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또 사망사고 났는데, 김문수 “중대재해법은 악법”

SPC삼립 공장 노동자 컨베이어 벨트 끼어

허인영 회장 3년 전 재발 방지 약속 '공염불'

실질 최고책임자 총수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

김문수 "대통령 되면 중대재해처벌법 고칠 것"

2025-05-19     장박원 에디터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21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경기 평택시에 있는 SPC 계열 제빵공장인 SPL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자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다짐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3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 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그의 대국민 사과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허 회장이 ‘노동자 안전’을 약속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2023년 8월 또 다른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여 중태에 빠졌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때도 SPC 경영진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말은 2년도 안 돼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SPC삼립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여 목숨을 잃었다. 뜨거운 빵을 식히는 작업 과정에서 제품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데, 이 노동자는 벨트가 잘 돌아가도록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고 경위는 경찰 조사 중이라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진술 등에 따르면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거릴 때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 작업을 하곤 했다고 한다. 경찰은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던 중 갑자기 기계에 몸이 끼이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CCTV 영상 등을 분석해 확인할 계획이다.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치명상을 입는 중대재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하지만 SPC처럼 유사한 이유로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기업은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법의 1조에 이 점을 명시하고 있다.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5.1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법 제정 목적에 분명하게 ‘중대재해를 예방하고’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도 재계와 국민의힘 등 일각에서는 예방보다는 처벌 위주의 ‘악법’이라고 곡해한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18일 저녁에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첫 방송 토론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과 현재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 15일 중소기업인 단체 조찬 강연에서도 “(제가) 결정권자가 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악법이 중소기업인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는 김 후보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출근해서 (산업재해 사망으로) 집에 못 돌아오는 데 여야 합의로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인가”라고 따졌다. 그러자 김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위주의 법이다. 산업재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예방 위주로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 “(사망사고 같은 중대재해를) 예방하라고 해도 (기업이) 돈이 들어가니까 지금까지 안 해왔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서 처벌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대재해처벌법 (PG) 연합뉴스

재계는 기업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높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시행 3년간 실제로 실형을 받은 기업인은 거의 없다. 특히 대기업 총수는 한 명도 없었다. SPC 계열사에서 유사한 사고가 계속 일어났는데도 허영인 회장은 ‘무혐의’로 처벌받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가 고용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유죄로 확정된 사건은 15건에 그쳤다. 이 중 14건은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오직 1건만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발생과 조사, 재판이 모두 끝나 처벌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2년이 훌쩍 넘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인 대기업 총수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래야 법 제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기업 총수는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전문경영인만 처벌하면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를 줄일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입법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명무실해질 수 있다. 처벌 수위를 낮출 게 아니라 최고경영자에게 실질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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