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스라엘군 총장 "너무 멀리 왔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전직 군·정보기구 수장들 "메시아적 광신자들" 비판
국제적 고립 자초 비판…"패배의 벼랑 끝에"
트럼프에 서한…"하마스, 더는 전략적 위협 아냐"
유엔총회 전 가자 '최대 파괴' 군사 작전 우려
"시온주의, 팔 무시 폭력적 팽창주의 변질"
"메시아적 광신자들이 지금 우리 정부를 어떤 비이성적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 '너무 멀리 왔다. 이 이상은 안 된다'라고 단호히 말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스라엘국방군(IDF) 참모총장을 지낸 모셰 야알론은 4일 끝없이 전쟁을 부추기는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내각의 유대 광신 각료들을 겨냥해 이렇게 비판했다.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 국장을 지낸 요람 코헨도 "그들은 소수이지만, 그 소수가 정책을 통제한다는 게 문제"라고 가세했다.
이스라엘 전직 군‧정보 수장들 '합동 영상'
가자 학살 주범은 "메시아적 광신자들"
야알론과 총리를 지낸 에후드 바라크, 단 할루츠 전 IDF 총장, 코헨 전 신베트 국장을 포함한 전직 군, 정보기구, 경찰 수장 19명은 영구적인 가자 전쟁 종식과 남은 인질 50명 전원 석방을 호소하는 합동 영상을 이날 공개했다고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들의 국가 안보와 외교 경험을 모두 합치면 1,000년이 넘는다"는 소개로 시작한 영상에서 이들은 가자 전쟁이 기한 없이 계속되는 건 네타냐후 정권이 군사 전략적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결정을 해왔기 때문이며, 이스라엘이 승리보다 더 큰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신베트 국장을 지낸 아미 아얄론은 "우리에겐 일어서서 할 말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 전쟁은 정당한 전쟁으로 시작했다. 방어 전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고, 우리의 모든 적에게 멋진 군사적 승리를 거두자마자, 이 전쟁은 더는 정당한 전쟁이 아니게 됐다. 그건 이스라엘 국가를 안보와 정체성의 상실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모사드 전 국장 "패배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우리의 거짓말, 세계는 오래전부터 알았다"
아모스 말카 전 군사정보국장은 이스라엘이 "충분한 작전적 성과를 거두며 전쟁을 끝낼 수 있었던 시점을 1년도 훨씬 더 지났다"고 말했고, 코헨은 이스라엘이 "모든 테러리스트, 모든 은신처, 모든 무기를 찾아내고, 동시에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환상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정보기관인 모사드 국장을 지낸 타미르 파르도는 "우리는 패배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했다. 전투에선 이겼는지 몰라도 국제적 외교 고립 등 전쟁에선 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파르도는 가자의 비참한 인도주의 상황에 "오늘날 세계가 보는 건 우리가 자초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만든 거짓말 뒤에 숨어 있다. 이 거짓말은 이스라엘 대중에겐 먹혔지만, 세계는 그 게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았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현직 군과 정보기구 수장들을 향해 "총리와 내각 앞에서 용감하게 일어나 이 전쟁과 그 무의미함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한다"면서 전쟁 지속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는 이스라엘에서 봐온 것과는 전혀 다른, 보기 드문 요구다. 한때 주요 안보 조직을 이끌었던 거의 모든 인물이 참여했다"고 논평했다.
"하마스, 이스라엘에 더는 전략적 위협 아냐“
이스라엘서 "파괴적 제재해달라" 목소리도
가자 전역을 장악하려는 네타냐후 정권의 군사작전 확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자, 이들을 포함한 전직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 600여 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제지를 요청했다. BBC와 프랑스24 등 외신들에 따르면, 서한에서 이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더는 전략적 위협이 아니라는 게 (안보군사) 전문가로서 우리의 판단"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전쟁을 끝내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적의 패배, 인질 석방, 그리고 가자가 더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 함께 싸워야 한다"면서 "이번 주 후반 내각을 소집해 군이 이 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7월 29일 이스라엘 지도층 인사 31명은 영국 가디언에 보낸 서한에서 "이스라엘인으로서 깊은 수치심, 분노, 고통 속에 이 글을 쓴다"며 "우리 조국은 가자 주민을 굶겨 죽이고, 가자에서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이러한 잔혹한 활동을 중단하고 영구적 휴전을 이행할 때까지 파괴적인 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한에는 가자 참상을 담은 다큐로 올해 아카데미상을 받은 유발 아브라함과 미카엘 벤-야이르 전 법무장관, 아브라함 부르그 전 국회의장 등이 포함됐다.
유엔총회 전 가자 '최대 파괴' 작전 우려
팔 외무 "이스라엘 군사 공격 막아달라"
알자지라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가자 전역 장악을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계획을 규탄하고 국제사회를 향해 "그 계획들이 일종의 압력이든, 국제적 반응을 떠보는 것이든, 아니면 정말로 진지한 것이든, 그 실행을 막기 위해 긴급히 개입해달라"고 촉구했다.
파키스탄의 자미르 아흐메드 아완 교수는 '모던 디플로머시' 2일 자 기고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현 이스라엘 지도부는 갈수록 극단화하고 대놓고 국제 규범에 도전해왔다. 오늘날 이스라엘을 이끄는 이념은 공존이 아니라 지배다. 시온주의의 현재 모습은 팔레스타인의 삶과 역사 또는 권리를 무시한 채 폭력적이고 팽창주의적인 프로젝트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아완 교수는 이스라엘이 향후 몇 주 미국의 지원 아래 군사 공격에 박차를 가해 가자의 인프라와 주민을 '최대한 파괴'한 다음, 9월 유엔총회 개막 직전에 휴전 선포 등의 정치적 술수를 써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돌리려 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국제사회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스라엘에 대해 그는 "그들의 군대가 병원들을 표적으로 삼고, 난민 캠프들을 폭격하고, 언론인들을 죽이고, 봉쇄된 전 공동체를 굶기는 그런 나라"라면서 "가자에 대한 체계적 파괴, 수천 명의 아동 살해,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집단적 처벌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는 용어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네타냐후와 그의 내각에 전쟁 범죄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