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는 졸?…김문수·이준석 '반이재명' 저질협공
마지막 TV토론, 헐뜯기 경쟁…토론 규칙도 무시
김문수, 외교안보 주제까지 오로지 반이재명 외쳐
이준석은 여성 혐오 발언 파문…토론 태도도 논란
이재명, 네거티브 차분히 대응하면서도 내란엔 단호
이재명 "유세장인가"…권영국 "이준석, 40대 윤석열"
네거티브 당사자는 당당한데 이재명만 사과…씁쓸
이재명 "투표가 총알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달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마지막 티브이(TV) 토론이 또다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반이재명 네거티브'로 얼룩졌다. 상대방 말 끊기, 끼어들기로 토론 규칙조차 무너졌다. 정책으로 대화 전환을 해도 끊임없이 과거 발언과 이른바 '사법 리스크' 문제로 물고 늘어졌다. 처참한 수준의 혐오성 발언까지 난무하면서 토론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상대 후보 헐뜯기로 시간을 보내던 후보들은 자신만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신만이 애국자라는 식으로 홍보했고, 정작 네거티브를 당한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만이 질낮은 토론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를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연출됐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내란 세력과 손잡았거나 그들과 손잡으려 했던 후보들이 자신도 돌아보지 않고 내뱉는 적반하장 네거티브가 과연 정상인지 의문이 든다.
김문수, 외교안보 주제까지 이재명 재판 네거티브
27일 오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한 정치분야 TV 토론은 2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시작부터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됐다. 김문수 후보는 시작 발언부터 "범죄자가 자기를 방탄하기 위해서 독재를 하는 방탄독재는 처음 들어본다"며 궤변을 늘어놓은 뒤, "오죽하면 민주당을 대표했던 이낙연 전 총리가 이 괴물 방탄 독재를 막기 위해서 저를 지지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이어지는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를 다루는 1주제 토론에서도 양극화 해소 방안은 뒤로 한 채, 이재명 후보를 향해 "내 편이 아니면 다 응징하겠다는 이런 비명횡사 친명횡재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김문수 후보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 정권의 정적 죽이기 차원의 수차례 구속 시도에 대해선 언급도 없이 "이재명 후보가 5개 재판을 받고 있지 않느냐"며 "이런 상태에서 과연 본인이 대통령을 하는 것이 맞겠느냐, 국민들이 굉장히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룸살롱 접대' 파문을 일으킨 지귀연 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게 재판 특혜를 주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으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 등으로 불거진 국민들의 사법개혁 요구에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대법관을 오히려 100명 더 늘리겠다, 30명 더 늘리겠다, 법안을 내놓고 이렇게 하는 게 과연 맞느냐"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심지어 수백 건에 달하는 압수수색을 자행한 검찰의 강압 수사는 지적도 하지 않으면서 "이재명 후보의 주변 인물들이 너무 많이 돌아가신다. 특히 수사받다가 도중에 돌아가신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2차 토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정치 테러'로 목숨이 위태로웠음에도 유감 표명이나 공감도 없이 응급헬기를 이용했다거나 부산에서 진료를 받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힐난하고 지역 감정을 조장했다. '정치개혁과 개헌'을 다루는 2주제 토론에서 역시 김문수 후보는 정책 제시보다는 이재명 후보의 재판을 두고 네거티브에만 골몰했다. 심지어 3주제 외교안보 토론까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언급하며 이재명 후보를 힐난했다.
50년대 매카시즘, 70~80년대 군사독재 시절 반공사상을 연상케 하는 발언도 1~2차에 이어 3차 토론까지 이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하는 세력이 대한민국 안에서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내란에 가담한 방첩사령부 해체 문제에 대해 "간첩은 누가 잡느냐"는 식의 단편적이고 후진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한국의 근본 이익이 일치한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실하게 납득을 시켜서 (미국이) 방위비를 몇 푼 더 받는 이상으로 미국과 한국이 서로 주고받을 기여할 수 있는 많은 부분에 대해서 확실하게 확신을 심어 드릴 계획"이라면서 '맹목적이고 막연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이준석은 여성 혐오 발언 파문…토론 태도도 논란
이준석 후보 역시 김문수 후보와 내용상으로 크게 차별점은 없었다. 이재명 후보의 기소 사실에 대해 언급하면서 김문수 후보와 함께 동어반복 수준의 네거티브를 이어갔다. 검찰이나 사법부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이재명 후보가 가족 간 특이한 대화를 해서 문제된 것을 사과했다. 민주노동당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여성의 성기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여성 혐오에 해당되냐"며, 여성 혐오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권영국 후보가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자, 이준석 후보는 "민주노동당은 기준이 없느냐"고 물고 늘어졌다. 이에 권 후보는 "묻는 취지를 모르겠다"며 "기준은 있다. 우리는 당연히 성적 학대 한다는 부분에 대해 누구보다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이준석 후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가짜 뉴스는 부정선거 음모론이다. 음모론에 빠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가짜뉴스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정작 자신이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가짜 뉴스를 잘못 인용해 문제를 일으킨 '거북섬' 문제를 이재명 후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가짜 뉴스를 지적한 당사자가 모순된 태도를 보인 셈이지만,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사과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준석 후보는 "저는 뭐 기소도 안 돼 보고, 재판도 안 받아보고, 감옥은 더더욱 안 가봤기 때문에 제가 잘 모르긴 합니다만…"이라며 자신은 다른 후보에 비해 결백하다는 듯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과 관련해 언론에서 제기하는 명태균 게이트 의혹(김건희 공천개입 관여 의혹)이나 과거 성상납 의혹에 연루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사건, 경력 조작 의혹 등에 대해 상대 후보들이 굳이 언급하거나 문제 제기 하지 않는 데 대한 인식은 부족해보였다.
이준석 후보의 말 끊기, 끼어들기 등 토론 태도도 지적됐다. 이재명 후보는 여러 차례 "발언을 할 때 중간에 방해하지 말라"거나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기다려라" "저에게 답변할 시간이 할애됐으면 가만히 좀 계시라"고 했고, 권영국 후보도 "시간과 규칙을 지키면서 하라" "답변 시간을 보장해야하는 데 왜 자꾸 그러냐"고 항의했지만, 이준석 후보는 비슷한 상황을 반복 연출했다. 다른 후보가 정책 토론으로 전환하려고 할 때마다 답변을 재촉하거나 질문을 끼워넣는 등 흐름을 끊으면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
토론의 기본 규칙도 무시됐다. 이준석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도 2명 이상에게 질문하도록 규칙이 있었지만 이재명 후보에게만 집중해서 질문했고, 결국 보다못한 사회자가 개입해 "2명 이상에게 질문을 해야 되고 답변 시간은 30초를 반드시 보장해야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명 "토론인지 유세인지"…권영국 "이준석, 40대 윤석열"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헐뜯기에 대해서도 상대 후보에게 "구체적인 증거를 하나라도 대라"며 반문하거나,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이라고 반박하는 등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대응했다. 상대 후보들의 공격에도 "토론장인지 유세장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여유있게 받아치는 모습이었다. 과거 논란이 됐던 발언이 대해서도 수차례 사과했다는 점을 밝히며 또다시 사과하고 인정했다. 이준석 후보가 신상공격을 하거나 답변을 재촉할 때에도 짜증을 내거나 상대하기보다는 "얘기할 테니 기다리라"거나 "일방적인 단정"이라고 지적하면서 타이르 듯이 말했다. 김문수·이준석 후보와 전혀 다른 논쟁 방식과 안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뚜렷하게 대비됐다.
다만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과 관련해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를 향해 "병력을 동원해서 국회를 진입해서 장악하려고 한 것은 명확한 내란 행위"라며 "내란죄로 유죄를 받으면 윤석열 전 대통령 사면할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이 타당하다는 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거세게 따지자, 김문수 후보는 "절차상으로 구속에 대한 문제라든지 이런 게 있었다"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 "윤석열과 단절 안 할 것이냐"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에 "단절이라는 거는 누구와 관계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면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권영국 후보는 "여기는 정책과 비전을 이야기하는데 서로 물고 뜯는 이러한 논쟁을 좀 자중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이준석 후보를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에 대해 긍정적 취지로 언급한 점을 지적한 뒤, "국회 해산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 때 한 일"이라며 "이준석 후보 얘기는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로 들린다"고 직격했다. 이어 "여성가족부 폐지하자고 하고 최저임금 차등제 두자고 하고 이제는 국회 해산권까지 두자고 얘기를 한다"며 "나쁜 정치만 자꾸 제도화할려고 하는 것이냐 아니면 이런 걸 옹호하냐. 40대 윤석열을 보는 것 같아서 매우 유감"이라고 일갈했다.
빨강·파랑 '통합' 넥타이 찬 이재명만 토론 내용 사과…씁쓸
마지막 TV 대선 토론은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신상 비난으로 인해 정책 비전은 사실상 실종됐고, 질 낮은 토론 태도에 대한 지적이 반복됐음에도 사과나 태도 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정작 네거티브 당사자들은 사과도 없었다. 김문수 후보는 마무리 발언까지 반이재명 네거티브를 한 뒤, "괴물 방탄독재를 막아내고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 함께 지켜내자. 김문수와 함께 위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이루자"고 홍보했고, 이준석 후보는 "저는 이 토론 자리를 통해 단 하나, 제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씁쓸한 정치 토론의 현주소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었다.
2시간 내내 네거티브를 당한 이재명 후보만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날 마지막 토론에서 빨강, 파랑, 흰색이 조화된 넥타이로 '통합' 메시지를 강조한 이재명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먼저 "정책 토론으로 우리 국민들께 희망을 드려야 하는데, 마치 뒷담화하는 자리 같이 되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러면서도 "우리 국민들께서는 기득권자들이 만든 위기를 언제나 국민들의 힘으로 이겨내 왔다"며 "IMF 그리고 박근혜 국정농단도 그리고 작년에 12월 3일 군사 쿠데타도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이겨내왔고, 이겨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이 내란 세력이 다시 복귀하느냐 아니면 희망의 새로운 민주공화국으로 다시 거듭나느냐가 결정된다"고 이번 대선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투표가 총알보다 강하다는 것을,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꼭 보여주시라. 그리고 정말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호소했다.
권영국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무권리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노동당, 기후 정의를 지키는 녹색당, 곳곳에서 우리 사회 대안을 일구는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조합들, 자발적으로 지지 선언을 해주시는 각계 인사들, 직접 현수막을 걸어주시는 지역 주민들, 그 이름 하나하나 잊지 않겠다"며 "이제 차별이 아니라 희망이 냉소가 아니라 기대가 모이는 나라를 우리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