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상승 기대 3년 만에 최대 하락…풍선효과도 없어
한은 발표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 11p 폭락
6·27대책 후 서울 아파트 중위가 2.2억 하락
3주 새 서울·경기 아파트 계약 취소도 폭증
대출규제 이어 세제 및 공급대책 뒤따라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집값 상승 기대가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의 전월 대비 하락폭이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2억 원 넘게 하락하고, 아파트 계약 취소도 크게 늘었다. 강력한 대출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6·27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음이 데이터로 확인된다. 이재명 정부가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부동산 시장을 확실히 안정시킬 수 있도록 세제 및 공급대책도 내놓길 기대한다.
한은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 하락폭 3년만에 최대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나온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9로, 6월보다 무려 11p나 하락했다. 장기 평균인 107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월간 기준으로 지난 2022년 7월(-16p) 이후 3년 만에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는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그만큼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2022년 7월 이후 2023년 상반기까지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강한 가격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2월 99에서 3월 105, 4월 108, 5월 111, 6월 120 등으로 넉 달 연속 상승했으나, 대출 규제 이후인 7월 들어 추세가 완전히 꺾였다. 6·27대책이 작동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 기대감,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 오름세 둔화 등이 지수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드디어 떨어지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가격, 강남도 예외 아니야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 원 제한과 주택 구입 목적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안에 전입의무 부과의 영향으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 가격대·면적·건수가 모두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6.27대책의 효과는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6월 10일부터 7월 15일까지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도 확인된다. 대책 발표 전 수도권 아파트의 중위 거래가는 6억 6000만 원, 전용면적은 84㎡였으나, 발표 이후에는 각각 5억 원, 75㎡로 감소했다. 대책 발표 이후 중위 거래가는 1억 6000만 원 떨어지고, 면적은 9㎡ 줄어들었다.
특히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중핵이라 할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과 면적 크기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책 이전 서울 지역 아파트 중위 거래 가격은 10억 9000만 원이었지만, 대책 이후 8억 7000만 원으로 집계돼 한 달 새 무려 약 2억 2000만 원 폭락했다. 거래된 전용 면적도 84㎡에서 78㎡로 줄며 더 작은 면적 대의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경향성을 보였다.
고가 아파트도 영향을 받았다. 강남구는 아파트 중위 거래가격이 29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무려 약 3억 원 낮아졌고, 서초구는 23억 7500만 원에서 19억 6500만 원으로 거의 4억 원 가까이 폭락했으며, 송파구는 16억 5000만 원에서 16억 2000만 원으로 낮아졌다.
6.27 대책으로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며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일부에서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은 강남이 무너지면 다른 지역도 덩달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노원구는 거래된 아파트의 중위 면적은 줄어들지 않고 59㎡로 유지된 반면, 중위 가격은 5억 9500만 원에서 5억 1900만 원으로 낮아졌다. 금천구도 거래된 중위 면적은 60㎡로 같았지만 중위 가격은 5억 8250만 원에서 5억 4500만 원으로 하락했다. 구로구도 거래면적이 78㎡에서 74㎡로 줄고, 중위가격도 7억 1900만 원에서 6억 5000만 원으로 하락했다,
한편 같은 기간 거래량은 대책 발표 전 2만 474건에서 발표 후 5529건으로 약 73% 감소했다.
6·27대책 이후 계약 취소도 크게 늘어나
6·27대책 이후 아파트 계약 취소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매매 계약 후 ‘해제사유 발생일’이 등록된 아파트는 총 32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33건, 경기도 193건이었다.
눈에 띄는 건 고가 거래의 흐름이다. 지난 6월에는 서울에서 10억 원이 넘는 거래 중 계약이 취소된 사례가 단 한 건뿐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같은 조건의 해제 건수가 무려 44건으로 폭증했다. 해제된 단지에는 서초·송파·강남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고가 아파트들도 포함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급격히 꺾인 것이 특징"이라며 "통상 매수심리의 위축은 관망세를 거쳐 급매 출회, 실거래 감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다면, 현재는 그 2단계 초입쯤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제 정책 및 공급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안정시켜야
이처럼 6·27대책의 효과는 명확히 발휘되고 있다. 만약 6·27대책이 한 주만 늦게 나왔더라면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투기심리는 전염병과 같아서 삽시간에 전파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27대책이 적시에 나와서 투기심리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했다.
하지만 대출을 조이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항구적으로 안정시키고 특히 서울 아파트가격을 부담가능한 수준까지 하락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자산에 대한 정당과세를 시행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에 대한 개혁에 착수하는 것이 옳다. 또한 공공이 보유한 토지를 최대한 활용해 서울 등에 대한 대규모 주택공급을 계획하고 발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무주택자들이 ‘영끌’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들의 후속 매수세가 사라지면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기 힘들다.
서울 등의 아파트 시장을 하락안정화시켜야 종합주가지수 5000포인트도 가능하고, 가계대출도 줄어들며, 소비도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