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상화' 이진숙이 버티는 한 사실상 불가능
방송3법보다 방통위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
공영방송 회복 위한 치밀 정교한 입법 필요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언론개혁 입법으로 방송법개정안이 오는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방송3법은 국회의 물론 시민사회와 언론계,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논의했던 개혁법안이다. 특히 현업단체에서는 이번 입법으로 내란세력의 수족으로 추락할 뻔한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되찾고,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방송법 개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의 기능 복원은 지체될 우려가 있다.
통상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법제처는 국무회의 상정 안건의 작성요령에 따라 법률공포안을 만들어 국무회의에 올리고,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치면 국무총리 및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다. 그러나 정부가 법령을 시행하려면 주무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령 제정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그 주무부서에는 이진숙이라는 '고인 돌'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시행령은 관계 부처가 마련해야 하는데, 방통위원장이 소극적이거나 태업을 하면 방통위 사무처가 시행령을 준비할 수 없다. 더욱이 의결을 위해서는 방통위원 5인 중 최소 3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1인만 재직한다. 나머지 방통위원 4인은 대통령이 1인, 국회에서 여당 1인, 야당 2인을 선출하여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한다. 법시행을 위해 대통령이 신속하게 방통위원 1인을 추천하더라도, 국회에서 추천하는 3인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일 야당인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했던 것처럼, 야당 추천 방통위원을 지명하지 않으면, 윤석열이 추천한 이진숙과 정부·여당이 추천한 2인으로 구성된 기형적인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없이 정부·여당 추천만으로 방통위 상임위원회를 구성하는 무리수를 둔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 그렇게 구성해도 위원장이 안건상정을 거부하거나 태업을 하면, 마땅히 강제할 수단이 없다. 위원장을 제치고, 2인이 시행령을 의결할 수도 없다.
2026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있는 이진숙 위원장은 출마 선언을 할 수 있는 내년 5월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자기 정치를 하기에는 이만한 놀이터도 없다, 본인이 이재명 정부를 괴롭히면서 얻는 악명만큼, 보수적 성향 지역에서는 지자체장 출마가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결론은 방송3법과 더불어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는 부서개편이 병행되어야 언론개혁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경찰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서 기소하면, 윤석열 정부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에게 했던 것처럼 이진숙 위원장을 면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똑같아진다는 비난은 별개로 하더라도 가능성이 낮은 선택지이다. 경찰은 현재 이진숙 위원장이 대전 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에 대전지역 유명 빵집에서 53만원 어치의 빵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이른바 ‘법인카드 유용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일반적으로 범죄가 성립되려면, 해당 행위가 법질서 전체에 위반되는 행위인지, 이 행위를 처벌한 법률이 있는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책임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그런데 지금은 해당성과 위법성에서 이진숙 위원장과 경찰이 다투는 상황이다.
이진숙 위원장은 국회에서 증언을 통해 본인이 업무에 필요해서 53만 원어치 빵을 샀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이없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그가 빵을 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CCTV화면이나 대전 유명 빵집 관계자 증언은 없다. 언론이 보도했듯, 대전 유명 빵집에서는 ‘통상 선결제를 하고, 나중에 소비’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랬다는 증언이 있다. 그러나 해당 빵집이 경찰에 사실관계를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다. 관행을 인정하는 순간, 법인카드 유용공범으로 수사를 받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받아야 한다. 위법행위를 오랫동안 관행처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행위에 대한 비난과는 별개로 경찰이 이진숙 씨 행위의 위법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수사는 한없이 시간을 끌다가 내년 5월을 맞이할 것이다.
또 다른 복병은 방송3법 개정법안의 시행일을 규정한 부칙에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방송3법 부칙 제2조(한국방송공사의 이사회·집행기관의 구성에 관한 경과조치) 제1항은 “한국방송공사의 이사회는 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이 법의 개정 규정에 따라 구성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이 법 시행당시의 한국방송공사의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는 이 법의 개정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3항에서는 “이 법 시행 당시의 한국방송공사의 사장, 부사장 및 감사는 이 법의 개정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 또는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경과규정에 따라 이사회는 새로 구성하지만, 집행부는 재구성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경과규정은 오히려 제3항을 통해 현 집행부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부칙이다.
이러한 불완전한 경과규정이 마련된 데는 언론의 독립성과 보도·편성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인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제 임명을 일부 절차에 대한 보완만으로 소급하여 임기를 조기 종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 제정은 권리와 의무, 법률관계의 실질적인 내용을 규정하는 실체법(materielles Recht)과 법 집행을 위한 절차와 과정을 규정하는 형식법(formelles Recht)으로 나뉘는데, 방송3법 개정안은 실체법보다는 형식법인 절차법 개정에 해당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다수 의견이다. 하위법령이 모법인 헌법에 반하는 법령을 제정할 수 없듯, 실체법이 정하고 있는 권리와 의무, 법률관계에 반하는 절차법은 법 위반이다. 방송3법을 실체법과 형식법 체계에 맞게 개정하려면, 방송의 독립성이나 보도편성의 자유를 강화하거나 제도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바뀌어야 하고, 이를 절차법에 맞는 경과규정을 두어 소급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방송3법 개정안 부칙은 경과규정으로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에 현 집행부 면직과 신규 임명에 관한 모든 위험을 외주화시켜 버렸다.
실현할 수 있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입법을 위해서는 방송3법 개정안을 실체법 체계에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법 제정의 시급성이 문제라면 최소한 절차라도 형식법에 맞아야 한다. 그러려면 부칙 경과규정에 이사회와 집행기관을 새롭게 구성하라는 조항을 명시하여, 전임자가 실체법 체계에 따른 법률구제를 신청하더라도 부칙에 따라 이사회와 집행부를 법률구제조치에 앞서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 뒤따르는 소송의 위험과 사회적 비난은 다음에 생각하더라도.
국회가 방송3법을 입법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정부조직 개편 없이 개정법안을 시행할 수 없다. 설사 정부조직을 개편하더라도 현행 방송3법을 절차법에 맞게 개정하지 않으면, 갈등은 잠재한다. 방송문화진흥회는 방문진법 개정으로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여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MBC 사장의 후임을 선출할 수 있고, EBS 이사회도 EBS법 개정에 따라 임기가 끝난 사장의 후임을 선출할 수 있다. 그러나 내란 정국에서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를 생중계로 준비했다는 의심을 받는 KBS 집행부는 법개정에도 불구하고 교체하기 쉽지 않다. 만일 방송3법이 기대한 것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면, 지체된 개혁에 대한 피로에서 분출하는 불만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에게 쏟아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법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들도 침묵할 것이다. 그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가시를 최대한 뽑아낸 치밀하고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