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로 가자! 지난 6개월 기억과 함께!
과거 망각하지 말고 심판해 미래를 열어야
투표는 총보다 강하고 칼보다 날카로운 것
내란 종식하고 민주공화국의 근간 다시 세우자
6월 3일, 대한민국 운명의 시간이 밝아오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역사적인 선택이 대한민국 주권자들의 손에 의해 내려진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 6개월간 우리 사회를 짓눌렀던 어둠을 걷어내고,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여느냐가 오늘의 선택에 달려 있다. 끝나지 않은 내란을 멈추고,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다시 세울 수 있느냐가 오늘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과거를 심판하고 미래로의 첫날을 열 수 있는가, 이 나라의 주권자들은 오늘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그 기로에 들어선다.
정확히 6개월 전 작년 12월 3일, 기억조차 끔찍한 비상계엄의 그림자가 우리의 일상과 자유를 덮쳤다. 헌법의 가치가 짓밟히고, 민주주의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갈 뻔했던 그날 밤의 공포와 혼란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끔찍한 기억은 서서히 망각의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작가 밀란 쿤데라는 그의 소설 <웃음과 망각의 책>에서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고 했다. “망각은 죽음의 한 형태”라는 그의 말처럼, 잊지 않는다는 것은 한 사회의 죽음에 맞서는 것, 죽음을 이겨내는 싸움이다. 그날의 충격과 혼란, 그리고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흔들렸던 위기의 순간을 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금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대선은 무엇보다 바로 그 망각과의 싸움이다. 헌법과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국가 권력이 위헌 반민주 세력에 의해 찬탈될 뻔했던 위기의 순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내란 세력의 헌법 유린 시도와 이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의 장면들을 기억해야 한다. 거리에 나선 수많은 시민들의 응원봉과 외침이 오늘을 있게 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기억과 함께, 내란을 자행하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시민들의 필사적인 투쟁의 마지막 순간, 기나긴 내란의 시간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시민들의 마지막 결전을 벌여야 한다.
지금의 현실은 반년 전 그날 밤을 과거가 아닌 오늘의 현재로서 체감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헌정 질서를 위협한 내란 수괴의 계승자, 그 내란 시도를 변호하고 합리화해온 인물이 대선 후보로 출마해 있다. 국민주권을 유린했던 자들이 오늘날 다시 권력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현실을 말해준다.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자를 대선 후보로 내세움으로써, 스스로 반헌법적인 집단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세력, 이는 자유와 정의,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부정하고,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그러므로 다시금, 투표는 결국 기억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는 과거의 경험과 역사를 통해 학습하고 발전한다. 민주주의의 제도들은 과거의 권력 남용, 시민들의 저항,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열망이라는 역사적 기억의 축적이다. 우리는 기억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뭔가 기억하기 위한 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테면 ‘기억을 기억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지켜낸다. 오늘의 대선이 바로 그런 기억의 사건을 역사의 한 전환점으로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늘 하루는 바로 그러한 기억의 각오와 다짐을 보여줘야 하는 시간이다. 6개월 전의 기억을 단순히 되새기는 것을 넘어, 그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우리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는 시간이어야 한다. 오늘의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집단적 기억과 시민적 책임의 실천인 것이다. 우리가 왜 저항했는지,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그리고 다시는 무엇이 반복되어선 안 되는지를 되새기는 행위인 것이다.
그날 밤, 우리가 느꼈던 불안과 절망,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지난 겨울과 봄의 간절한 염원들을 안고 우리는 오늘을 맞이해야 한다. 6개월 전, 우리 사회가 어떤 위기에 직면했으며, 그날 이후 무엇을 지키기 위해 싸웠는지 그 기억과 함께 투표소로 향해야 한다. 그 기억을 단지 과거의 기억으로서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미래를 향한 분명한 나침반으로서 가슴에 품고 주권자의 주권자 됨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에 기억의 역설적인 힘이 있다. 기억은 우리를 과거에 붙잡아 매는 족쇄처럼 여겨지지만 진실은 그 반대다. 진정으로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과거를 똑바로 직시하고 그 의미를 철저히 새겨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대선은 단지 정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뒤흔든 자들에 대해 그 기억을 붙잡고 지키려는 시민들이 내리는 심판이다. 권력의 찬탈과 기억의 왜곡, 언론의 기만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내란을 끝내는 결단이다. 또한 기도이다. 이 나라가 다시 법과 정의, 자유와 평등 위에 서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의 표현이다.
오늘 우리가 손에 받아들 투표용지란 이름의 작은 종이, 그건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그것은 6개월 전 계엄의 그림자를 걷어낸 촛불의 연장이며, 다시는 그런 어둠이 이 땅에 내려앉지 않도록 하겠다는 시민들의 의결이다. 총보다 강하고, 칼보다 날카로운 주권자 의지의 집결이며 분출이다. 오늘 우리의 선택으로써 우리 자신이 나라와 미래의 주인임을 분명히 증명해 보이자. 오늘 각자의 손에 쥐어지는 한 장의 투표용지로써 우리 자신의 오늘을 지키고 내일을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