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대공황기 이래 최고치의 미국 실효 관세율

보호주의 ‘스무트-홀리 법’ 대공황 거쳐 2차대전으로

트럼프 고관세 정책 지지하는 미국 여론

“미국 제조업 쇠퇴는 중국 WTO 특혜 준 탓”

트럼프 재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플레 민심이반

가격인상 전 구매 붐 재고 소진되는 6~8월 이후 봐야

반도체와 의약품 고관세, 젼략물자 공급망 혼란 우려

2025-08-01     한승동 에디터
8월 1일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2025.8.21.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 67개 교역 상대국(대만과 유럽연합 포함)들에 10%에서 41%까지의 관세율을 부과하며, 이를 8월 7일 12시 1분부터 적용한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TBL)에 따르면, 발표 하루 전인 7월 30일 시점의 미국 평균실효관세율은 18.4%로, 대공황기인 1933년의 18.75% 이후 가장 높았다. ‘트럼프 효과’라고 해야 할까.

100년 전 대공황기 이래 최고치의 미국 관세율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올린 1930년 제정 스무트-홀리 법을 앞세운 조치들은 무역분쟁을 심화시키고 세계경제 위기를 악화시켜 2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을 여는 데 한몫했다. 쇠락한 자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걸 제1목표로 삼은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심상찮아 보이는 것은 그것이 약 100년 전의 그 역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라오스, 미얀마는 40~41%로 가장 높은 관세율이 적용됐으며, 이날까지 새로운 관세율이 부과되지 않은 모든 국가는 기본 10%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권의 새로운 관세율을 적용받는 국가들을 15%가 부과된 한국 일본 EU, 그리고 19~20%가 부과된 동남아시아 일부국가들처럼 이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나라들과, 31일 새로운 관세율을 통보받은 나라들, 중국 멕시코 등의 협상 타결이 임박한 나라들, 그리고 러시아와 호주 등 10%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베이스 라인’ 국가군 등 4개 그룹으로 나눴다.

 

트럼프 관세 지도. 주황색은 새 관세율 부과국, 노란색은 협상시한 임박한 국가들, 하늘색은 협상타결된 국가들, 미색은 베이스 라인(기본 관세) 국가들.   뉴욕타임스 8월 1일

고관세 회피 위한 ‘환적’물품에 40% 관세

이번 행정명령에는 이처럼 국가별로 적용되는 관세율 외에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원산지에 대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환적’(transshiping)을 이용했다고 판단하는 모든 품목에 40%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 조항은 주로 자국산 제품을 다른 나라로 옮겨 가 재포장하거나 형식을 변경해 고관세 장벽을 피해가려는 중국 제품들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와 중국은 이번 주 접촉을 통해 무역분쟁휴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며, 관세협상은 가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캐나다에 대해 트럼프 정권은 31일 발표된 또 다른 별도의 명령을 통해 8월 1일부터 관세율을 25%에서 35%로 인상했다. 마약 펜타닐 거래 억제에 캐나다가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한 “보복”관세인데,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의 북미 생산품 정의에 부합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 2주 동안 워싱턴에 머문 대만 협상단과도 타결에 합의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1일 미국이 대만에 부과한 새로운 20% 관세율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협상타결에 이르렀음을 알렸다.

 

8월 7일부터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되는 '트럼프 관세'로 달라질 수출항구 풍경.  뉴욕타임스 8월 1일

러시아 원유 대량 구매 인도에 25% 관세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도의 고율 관세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강력히 비난하는 등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우호관계에 금이 가면서 25%의 관세율이 부과됐다.

멕시코에 대해 미국은 추가관세 발동을 90일 간 더 유예해 관세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8월 1일, 콜카타에서 열린 시위에서 의회 활동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모형을 들고 인도-미국 무역 협정에 항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후 협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의 동맹국인 인도를 "죽은 경제"라고 부르며 뉴델리에 대한 관세 인상 위협을 이제 실행에 옮길 것임을 시사했다. 인도는 25% 관세에 직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뉴델리의 러시아 무기 및 에너지 구매에 대해 구체적인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5.8.1 AFP 연합뉴스

8월 1일 콜카타에서 열린 미국 트럼프 정권의 관세에 항의하는 의회 활동가들 시위 현장에서 불태워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모형. 2025.8.1. AFP 연합뉴스

우익 보우소나루 처벌 브라질엔 50% 보복관세

브라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브라질 정부가 트럼프의 정치적 동지인 우익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기소한 데에 대한 보복조치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보우소나루와 그 지지자들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그 결과를 뒤집기 위해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에 난입하는 불법 난동을 부렸다. 보우소나루를 명시적으로 지목하면서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정부의 합법적 조치를 이유로 터무니없는 고율의 보복관세를 때린 트럼프의 내정간섭적인 조치는 ‘트럼프 관세전쟁’의 강권적, 약탈적 성격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트럼프 고관세 정책 지지하는 미국 여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고관세 정책을 통해 외국산 수입을 줄여 무역적자를 줄이고 자국 제조업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로 취임 반년을 넘긴 트럼프 2기 정권의 이런 고관세 정책에 대한 미국의 일반여론은 나쁘지 않다.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RCP)가 16일 집계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지지율은 45.5%로, 1기 정권 때의 같은 시기보다 6%p 높았다. 2005년의 조지 부시 정권 지지율 45.5%, 2013년의 버락 오바마 정권의 45.8%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조사회사 모닝 컨설턴트의 7월 11~13일 조사에서 트럼프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과 동일한 46%였으며, 트럼프가 벌이고 있는 무역정책에 한정한 설문에는 지지 응답이 46%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44%보다 많았다. 당파적으로 갈라져 각자 자파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편파 영향도 있겠지만, 아직은 나쁘지 않은 경제 호조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시장은 예상치를 웃돌 정도로 고용사정이 좋고, 주가도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트럼프 1.0 때 실패 피하려 철저한 충성파 요직 배치

트럼프는 취임 반년을 앞두고 한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재능은 경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양쪽 모두를 겸비하면 훨씬 더 좋다. 확실히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는 경험이 없었던 1기 정권 때의 실패를 염두에 두고 한 얘기다. 2기 트럼프 정권이 1기 정권과 달라진 가장 핵심적인 변화들 중의 하나는 정부 요직들을 모두 자신의 측근 ‘충신’들로만 채워 정책 및 노선상의 잡음과 혼선을 원천제거해 일사천리로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부통령 JD 밴스, 1기 정권 때 무역대표를 지내고 지금도 그의 관세정책 브레인 역할을 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등 핵심측근들은 ‘트럼프 관세전쟁’의 수훈장들이자 입안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7월 3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2025.7.21.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제조업 쇠퇴는 중국 WTO 특혜 준 탓”

그들은 2001년에 미국이 중국을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것을 오늘날 미국 제조업의 몰락과 막대한 무역적자 및 재정적자를 초래한 최대 실책으로 꼽는다. 그들과 공화당원들이 민주당과 대립하고 적대시하는 데에는 당시 중국을 WTO에 가입시켜 결과적으로 패권 경쟁자로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응어리도 한몫할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고 그 점에서 트럼프와 의기투합했다. 그것을 위해 그들은 미국이 다자간 또는 쌍방간 협의를 통해 만든 WTO체제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일방적인 해체까지 불사하면서 종국적으로 제조업 대국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쫓아내 ‘굴기’를 저지하고 미국 일극주의 패권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 핵심 수단이 고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재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플레 민심이반

제롬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6월 말 하원 청문회에서 “모든 예측가들은 조만간 관세로 인해 뚜렷한 인플레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것을 무시하면 안 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부정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금리를 내릴 경우 닥쳐올지 모를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 파도에 휩쓸릴 수 있다는 걸 파월 의장은 경계한다. 2021년 여름 코로나 19 팬데믹 때의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오인해 인플레 잡기에 실패하는 바람에 인플레율이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민심이반이 시작됐다. 분노한 유권자들은 민주당 바이든 정권을 버렸다. 그것이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당장의 경제성적 때문에 인플레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금리를 내려 제조업 부활의 길을 넓히라고 파월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 경제성적은 일방적인 고관세 부과라는 강탈적 조치로 막대한 세금이 걷히고 있고, 또 올해 봄 상호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2기 정권의 고관세가 발동되기 전에 가격 상승 전의 수입품들을 미리 사두려는 미국 소비자들과 수입업자들의 대량 물품구입 재고 덕에 추가관세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분이 아직 물가에 반영되지 않은 시차 효과 덕이 크다는 분석들이 많다.

가격인상 전 구매 붐 재고 소진되는 6~8월 이후 봐야

추가관세 발동 전에 구입한 그 재고품들 유통 및 소비가 일단락되는 6~8월 쯤에 고관세로 인한 수입품 가격상승이 인플레로 발현되고, 절대 강자의 일방적 관세폭탄에 짓줄린 세계경제에 주름살이 지고 숨죽였던 교역 상대국들이 본격적인 대안 모색에 나설 경우, 그때도 지금과 같은 미국 경제 호조세가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 성장률을 전년 대비 0.3%p 줄어든 3.0%로 예상했다.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00~2019년의 평균 3.7%를 밑도는 수준인데, 트럼프 정권의 일방적인 고관세 파장으로 성장률이 0.2%p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도 2.6%로, 지난해의 3.5%보다 크게 둔화되며, 내년에는 1.9%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GDP(국내총생산)에서 점하는 국제무역 비중도 2024년의 57%에서 2030년에는 53%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와 의약품 고관세, 젼략물자 공급망 혼란 우려

지금의 성적에 취한 트럼프 정권이 공언해 온 대로 조만간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전략물자들의 국제적인 공급망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IMF는 트럼프 정권이 촉발시킨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면서 악순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아사히신문> 7월 30일)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징권의 일방적인 고관세정책이 의도한 대로 효과를 거둘지 여전히 회의적이라면서 유사한 문제들을 지적했다. 우선 고관세 조치가 미 국내의 신생 제조업체들을 보호할 수 있겠지만, 현대의 제조업은 국내생산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수입 부품, 자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고관세가 결국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수입업체들이 지난 몇 달 동안 부과한 추가관세를 자체 흡수해 왔지만, 미리 사둔 재고품들이 소진되면서 추가관세가 붙은 수입품의 인상된 가격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과 전 세계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고, 그것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7월 31일에 발표된 미국 소비자 물가를 보면, 6월에 물가가 올라갔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최근 신호라고 지적했다.

 

방글라데시 가지푸르의 한 공장 재봉실에서 방글라데시 힌두교 의류 노동자가 옷을 만들고 있다. 2025.4.9. 로이터 연합뉴스

1인 GDP 8만 5천 달러 미국, 1천~2천 빈국들에 40%관세

2024년 미국의 GDP는 공식환율 기준으로 23조 달러가 넘었고, 1인당 GDP는 8만 5천 달러가 넘었다. 퇴조기에 접어들었다지만 이처럼 크고 부유한 고임금 국가가 반이민 정책으로 문을 걸어 잠근 채 같은 해 1인당 GDP 1359달러(미얀마), 847달러(시리아), 2123달러(라오스) 등의 저임금 빈국들에 40~41%의 고관세를 매겨가며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보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세계 전체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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