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발빠른 김건희 특검…지휘부 구성 인력차출 나서
'친윤'과 거리 먼 판사, 검사 출신 등 특검보 안배
민중기, 검찰·금감원 방문해 차출 인력 등 논의
내란 특검, 검사 먼저 투입하며 실무 준비 박차
해병 특검도 속도…이예람 특검 사무실에 둥지
역대 최대 규모의 3대 특별검사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팀)이 18일 본격 가동을 앞둔 가운데, 특검팀 중 가장 많은 16개 사건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이 특검보를 임명하면서 가장 먼저 지휘부를 구성했다. 김건희 특검을 이끄는 민중기 특검과 특검보 등 특검팀은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고 업무 준비 착수했다. 내란 특검도 가장 빨리 검사 파견을 요청해 실무 채비에 나섰고, 채해병 특검은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맡았던 안미영 특검팀이 사용했던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민중기(사법연수원 14기) 특검은 이날 0시 20분쯤 언론 공지를 통해 "조금 전 17일자로 대통령실로부터 특별검사보 4명의 임명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검보로 지명된 4명은 부장판사 출신인 문홍주(연수원 31기) 변호사와 검찰 출신인 김형근(29기)·박상진(29기)·오정희(30기) 변호사다. 특검보는 특검의 지휘·감독에 따라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과 언론 공보 등을 담당하며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다.
친윤석열계 차단…'창과 방패' 판·검사 출신 등 안배
김건희 특검팀을 이끌 지휘부는 이른바 친윤석열계 검사들과 거리가 있는 판사, 검사 출신 법조인들이 적절하게 안배된 모습이다.
문 특검보는 광주 인성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로 일하다 2008년 창원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수원지법 안산지원, 서울중앙지법, 대전지법, 수원가정법원을 거치며 15년간 법원에 몸담았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3대 특검 중 가장 많은 사건을 담당하는 만큼 상당한 분량의 증거 자료를 분석하고 법리를 검토하는 것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민 특검과 함께 판사 출신인 문 특검보는 수사 과정에서 특검팀의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제공하며 특검팀의 '방패'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특수통 출신으로 금융 수사 등에 잔뼈가 굵은 김 특검보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 특검보는 선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연수원을 수료한 뒤 2000년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2002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부산지검 특수부장, 인천지검 특수부장과 대검 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부천지청장 등을 거쳤다. 김 특검보는 대검 수사지휘과장 시절인 2019년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관련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밑에 있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서울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박 특검보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창원지검 검사로 임관해 창원지검 특수부장, 인천지검 강력부장, 대검 검찰연구관, 울산지검 차장검사, 고양지청장 등을 거치며 약 20년간 검찰에 몸담았다. 이후 2022년 8월부터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에서 활동 중이다. 중앙N남부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시절 발탁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을 지낸 김오수 전 총장 등이 함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 특검보는 순천여고와 고려대 법학과 출신으로 부천지청 검사로 임관해 광주지검 여성아동부장,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장, 통영지청장 등을 거치는 여성 관련 사건의 수사 경험이 많다는 평가다.
김건희 특검팀 특검보들 "외압에 흔들림 없이 수사"
김건희 특검팀 특검보들은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정치적 고려나 외부 압력에 흔들림 없이 객관적 사실과 법리에 근거해 수사가 진행될 것이며,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며 임명 공식 소감을 밝혔다. 특검보들은 "이번 특검보를 맡게 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사건이 지닌 공적 의미와 국민적 관심의 무게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는 객관적 사실과 법리에 근거해 진행될 것이며 절차적 정당성과 증거에 입각한 판단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했다.
아울러 민 특검과 특검보들은 오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는 서울고검을 찾아 박세현(29기) 서울고검장을 만나고, 이어 명태균 씨와 관련된 여론조사 무상 제공 및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지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박승환(32기) 1차장검사를 만났다. 민 특검은 이 자리에서 특검법에 규정된 검사 40명 파견과 관련해 검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민 특검은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중앙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을 사건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고, 중앙지검에서 파견해줄 수 있는 검사, 수사관들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견자 명단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눈 건 아니고 대강의 틀만 얘기했다"며 "서로 계속 연락하며 협의하고 조율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 특검은 검찰 방문이 끝난 뒤 금융감독원도 방문했다. 금감원은 서울남부지검 지휘를 받아 특검 수사 대상이자 김건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 중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주요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도 가담 의혹을 받고 있다.
민 특검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관련한 고가의 목걸이·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을 찾아 신응석(28기) 남부지검장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신 남부지검장은 '찐윤' 검사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윤석열의 심복으로 불린다. 신 검사장 지휘 하에 김건희·건진법사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박건욱 부장검사도 친윤 라인으로 분류된다.
김건희 특검팀의 분수령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65)의 부인 김건희(53) 씨의 소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앞둔 가운데, 김 씨는 지난 15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언론을 통해 우울증 등 지병 악화를 이유로 알려졌으나, 특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 등은 검찰 수사가 상당 부분 진전돼 특검이 수사 착수 후 빠른 시일 내에 대면조사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란특검, 채 해병 특검도 막바지 작업 속도전
내란 특검과 채 해병 특검도 인적 구성과 사무실 마련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란 특검을 이끄는 조은석(19기) 특검은 지난 16일 대검찰청에 차장·부장검사(고검검사급) 9명 파견을 요청하는 등 실무 수사 인력을 일부 먼저 확보한 상태다. 파견 검사들 중 일부는 전날부터 사건 내용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전날 특검보 후보 8명을 추천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가운데 6명을 임명하게 된다.
통상 특검들은 특검보 인선 뒤 실무 인력을 차출했지만, 조 특검의 경우 검사들을 먼저 임명하고 있다. 수사 실무에 밝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특검보 인선 전에 자신이 수사 인력까지 전부 챙기는 모습이다.
조 특검은 준비기간을 마치는 대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재판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들도 모두 파견받을 계획이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서도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 등을 수사해온 인력을 대부분 그대로 파견받을 계획으로 전해졌다. 조 특검은 현재 서울동부지검에 행정사무를 위한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고, 서울고검에 본 사무실을 꾸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검은 검찰 특수본이 사용하던 12층을 비롯한 일부 층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고검에 특검 사무실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군 법무관 출신인 최강욱 전 의원은 유튜브 방송 등에서 "(과거에) 특검보다 검찰총장이 먼저 보고받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서울고검 사무실의 보안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채 해병 특검을 이끄는 이명현 특검(군법무관시험 9회)은 특검보 추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원래 전날까지 추천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다소 지연되고 있다.
이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구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보 추천이 늦어지는 배경에 대해 "특검법에 따라 (후보자가) 한 번이라도 정당에 가입했으면 자격에서 탈락"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결격 사유들이 있어서 (후보자 명단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특검보 후보자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류관석(군법무관시험 10회) 변호사와 이상윤 변호사는 해당 문제가 없다고 한다.
채 해병 특검팀 사무실은 서울중앙지검·지법 인근에 있는 서초구 서초동의 흰물결빌딩으로 정하고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맡은 안미영 특검팀이 공소 유지 때 사무실로 사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서초동 법조타운에 있으며 서울고·지검 앞쪽에 자리해 영장 처리 등 수사 업무상 법원·검찰 접근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