환 배치를 과장한 것에 불과하다.
둘째 3월의 미 국방부 잠정국방전략안(I-NDS) 상의 밑그림, 중국의 대만 침공 단순 시나리오(sole pacing scenario), 즉 인도-태평양지역 전개 미국 군사력 재배치 구상으로 연계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 본토 방어, 주요 전략적 병목지역 보호, 중국의 대만 침공 방어용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재배치안이 3대 요점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대응안 설계에 불과하다. 물론 실행된다면 한반도 주둔 한미연합사와 주일 미군사령부라는 2개의 전구가 하나의 전구로 통합, 이른바 한미일 군사동맹 출현도 배제할 수는 없다.
관세전쟁 치른 마당에 군사문제 언급은 ‘마른수건 더 짜기’ 일 뿐
그러나 한일 군사동맹이 실제로 시행된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일본 재무장을 상징하기 때문에 허용되어서도 안 된다. 트럼프가 아무리 마초 역할을 자처해도 행정명령 하나로 모든 걸 결정하지 못한다. 9월의 미 국방부 26년 NDS의 향방이 궁금하지만, 그러나 이 안이 전개되더라도 실제 주한미군 감축, 하나의 전구 안은 여전히 미 의회 승인을 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적어도 오래 걸린다. 동북아는 우크라이나나 팔레스타인이 아니다. 미·러·중·북한, 세계의 핵과 극초속 미사일이 집결된 전쟁 억지 지역이라서 전면전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미군 감축, 하나의 전구 안은 현재로서는 그냥 구상일 뿐이고, 사실 이를 빌미로 하는 방위비 분담 강제의 엄포, 경제적 이해관계가 그 본질일 것이다. 푸틴에 대한 휴전 압박도 같은 취지의 연장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동북아 지역, 특히 한반도는 전쟁지역도 아니고, 한국 일본은 관세전쟁을 한바탕 치른 후라서 군사문제를 건드려서 방위분담까지 논의하자는 것은 ‘마른수건 더 짜기’ 격으로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령 트럼프는 빠른 휴전을 위해 푸틴과 협력적 관계 유지에 집중해야 할 텐데, 판을 바꿔 중국 견제 주목적의 인도-태평양 군사 지휘체계, 대규모 실전 군사력 재배치에 급급할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핵잠수함, 데드핸드(핵전쟁 사후 자동 핵발사) 등의 흉흉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러 간 실제 충돌과 위협은 러시아-인도 간 석유무역에 대한 100% 관세 부과 으름짱 정도가 최대치일 것이다. 중국 대만 관계는 바이든 시절보다 완화되고, 미중 관세전쟁은 가장 빠른 타결로 휴전되었는 바, 급박한 군사재배치 동력이 작동될 소재로는 현재 적절치 않다.
오히려 전시작전권(WOC) 반환의 호기일 수도 있다
평시작전권(POC) 환수(1994년)에 이어 한국의 전작권 반환은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만 남아 있다. 그 자체로 이재명 정부 공약이다. 앞의 미 국방부 NDS의 인도-태평양 군사력 재배치 전환 여부에 따라 한국군 전작권 반환은 급전할 수 있는 여건이다. 전작권이란 국가주권의 실체이므로 반환 명분은 차고넘치고 능력은 충분하다. 여건은 좋다. 트럼프는 종종 북한의 핵 실체를 인정하는 바, 재래식 국지전 지휘체계 변화 정도로 동아시아 군사질서가 바뀔 수준도 아니다. 물론 또 틀어질 수도 있다. 중국 대비 군사목표가 포기되지 않는 한, 한미일 군사 지휘체계를 하나로 묶는 하나의 전구 통합, 중국의 2도련선 바깥 선인 괌으로 군사배치 후퇴 시나리오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전쟁 호사가들의 비현실적인 상상 쪽에 가깝다.
그러므로 전작권 반환을 떡 굴러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적극 돌파하는 쪽으로 입장정리하는 쪽이 속 편하다. 어느 쪽이든 전작권 반환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제시되기를 바란다. 어떻게 반응할지는 저쪽 사정이고 건드리기만 해도 최소한 분위기 전환에 일조할 것이다. 혹은 전작권 반환이란, 정작 한미 관계보다는 수시 언급되는 트럼프-김정은 2차회동의 소재로 소환될 지도 모른다. 1차 트럼프-김정은 회동 때의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CVID)는 북한의 핵무력 완성과 더불어 사실상 불가능한 기대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2차 북·미회담의 의제는 그보다 약화된 의제, 가령 FFID(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 또는 CD(엄격한 비핵화) 등등으로 개념이 축소되거나, 단계가 낮은 핵동결 또는 감축, 최소한 을지포커스(UFS) 류의 합동훈련 축소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 현실적이다. 대북제재는 더 이상 북한 압박용 주요 수단 범주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이전의 고립형 계획분배사회주의로부터 일탈한 시장배분비중 70%를 웃도는 시장사회주의 중심 체계다. 신압록강 대교 완공, 압록강·두만강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러시아와 활발한 교역관계로 도약한 개화단계다. 전작권이 반환된다면 휴전선 동결에 연연하는 경직된 남북한 관계도 직접 군사협의가 가능한 평화공존단계로 진화한다. 트럼프 의도대로 한반도 전구에 대한 군사비 부담의 한 축이 남한 측으로 전가되어 남북한 미국이 동시 만족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김치국이면 어떤가. 80년 만의 전작 주권 회복을 상상만 해도 좋다. 어떤 경우의 수든 간에 전작권 반환은 시기가 성숙했으므로 통상문제에 앞서 한미 정상회담의 주의제로 승격할 소재로 충분하다. 한반도 평화의 큰 전기가 될 것이다. 당연히 공약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투자 펀드 3500억 달러’ 재협상 요구로 시간 벌어야
15% 상호관세 타결의 댓가로 3500억 달러 투자 펀드 조성, 그중 2000억 달러는 보증과 대출, 1500억 달러는 조선업협력펀드로 구성한다고 한다. 이익의 90%가 미국으로 간다는 데, 정리가 쉽지 않다. 대출과 보증, 펀드의 어느 쪽이든 한국 측은 재투자로, 미국 측은 이익유보(retain)로 달리 해석하는데, 미국 측 주장을 무성한 소문의 25년 마라라고 징벌적 관세와 100년 만기 무이자 영구채 개념으로 간주하면 수익없는 무상증여 쪽으로 해석이 기운다. 적어도 개념이 정리되지 않으면 다툼 여지가 많은 분쟁 소재로 될 것이고, 지금까지 양보 일색 경로로 보면, 한국 측이 감히 이의제기할 분위기로 보이지 않는다.
요점은 손해 축소다. 조선업펀드 1500억 달러 제공을 협상타결의 핵심요소로 칭송하는 분위기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선박 건조만 가능한 존스법은 여전하고, 이를 일부 수정한다는 선박 항만시설법(SAA)은 발의 중, 통과해도 상선 건조와, 노동집약형 저가산업인 보수 정비(MRO) 중심에 불과하다. 불확실한 미국 내 선박 건조 여부, 50% 관세 인상 철강재, 90% 수익 환수 금지에 총국가예산의 30% 가량 200조 원은 솔직히 이해타산 불능의 투자 과잉 아닌가. 구체화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설프고 모호한 합의를 정리 못 하면 추후 문제가 더 커진다. 구체성에 대한 재협상 제안은 결과산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믿을만한 손해축소 방법이다. 문제해결의 과감성을 장착하고 좀 불편하더라도 실속있는 회동을 준비하자.
한미FTA는 최혜국대우 받기 위한 무기 삼아야
15% 상호관세, 철강 품목별 관세 50%는 무관세 자유무역 취지의 한미FTA 협정위반이다. 미국의 주요 FTA 20여 개국 중 한미FTA와 캐나다 멕시코의 USMCA는 주요 FTA임에도 불구하고 여타 FTA 국의 평균 10% 관세, 심지어 한국은 비FTA 일본 EU보다 2.5% 높다. 타결이 급박해서 형평성을 탓하기가 쉽지 않더라도, 한국 측은 국내법적으로 FTA 재개정 혹은 폐지 문제가 걸려 있다. 이건 협정을 위반한 관세 약탈에 대한 최소한의 이의제기 권리인데, 못하는 게 바보다. 어차피 트럼프 발 상호관세는 미국 내에서도 의회 권한 침범으로 소송 중이고, 우리로서는 FTA 협정 위반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이라는 통상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후속 협상 중인 캐나다 멕시코도 결국은 타결할 것이므로 타결 조건이 공개되면 최혜국대우(MFN)를 동등 적용할 근거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적어도 캐나다는 보복관세로 미국에 대항하며, 트럼프 고관세로부터 FTA 품목 예외 조건을 한국보다 더 유리하게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맹국이자 FTA국이라는 한국이 같은 FTA국인 캐나다 멕시코보다 홀대받을 이유는 없다.
브라질 중국 캐나다 인도 남아공 등 트럼프 대항 주요국들의 전략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선 관세 타결국인 일본 EU 한국은 NATO, 또는 인도-태평양 주요 전구의 한 축으로 미국의 군사동맹국, 트럼프의 25년 신플라자합의 구상인 마라라고 전략의 주 대상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친지가 더 무섭다던데 딱 그 짝이다. 간단히 말해서 브라질 등은 그렇다 치고 동맹국들조차도 고관세 충격, 대미 수출 타격과 경기위축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18.5%, 고관세가 본격화되는 하반기 대미 수출 20% 하락을 가정하면, 충격의 파고는 꽤나 높을 것이다. 트럼프 1기 때는 무역수지 연 23% 감소, 성장률 1% 감소(2019년)였다.
미국 외 국가들과 평화공존 상부상조 협력관계가 위기 탈출구
탈출구는 사실 이미 정해져 있다. 미국 외 무역의존도는 81.5%이며, 이 방향 시장 확대가 자연스러운 위기 탈출로다. 한국의 무역 대미의존도가 10% 이상 하락해도 놀랍지 않다. 고관세와 현지 생산 증가 여파로 어차피 낮아질 것이다. 미국은 반사이익이 아니라 더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산 테슬라차가 미국산보다 가격경쟁력이 더 좋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지배하는 미국의 미래는 친환경 배제, 에너지 과소비형, 국제경쟁력 없는 고물가 내수소비형 고립경제가 유력하다. 적어도 한국은 그간 미국의존도 중심에서 중립적으로 미국 외 국가들과 공존 방향으로 멀리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가 두려운 것은 상황 변화를 인지 못하고 미국만 바라보다가 내수 위축 산업공동화의 수렁에 더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점은 간단하다. 심각한 산업공동화가 이미 시작되었다. 충격에 대비하고.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정상회담은 결정보다는 허허실실 수습하는 자리이고, 누락된 쟁취 대상을 콕 짚는 자리이다. 왜 그 정치인들 잘하는 것 있지 않은가. 불리한 점은 초점을 흐리고 흐지부지, ‘연구해 봅시다’로 시간끌기. 유리한 점은 조약 조항을 따지고 명분을 만들어 상대방이 수용하게 만드는 수법을 응용하면 된다. 미국은 이번 사태로 모든 나라에 공포를 각인시켰다기보다는 잠재적 공공의 적으로 부상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브라질과 남아공의 고관세 충격을 중국이 포용하는 전법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시간의 궁지에 몰린 실책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어려운 것은 주변국들과 평화공존 관계를 유지하고 상부상조 협력관계로 전환하는 당연한 일이다. 덧붙여 전작권 반환, 역대 어느 정권도 못 해낸 그 일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