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산림정책, 새 정부에서 바로잡아야

숲 가꾸기 미명 하에 모두베기·임도내기 횡행

우기 산사태, 건기 산불확산 되레 숲 망치기

2025-07-08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최근 여러 지방을 다닐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지방을 가봐도 산에 있는 나무들이 흉물처럼 몽땅 베어져 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모두 이른바 산림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들이다. 내 고향에도 곳곳이 나무들이 모조리 베어진 채 민둥산으로 덩그러니 널브러져 있어 마음이 대단히 좋지 않았다.

“30억 그루 심기” “저출산 고령화 숲?”... 대규모 벌목으로 일관하는 산림정책

2021년 수령(樹齡) 30년 안팎 나무를 3억 그루 베어낸 자리에 30억 그루의 묘목을 심겠다는 산림청의 벌목 계획이 있었다. 산림청이 문재인 정부 당시 우리나라 숲이 늙었다며 나무를 베어내고 “30억 그루 심기”를 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많은 비판에 직면하자 “30억 그루 심기”라는 말은 슬그머니 사라졌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희한한 논리를 만들어냈다. “30억 그루 심기” 대신 우리나라 숲이 “저출산 고령화 숲”이라면서 역시 대규모 벌목이 필수불가결이라는 도돌이표 벌목 논리였다.

 

긴급 벌채로 인한 산사태. 산불 뒤 긴급 벌채로 산림생태가 파손당한 뒤 내린 비로 산사태가 나면서 곳곳이 속살을 드러내며 허물어져 내린 모습.  이규송

산림청은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을 벌목하고 새로운 나무들을 식재해야만 탄소 축적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다. 오래된 나무들이 보존될수록 숲 바닥의 취약성이 지켜질 뿐만 아니라 지상과 땅속 탄소 저장고도 보호된다. 이러한 점을 입증해주는 국내외 보고서들은 많다. 더구나 그렇게 오래된 나무들로 구성된 숲에서 산불 발생도 최소화한다. 이렇게 대규모로 벌목하게 되면 파헤쳐지고 노출된 그 토양에서 거꾸로 대규모 탄소가 배출된다.

전 세계에 숲가꾸기의 모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독일에서 벌목은 한국처럼 모두베기나 대규모 싹쓸이 벌목을 하지 않는다. 필요하고 적정한 평지의 나무들을 골라 베기를 하며, 새로 나무를 심지도 않는다. 대신 땅속에 있는 씨앗들이 저절로 자라게 한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림조합이 산림청의 위탁을 받아 시행하고 있는 대규모 벌목의 모든 과정에 엄청난 규모의 산림청 예산이 지출되고 있다. 벌목이 끝나면 새로운 나무를 심는 조림비도 필요하고 조림 이후에는 다시 풀베기 예산이 투입된다. 거기에 틈만 나면 임도(林道) 건설을 강조하면서 임도를 강행하고 있는데, 그러나 이 임도야말로 산불을 도리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키는 ‘바람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또한 이러한 류의 인위적 사업으로 산사태도 빈발하게 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강행된 임도를 통해 숲에 본격적인 진입이 가능해져 대규모 벌목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현재 이렇듯 종합 세트의 ‘산림 파괴’ 사업이 국민의 혈세로 ‘숲가꾸기’라는 미명하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 그루의 가로수가 어떻게 관리되는가를 보면 그 국가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가로수는 황량한 도로변에 싱그러운 녹색 시야와 함께 뜨거운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소중한 그늘을 제공한다. 하지만 도로 옆 가로수들이 온전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가로수들은 가지들이 사정없이 잘려나간 채 그저 간신히 생존을 유지해가고 있고, 그렇게 시달리다 끝내 죽어가는 가로수도 적지 않다. ‘지장목’이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 인간들이 벌이는 개발에 장애를 초래하고 있는 나무라는 의미다. 그러나 나무란 결코 그런 제거 대상이 아니다. 길가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라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그 나라 시민의식의 수준을 알 수 있고 또 그 국가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더워도 너무 덥다. 가히 펄펄 끓는 더위다. 여름에 더운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금 우리가 겪어가는 이 더위는 한 해 한 해가 너무도 확연하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악화일로다.

기후위기야말로 오늘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절박한 핵심 중의 핵심 문제이다. 당연히 전 세계가 이 심각한 절체절명의 이 기후위기의 해결과 개선에 아무런 조건 없이 노력하고 헌신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그럴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우크라이나와 이란, 가자지구 등등에서 가장 탄소를 대규모로 발생시키는 전쟁만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 기후위기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대응에 나서야 마땅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도리어 취임 당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에 서명하였다. 그저 암담한 현실이다.

우리 곁을 지켜주고 있는 삼림의 존재는 그나마 심각한 현재의 기후위기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반드시 이 마지막 보루를 지키고 보전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 산림정책은 거꾸로 이 마지막 보루인 삼림을 대규모로 제거하는 데 골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중하게 지키고 보전해야 할 삼림을 산림정책이 오히려 파괴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20개에 이르는 외청도 국무회의에 보고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새 정부는 산림청 업무도 정확하게 심의, 검토하여 어이없는 ‘반산림(反山林)’ 정책을 분명하게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국가 대계를 위한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올바른 산림정책이 시행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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