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대책 한 달…약발 입증한 가계대출 신청 반토막

얼어붙은 시장심리…가계대출 신청 57% 급감

서울 아파트 거래량 75.5%↓, 거래액 78.3%↓

매매시장도 수요자 우위시장으로 빠르게 재편

대출 더 죄고 부동산 과세 정상화 로드맵 필요

2025-07-27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가계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6·27대책이 발표된 지 딱 한달이 지났다. 한달 새 가계대출 신청액수가 직전달 대비 반토막 넘게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규제의 효과가 확실히 발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거래금액도 직전달에 비해 70%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6·27대책의 효과가 시장을 강타해 매매시장은 수요자 우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장심리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는만큼 대출을 더 바짝 조이고 부동산 과세도 정상화하는 로드맵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은행권 대출 신청액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의 한산한 모습. 2025.7.7. 연합뉴스

은행권 가계대출 신청액 일평균 4.1조→1.8조 급락

6·27 가계대출 규제 시행 한 달이 지나며 가계대출 급증세가 잡혔다. 은행권 하루 평균 가계대출 신청액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 속도도 지난달보다 20%이상 떨어졌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인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18영업일) 은행권 일평균 가계대출(주담대·신용대출 등 포함) 신청금액은 1조 78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 규제 시행 직전인 지난달 1~27일(18영업일) 일평균 신청액인 4조 990억 원 대비 무려 56.5% 급감한 수치다.

주담대를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 결과이다. 주담대 액수의 상한을 정한 건 6·27대책이 사상 최초였다.

가계대출 신청액은 실제 실행액의 선행지표로 최근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수치다. 주담대 실행이 주택 매매와 1~3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과 달리 대출 신청은 매매 계약과 시차가 크지 않아, 시장 심리와 규제 효과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주담대 신청액이 특히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 등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대출 신청액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서 이뤄진 주택거래량과 대출 승인액 때문에 이달에도 실행액 기준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6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6조 5000억 원 늘며 지난해 10월(+6조 5000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최근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다.

한편 신청액과 상환이 모두 반영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 속도도 더뎌졌다. 지난 2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58조 9176억 원으로, 6월말(754조 8348억 원)보다 4조 828억 원 늘어났다. 다만, 하루 평균 증가액(1701억 원)은 6월(2251억 원)보다 24% 줄었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이달 말까지 5조 2700억 원 정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월(6조7536억 원)보다 증가폭이 22% 줄어든 수준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이 6월 말보다 3조 568억 원 늘었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6월(1921억 원)보다 약 34% 낮아진 1274억 원 수준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고 판단하면서도 대출의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분주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부터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 폭이 두드러졌던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을 대상으로 사업자대출 실태를 현장 점검하고 있다. 사업자대출은 이번 규제의 우회 통로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다음 달부터는 농협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4곳과 지방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사업자대출 점검에 나선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거래액수 전달 대비 70% 넘게 급감

6·27대책은 대출시장만 강타한 것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 시장도 직격했다. 서울 아파트 상승세가 완연히 꺾이고, 거래량과 거래액수도 급락하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6월 넷째 주(6월23일 기준) 0.43%에서, 대책 시행 이후 첫 조사 결과인 6월 다섯째 주(6월30일 기준) 0.40%로 떨어졌다.

7월 첫째 주(7월7일 기준)에는 상승폭이 0.29%로 급락했고, 7월 둘째 주(7월14일 기준) 다시 0.19%로 떨어진 데 이어 셋째 주(7월21일 기준)에는 0.16%로 4주째 상승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치닫던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급속도로 안정을 찾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금액도 6·27대책의 효과를 증명한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6·27대책 시행 전후 2개월간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매매 거래량(7월25일 집계 기준)을 비교해 보니 대책 시행 전인 6월1∼27일 거래량은 1만 221건이었으나 시행일인 6월28일부터 이달 24일까지는 2506건으로 75.5% 감소했다.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거래량은 1214건에서 491건으로 65.5% 빠졌고, 강북의 대장지역인 마포구(-88.9%)와 성동구(-90.9%) 등은 거래멸종 상태로 빠졌다.

또한 서울지역 총 거래금액 역시 대책 시행 전 약 13조 4100억 원에서 시행 후 2조 9000억 원 수준으로 무려 78.3%가량 급감하며 얼어붙은 시장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빠르게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재편 중인 서울 아파트 시장

시장심리도 매도자 우위시장에서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수급동향을 보면 6·27대책 시행 한달을 앞둔 7월 셋째 주(7월21일 기준)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점(100)에 근접한 100.1이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시장에서 집을 팔려는 공급이 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집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우위임을 뜻한다. 100.1은 수요와 공급 간 우위 격차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린 6월 넷째 주(6월23일 기준) 104.2까지 올라 수요 우위가 강해졌다가 6·27 대책 시행 직후인 6월 다섯째 주(6월30일 기준) 꺾이기 시작해 4주 연속 하락했다.

유사한 지표인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도 6월30일 기준으로 서울이 99.3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7월21일 기준으로는 52.2까지 폭락했다. 민간회사인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의 낙폭이 부동산원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시행된 직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5.6.29. 연합뉴스

대출 더 바짝 조이고 부동산 과세도 정상화시켜야

역대 가장 강력한 대출 규제를 담은 6·27대책은 수도권에서 6억 원 이하 대출 상한을 걸었고, 주택구입목적 대출을 받는 경우 6개월 이내에 전입의무를 부과했다. 또한 수도권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려 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고,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만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해 이른바 ‘영끌’에 제한을 뒀고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가 불가능하도록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했다.

근래 이른바 ‘한강벨트(강남 4구, 용산구, 마포구, 성동구, 양천구 등)’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대폭등을 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가 과잉대출이었음을 감안할 때 6·27대책은 참으로 시의적절했다 할 것이다.

하지만 6·27대책의 효과로 시장이 안정세를 찾았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결코 아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는 여전하며 기준금리 인하라는 호재가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만연한 투기심리를 뿌리뽑고 부동산 시장의 항구적 하향안정 구조를 마련하는데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옳다.

우선 부동산 관련 대출을 더 바짝 조여야 한다. 여전히 과잉유동성이 금융이라는 파이프를 타고 부동산 시장으로 끊임없이 흘러들고 있다. 이 파이프를 조여야 한다.  

마침 금융당국이 주담대에 쏠렸던 자금 흐름을 인공지능(AI)이나 벤처 투자 등 생산적 방향으로 돌릴 수 있도록 대출 위험가중자산(RWA)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한다.

금융권은 대출 자산별로 위험도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고, 이를 기준으로 산출한 RWA 대비 일정 비율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위험가중치를 높이면 은행 자본 부담이 커지고, 위험가중치를 낮추면 자본 여력이 생기는 구조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현재 15%에서 25% 수준으로 올리고, 정책 펀드나 벤처투자 관련 위험가중치는 낮추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만사를 제쳐놓고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일이다.

여기에 전세대출·정책대출 등으로 DSR의 적용을 확대하고, 지난 10년 간 부동산 가격 상승의 화수분 역할을 하고 있는 전세대출 및 전세보증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는 정책이 결합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하향 안정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초토화시킨 부동산 과세 정상화도 긴절한 과제다. 크게 취득세·보유세·양도세로 구성된 부동산 과세는 자산불평등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는데다 기대수익률을 낮춰 부동산에 몰빵하는 행태에 제동을 건다. 예컨대 30억 원 이상 하는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해마다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가 실거래가 대비 2%라고 가정해보자! 시세차익을 노리고 쉽게 매수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재명 정부가 대출관리를 빈틈 없이 완성시키고 부동산세제를 정상화시킨다면 부동산 시장은 하향안정화의 길을 틀림없이 가게 될 것이다. 그래야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종합주가지수 5000 달성이 가능하고,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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