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의도대로 미국 제조업 부활시킬까?

알루미늄 관세로 맥주업계 울상 “모두 트럼프 탓”

알루미늄 수입관세 50% 부과로 맥주캔 가격인상

유럽과 관세협상 결렬 땐 맥주원료 가격도 3배로

코카 콜라, 월마트도 알루미늄 대안 고민

일본제철의 US스틸 매수에 호재가 된 철강관세

구리도 50% 관세, 미국 구리산업 공급망에 리스크

2025-07-25     한승동 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워싱턴 D.C. 백악관 장미 정원에서 관세에 대한 연설을 하는 동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옆에서 차트를 들고 있다. 2025.4.2. 로이터 연합뉴스

“모두 트럼프 관세 탓이야. 관세가 없었다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텐데.”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의 유명한 수제 맥주 양조장 ‘포트시티 브루잉’ 경영자 빌 부처(58)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알루미늄 수입관세를 대폭 올리는 바람에 맥주 캔 구입가격이 8월부터 3.5% 인상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매출이 25%나 줄어 힘들었는데, 거기서 벗어나 드디어 회복이 되나 했는데 다시 ‘트럼프 관세’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됐다고 했다.

미국 알루미늄업계 울린 알루미늄 수입관세 50%

트럼프 정권은 지난 3월 알루미늄 수입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렸다. 소규모 맥주 양조업계는 “절망적”이라며 비명을 질렀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6월 4일에는 다시 그 2배인 50%로 올렸다.

미국은 리사이클 용품 외에 맥주 캔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의 75%를 캐나다에서 수입하는데, 트럼프 관세로 알루미늄 가격이 올라가면서 소규모 맥주 양조장들에게는 직접적인 캔 값 인상요인이 됐다. 미국의 알루미늄 가격 책정은 런던 금속거래소의 기준 가격에 미국 독자의 ‘할증금’을 붙이는 구조로 돼 있는데, 그 선물가격은 ‘트럼프 관세’ 50% 인상 뒤 일거에 40%나 뛰었고, 지금은 올해 초의 3배 가까이 올랐다. 양조장들이 알루미늄 캔 인상분을 모두 자체 흡수하긴 어려워 맥주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매출이 줄게 돼 있다.

 

미국 워싱턴 시 인근 수제 맥주 양조장 포트시티 브루잉의 경영자 빌 부처.  아사히신문 7월 25일 

알루미늄 값 올라가자 맥주 캔 값도 인상

트럼프 2기 정권이 연방정부 가관들 일부를 폐지하고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면서 워싱턴 주변 지역은 실업자들이 늘었다. 가계들이 소비를 억제하면서 가장 먼저 끊는 것이 맥주와 같은 기호품들이었다. 그런 판에 수입 관세까지 올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유럽과 관세협상 결렬 땐 맥주원료 가격도 3배로

알루미늄 캔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다. 미국은 엿기름(맥아)과 홉 등의 맥주 원료들을 유럽에서 많이 수입한다. 미국과 EU(유럽연합) 간의 관세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되지 못해 8월 1일부터 대폭 인상된 상호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들 수입 원재료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지금의 3배로 뛴다.

미국 양조협회 버드 왓슨 회장은 미국의 수제 맥주 사업자들이 “통합된 글로벌 공급망 속에 사업을 구축해 왔다”면서 “모든 원재료를 신속하게 (미국)국내 조달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트럼프) 관세는 미국에서 (물품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손해를 안길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포트시티 브루잉의 경영자 부처는 분개했다. “모든 문제는 대통령이 만들었다. 타격을 받는 것은 우리와 같은 소규모 사업자들이다. 그럼에도 그(트럼프)는 우리의 이런 사정 따위엔 관심이 없다. 대기업과 자신들 일에만 신경쓰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미국 특파원이 쓴 현장취재 기사 “트럼프 관세로 타격입은 미국 양조장 ‘모두 대통령 탓’”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기사를 쓴 사카키바라 겐 기자는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철강과 구리 등 트럼프가 ‘전략물자’로 지목해 수입관세를 대폭 올린 다른 산업 분야 주요 품목 사업자들 얘기도 기사에 담았다.

 

미국의 철강(왼쪽)과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 관세 인상 추이.    아사히신문 7월 25일

미국의 알루미늄 가격 추이. 단위 달러   아사히신문 7월 25일

코카 콜라, 월마트도 알루미늄 대안 고민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권 때인 2018년에 맨 먼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관세를 각각 25%, 10%씩 올렸다. 그 뒤 트럼프 1기 정권에 이어 조 바이든 정권을 거치면서 주요 무역상대국들에겐 관세 감면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대선에서 이겨 재집권한 트럼프 2기 정권은 지난 3월에 그런 감면 조치를 폐지한 뒤 알루미늄엔 25%의 수입관세를 부과했다.

그 충격이 알루미늄 업계를 강타했다. 이 분야 대기업 앨코어(Alcore)의 윌리엄 오프링어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지난 2월 금속·광업계 모임에서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알루미늄에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 국내에서 1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알루미늄 수입관세를 50%로 올린 이번 달 16일에 발표된 앨코어의 2025년 4~6월 결산을 보면, 관세로 인한 손실이 1억 1500만 달러(약 1590억 원)나 됐다. 오프링어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량의 알루미늄이 캐나다에서 수입되고 있다면서 “공급망은 몇 십년 전부터 짜인 것이다.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금속에 대해서는 관세를 없애든지 우대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알루미늄 캔을 대량 사용하는 코카 콜라의 제임스 퀸시 CEO는 지난 2월 “만일 알루미늄 캔 가격이 더 올라간다면, 페트병 쪽에 더 비중을 둘 수도 있다”고 했고,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의 더글러스 맥밀런 CEO는 5월 결산 설명회에서 “부품을 관세가 부과되는 알루미늄에서 유리섬유로 대체하는 공급자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의 목표는 미국 제조업 부활

트럼프가 이런 부작용에도 알루미늄에 높은 수입 관세 부과를 강행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외국산 알루미늄의 미국 수입을 막아 그가 ‘전략물자’로 지목한 알루미늄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등 관련 분야 제조업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알루미늄 생산은 2000년에 367만 톤에 달해 세계생산량의 15%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67만 톤으로 급락해 시장 점유율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알루미늄 제련소도 2000년엔 24곳이었으나 2024년 에는 4곳으로 줄었다.

 

미국과 중국의 알루미늄 생산량 추이.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미국의 알루미늄 생산량(파란색)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과는 반대로 중국의 알루미늄 생산량(빨간색)은 급증했다.  아사히신문 7월 25일 

미국 알루미늄산업 무너뜨린 중국 끌어들인 건 미국

이런 미국 알루미늄 생산 급락의 최대 원인은 2001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다. 중국은 국책사업으로 값싼 알루미늄 대량 제조, 수출을 추진했고, 지금 생산량은 미국의 64배애 이른다. 중국을 WTO에 가입시킨 것은 미국이었고, 중국을 WTO체제에 끌어들임으로써 미국은 값싼 중국산 물품들을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었고, 10억 명이 넘는 광대한 중국시장을 미국산 소비재 및 투자 시장으로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미국 내 알루미늄 산업의 쇠퇴와 중국 제조업의 대두는 그 대가였다고 할 수 있다.

채산 안맞는 전력공급도 미 알루미늄 산업에 불리

미국 알루미늄 산업의 쇠퇴에는 전력공급 문제도 얽혀 있다. 미국 알루미늄 제련소에 필요한 연간 전력량은 미국 동해안의 주요도시인 보스턴의 소비전력에 맞먹을 정도였다. 중국의 알루미늄 수출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보다 전기요금이 싼 캐나다에서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미국에서는 대량의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진행되고 있어서 2030년까지 예상 수요전력은 지금의 2배가 된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요금은 1메가와트시(MWh)에 115달러라도 채산성이 있으나 알루미늄 제련소는 1MWh에 40달러가 넘으면 채산이 맞지 않게 된다. 전력싸움에서 알루미늄 업계가 이길 승산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권이 높은 관세를 부과해 자국 내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 부활시키려 해도 그것이 성공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게다가 관세가 높아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가격이 비싸지면 수요가 줄어든다. 미국 알루미늄협회는 지난 6월 50%의 알루미늄 수입 관세 부과 조치가 발표되자 “(관세가 알루미늄의) 가격 인상을 불러, 수요가 줄기 때문에 미국 방위산업의 토대가 될 역량이 약화된다”며 자신들의 업계를 지켜 주기 위해 취한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는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관세가 미국에게 무조건 좋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럴까?

미국 철강업계에 호재가 된 철강 고관세

트럼프는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철강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5월 미국철강회사 유에스 스틸(US Steel) 공장에 간 트럼프는 “2018년에 나는 외국산 철강에 대해 역사적인 관세를 부과했다. 그 관세가 없었다면 이 공장은 지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며 트럼프 1기 정권의 수입 철강 고관세 조치를 자랑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 미국이 발동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철강제품의 미국 수입을 24%, 알루미늄 제품 수입을 31% 감소시켰다. 모두 값싼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감소시킨 것으로, 미 국내 사업자들에게는 이익을 안겼다. 이 위원회는 그 관세가 2021년의 미국 철강생산액을 13억 달러, 알루미늄 생산을 9억 달러 증가시켰다고 했다.

철강 관세로 자동차업체 등 이른바 ‘강 하류산업’(소비단계에 가까운 지점에 위치하는 유통·판매·서비스업)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사는 가격은 올라갔다. 그런데 그런 오른 가격에 산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제조한 (자동차 같은) 제품의 가격 상승폭은 0.2%로 미미했다.

이를 근거로 미국철강제조업자협회의 브랜던 패리스 부회장은 지난 6월 <ABC>의 취재에 “관세 인상에 따른 강 하류산업의 (철강)가격 상승은 작지만, (철강)수입 삭감 효과는 매우 크다”며 관세의 유효성을 강조했다.

미국 노동부는 철강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수는 관세 발동 전인 2017년에 8만 2500명이었으나 발동 뒤인 2019년에는 8만 730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US스틸은 2018년의 관세발동 당시 해고당한 노동자 수백명을 다시 채용했다.

말하자면 철강관세 인상은 미 국내 철강업계에겐 환영할 일이었다.

철강관세 50% 인상은 미국의 철강 가격을 세계 평균수준보다 높였고, 이는 미국 철강산업계에겐 호재였다. 조사회사 ‘스틸 벤치마커’에 따르면 올해 1월 말까지 1톤당 700달러대였던 철강가격은 지금 1톤당 900달러대로 올랐다.

철강제조업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관세를 50%로 올리면 “한층 더 많은 (외국의 미국 내 직접)투자를 불러들여, (외국산 철강) 수입품이 미국시장에 밀려오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매수에도 호재가 된 철강관세

사카키바라 기자는 실제로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를 높여 값싼 수입철강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는 미국이 일본제철에게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약 140억 달러의 거금을 들여 일본제철이 US스틸을 매수하게 됐다고 썼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아사히>의 취재에 “비즈니스는 국제적인 룰을 만드는 쪽에 다가가지 않으면 진다. 미국 중국 중에 양자택일을 해야 할 때에 일본이 미국 쪽에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제철이 US스틸 매수에 그토록 집착한 것이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편을 드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본 일본제철 수뇌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는 흥미롭다.

철강 관세 인상 부작용에 대한 얘기가 없다

하지만 철강 관세 인상 얘기를 사카키바라 기자는 여기서 끝내 버리는데, 이건 좀 이상하다. 트럼프의 외국산 철강 관세 인상이 미국 내의 철강업계에겐 유리하고, 그것이 일본제철의 US스틸 매수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알겠는데, 알루미늄 관세 인상의 경우처럼 수입 철강 관세 인상도 부작용을 낳았다는 얘기가 빠졌다. 알루미늄과 달리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은 트럼프의 주장대로 미국에게 좋기만 하다는 얘긴가? 아니면 일본제쳘에게 좋은 일은 다 좋다는 얘긴가?

기사는 철강 관세 인상으로 ‘강 하류산업’이 사들인 철강 가격은 많이 뛰었으나, 그 철강으로 제조한 자동차 등의 값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고 했지만, 거기에 대해 미국인들이 자동차 등을 관세 인상으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한꺼번에 사둔 덕에 그것이 소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때문에 관세인상분이 아직 판매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강 하류산업’ 쪽 제품 가격도 오를 것이란 얘기다. 그렇게 되면 결국 오른 가격으로 제품을 살 수밖에 없게 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관세인상 부담이 전가되거나, 외국 수출업자들에게 전가돼 물가가 올라가고(인플레) 수입과 소비가 외축될 가능성이 높다.

구리에도 50% 관세, 미국 구리산업 공급망에 리스크

트럼프 정권은 외국산 구리(銅)에 대해서도 5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구리가 “반도체, 항공기, 선박, 탄약, 데이터센터, 리튬이온 전지, 레이더 시스템, 미사일 방어시스템, 그리고 우리(미국)가 다수 제조하는 극초음속 무기에도 필요하다”는 글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주요물자인 구리를 고관세로 보호해서 자국생산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구리의 선물가격은 50% 관세 발동계획 발표 뒤에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에 대한 하이테크 제품 쪽의 수요는 많고 각국은 구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구리광 발견은 별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고, 세계의 구리광산 개발 예산도 피크 때인 2012년보다 30% 이상 줄었다. 2035년에는 세계 수요에 공급이 1천만 톤이나 부족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외국산 구리에 대한 트럼프의 높은 관세 부과가 미국의 구리 확보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도 구리광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제된 구리 수요를 채워 주지 못하고 있다. 정제 구리의 수입은 칠레와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들에서 대부분 수입한다. 트럼프의 새 관세는 이런 공급체제에 스스로 금이 가게 만드는 리스크(위험)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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