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토박이말] 한머슴
한글 한밭 등에서 따와 '대통령=한머슴'
알맞은 새말 만들기에도 슬기 모아야
얼마 앞에 아무개 대선 후보께서 ‘대통령’을 ‘크게 통합하는 사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대통령’이 앞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통합하는 일을 해야 할 사람이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한자를 풀어서 ‘대통령’의 구실을 밝혀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옛날부터 써 온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그 말의 뜻을 넓히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토박이말 가운데 ‘머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머슴’은 ‘농사를 짓는 집에서 그 집의 농사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일을 해 주고 삯을 받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거의 다 한 해를 하나치(단위)로 했지만 한 달을 하나치로 한 머슴은 ‘달머슴’이라고 했고, ‘많은 일을 두루 잘하는 머슴’을 ‘큰머슴’또는 ‘상머슴’이라고 했고 ‘큰머슴 또는 상머슴’의 일을 거들어 주던 머슴을 ‘곁머슴’ 또는 ‘작은머슴’이라고 했답니다. 이렇게 머슴이 들어간 여러 가지 말을 썼지만 요즘은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에 ‘머슴’이라는 말도 쓰지 않을 뿐더러 다른 말도 쓸 일이 없는데 이런 토박이말의 뜻을 넓혀 쓰거나 다듬어 쓰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새로 뽑을 때가 되면 대통령이 되고 싶어 나온 사람 가운데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는 말을 한 사람 있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말을 두고 생각해 보면 나라의 임자는 나라사람 국민이고 대통령은 나라의 임자인 나라사람들을 갈음해 나라일을 하라고 뽑은 나라머슴이 맞습니다.
‘큰머슴’에 ‘나라 사람들이 나라 일을 맡기려 뽑은 으뜸 나라 일꾼’이라는 뜻을 더해서 쓰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큰머슴’이라는 말이 옛날에 실제로 썼던 말이라 마음에 걸린다면 ‘한글’, ‘한밭’에 쓰는 ‘크다’는 뜻을 가진 ‘한-’을 넣은 ‘한머슴’이라는 말로 다듬어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런 생각을 좋게 받아들여 주시는 분이 많아지면 우리 말글살이에 없었던 ‘대통령’이라는 말이 들어와 쓰였던 것처럼 ‘큰머슴’ 또는 ‘한머슴’이라는 말도 쓰이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선거일’도 ‘큰머슴 뽑는 날’, 또는 ‘한머슴 뽑는 날’이라고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면 그렇게 하기 앞서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뽑기’ ‘대통령 선거일’은 ‘대통령 뽑는 날’이라고만 해도 좋겠습니다.
우리말에 그런 뜻을 가진 말이 없다는 탓만 할 게 아니라 알맞은 새말을 만드는 일에도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온 나라 사람 모두가 함께 우리말과 글을 챙기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