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전쟁 싱겁게 끝나나?

중국의 희토류 대미 수출 제재에 당황한 미국

중국, 더러운 산업만 앞섰다고 생각하면 오산

미국의 제재, 중국의 반도체 자립 촉진시킬 뿐

제프리 삭스 "미중 갈등보다 온난화 해결해야"

2025-07-07     강홍석 시민기자(이론화학자)

지금은 세계 각국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라는 매우 어려운 숙제를 풀고 있다. 모두에게 장마철 하늘의 낮게 뜬 먹구름처럼 매우 무거운 분위기의 계절이다. 이런 와중에도 혼자만 답안지를 일찍 제출하고서 유유히 교실을 나서는 학생같은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스콘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이 지난5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양자회담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5.5.10.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6월 11일 런던에서 열린 제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대미 희토류 공급, 미국에 유학중인 중국 학생 처우 문제, 그리고 상호 관세율 등에 큰 틀에서 합의에 도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사회관계망에 “영구 자석과 '필요한 희토류'를 중국이 미국에 선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직접 밝혔다. 하지만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그 이외의 문제, 즉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해제에 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최근인 7월 4일 CNN 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칩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3종의 대중국 수출금지를 해제했다. 이 뜬금없는 얘기는 미중 양국 사이의 협상이 매우 조용히 그러나 무엇인가 서로가 원하는 바를 얻으며 잘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관세 전쟁이 싱겁게 끝나 가는 듯하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적어도 얼마 동안은 희토류 문제가 대중국 관계에서 미국의 핵심적 관심에 속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유럽,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에 비하면 이는 참 부러운 일이다.

먼저, ‘필요한 희토류’란 모호한 용어는 그 속에 무엇인가 매우 중요한 것이 감춰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희토류 앞에 왜 ‘필요한’이란 수식어를 붙였을까? 대체, 어디에 필요하다는 말인가? 1992년 덩샤오핑이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한 이후, 중국에서는 희토류가 중국을 빈곤에서 구할 귀한 자원으로 인식되었고 결국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갖게 되었다.

 

18일 광주 광산구 공군 광주기지에서 열린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 '프리덤 플래그(Freedom Flag)'에서 스텔스기 F-35가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고 있다. 2025.4.18. 연합뉴스

여러 희토류의 산업적 용도를 간단히 알아보자. 희토류는 스마트폰, 풍력 터빈, 전기차등의 산업뿐 아니라, 초음속 제트기, 핵잠수함 등 전략적 국방산업에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F-35 스텔스 전투기 1대 당 약 400 kg의 희토류가 사용된다. 핵잠수함의 터빈과 모터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중국의 희토류 대미 수출 제재에 미국이 당황한 이유다. (참고 : 강홍석, '산업계 비타민'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선 중국, 어떤 방식으로 미국 트럼프 전략 산업을 겨냥할까? 산경e뉴스. 2025. 4. 17)

희토류는 ‘산업의 비타민’, 심지어는 ‘산업의 코카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독일의 영어 방송인 DW News의 최근 특별 토론에 따르면,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는데 반해, 유럽은 마땅한 무기를 갖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낙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 문제는 2010년 센카쿠 열도 근처에서 중국 선장이 일본 해경에 체포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로 보복한 때부터 문제의 확대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희토류는 채광 및 정제 과정에서 방사능 물질과 강한 산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하는 까닭에, 미국,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도 희토류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심지어 '러-우전쟁' 중에도 러시아의 희토류 원석이 중국에서 가공되어 '러우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각국에 간접적으로 수출까지 되고 있다. 러시아는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희토류를 상대방에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장시성 간저우 지역의 희토류 광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이 이런 더러운 산업에서만 앞서 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전기차, 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로봇, 양자컴퓨터, 여객용 항공기 등 첨단 산업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의 성능에 매우 중요한 이차전지는 1995년부터 LG그룹이 적자를 감수하며 심혈을 기울여 개척해 왔는데, 최근 중국의 CATL, BYD 등에 의해서 거의 추월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것도,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에 비해 기술적으로 열등하다고 일찍이 무시해 버린 LFP(리튬인산철) 계열에 의해서 말이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화웨이와 SMIC를 통해 반도체 산업을 자립하는 과정에 있다. 여기에 대만 출신의 반도체 기술자들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예견한 대로 미국의 제재는 되레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촉진시켰을 뿐이다. 중국이 그 많고 정교한 부품에 대해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대단히 놀라운 일이 될 전망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은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첫째, SMIC는 2000년대 초부터 대만 출신의 우수한 기술자들을 많이 영입해 왔고 특히 2018년에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인해 네덜란드의 ASML로부터 최신형인 극자외선 (Extreme Ultraviolet: EUV) 제조장비를 구매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SMIC는 2021~2022년 ASML로부터 구입한 구형 장비를 이용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알려진 7나노급의 반도체칩을 생산하고 있다. 이 기술은 원래 대만의 TSMC에서 초기에 사용하던 것으로, 수율은 높지 않다고 한다. 그 생산품이 최신 화웨이 스마트폰의 두뇌가 되는 기린(Kirin) 9000S와 상위 칩들이다. 둘째, 미국의 특허 기술에서 완전히 독립하기 위해 화웨이와 SMIC는 ASML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극자외선을 생성하고 이를 칩제조에 이용하는 기술을 현재 검증 과정에 있으며 조만간 상용화할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 개발 현황이 극비여서 언제 상용화될지는 당사자들만이 알 뿐이다.

참고로, ASML의 EUV 장비에는 미국, 독일, 일본등 세계 60여개 국이 관여하는 10만여 개 부품이 사용된다. 따라서 중국이 그 많고 정교한 부품에 대해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참으로 놀라운 일일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는 서구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것으로서 미국뿐 아니라 우리 반도체 업계에도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선 미국의 우위가 분명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결국 중국이 미국을 이길 것이라고 예견하는 미국 전문가도 있다. 이는 규모의 경제라는 막강한 무기로 무장한 중국이 하드웨어의 가격 이점과 딥시크 충격으로 검증된 자국의 AI 산업을 결합시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중국 자체의 우주정거장, 화성 탐사선도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가할 수 있는 기술적 제제가 이제 무엇이 남아 있을까? 이는 각자의 약점을 누가 더 빨리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문화혁명이란 우스꽝스러운 일이나 벌이던 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성취를 이루었을까? 비숫한 인구를 가진 인도가 결코 이루지 못한 일이다. 우리 인구가 중국만큼 많다면, 우리가 기적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는 동안 현재 중국이 이룬 정도의 기술적 비약은 충분히 이루었을 것이라고 위안해 본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어두운 현실을 맞고 있을 뿐 아니라, 청년 실업도 매우 심각하다. 올해 대학 졸업 예정인 청년의 수는 그리스 전체 인구보다 더 많은 1220만 명에 이르러, 실업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실제 청년 실업률은 40%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비약적 기술 발전의 이면이다.

미국의 관광업이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캐나다 국경 근처의 도시, 플로리다주, 네바다, 그리고 하와이가 대표적이다. 올해 5월 미국을 찾은 캐나다 관광객은 작년에 비해 38% 줄었다고 한다. 하와이 관광객의 20%를 차지해 온 한국 관광객도 올해 거의 70% 가까이 줄었다. 반면, 내국인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관광객으로 인해 캐나다와 멕시코의 관광 산업은 호황을 맞고 있다. 

 

미국 아이오아주의 대두(soybean) 재배 단지.

아이오와주를 비롯한 미국 중북부에서 생산되는 대두(soybean)의 대중국 수출은 88%가 줄고, 가격도 급락했다. 이에 따른 지방정부 재정의 어려움으로 공립학교의 정상적 운영까지 지장을 받고 있다. 미국 농부들의 삶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런 어두운 소식들은 일부러 찾지 않아도 유튜브나 인터넷 상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이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과학기술과 경제학이 발전했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라고 결코 좋을 리가 없다. 12.3 내란 이후 우리의 물가 상승은 굳이 숫자로 얘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다. 2024년 2월엔 우리 청년 고용률은 2021년 이후 전년 전월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증시가 30% 이상 급상승하고, 최근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적절한 부동산 대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시작일 뿐이다. 경제 침체, 관세 문제, 미중 갈등 속 외교 정책, 검찰개혁등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 대신 함께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에 세계가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극지방의 온도 상승은 참으로 놀라워서, 중위도 이상의 상공을 흐르는 제트기류까지 변화시켰다고 한다. 유럽, 미국뿐 아나라 우리 나라도 극심한 더위를 겪고 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6월 평균 기온은 22.9도로서 역대 가장 더웠다고 한다. 올해 7, 8월에 얼마나 더울지 걱정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