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퇴는 미봉…탄핵으로 사법개혁 경종 울려야

재판 기일 연기, 형소법 개정에 안심해선 안돼

청문회, 국정조사, 특검으로 분명한 사실규명

불명예와 형사 처벌 해야 후배 법관들에 교훈

사법쿠데타 단죄는 정치와 별개…역사 남겨야

2025-05-12     정연주 시민기자

1.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촉발된 정국 혼란과 재판기일 연기

최근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법원인 서울고법 담당 재판부가 재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 또한 이 후보에 대한 다른 재판 일정도 대선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후보가 관련된 모든 재판이 취임 후에도 진행되는지의 여부, 즉 헌법 제84조의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문제로 귀결된다. 얼마전 국회 법사위에서 이른바 ‘대통령 당선 시 재판정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불소추특권의 해석을 명확히 했다. 그동안 헌법 제84조의 ‘형사상 소추’에 대해 기소만 의미하는 것인지 재판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논란이 있어 왔다. 개정안은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헌법 제84조가 적용되는 재직 기간 동안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하도록 했다. 헌법상 불소추특권이 절차적으로 실현되도록 보장해 재판 진행 여부에 대한 논란을 없앴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차기 대통령이 공포하면, 진행 중인 재판은 대통령의 재임 중 정지되어 일단 재판 진행 문제는 해결될 전망이다.

이처럼 사법쿠데타라고 비난받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야기된 정국 소용돌이는 재판 기일 연기와 형소법 개정으로 일단 숨을 돌리고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5.7. 연합뉴스

2. 조희대 대법원장, 지귀연 판사 탄핵소추 해야

그러나 정국 소용돌이 진정이나 대선 정국과 사법쿠데타에 대한 처리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의 행태에 대하여는 청문회와 국정조사, 특검 등을 통해 분명한 사실 규명과 엄중한 단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단죄에는 탄핵이 포함돼야 한다.

대법원에 의해 자행된 사법쿠데타의 후폭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조 원장 사퇴 요구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물론 법원 안팎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이재명 사건 파기환송과 사법부 독립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법관회의도 개최될 예정이다. 조 원장의 거취는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지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발생한 일련의 내란 행위에 사법부도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동조해 왔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 후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그 단적인 예다. 그동안 조 원장은 헌법 수호와 권력 통제 및 기본권 보장을 책무로 하는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내란 정국에서 초지일관 자신의 책무를 철저히 유기했다.

조 원장은 명백하게 위헌인 계엄선포 행위에 대해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또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과 더불어 현직 김동현 부장판사까지 체포 명단에 들어 있었다는 언론 보도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동현 판사는 과거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장이다. 법원이 폭도들에게 점령당한 유례가 없는 서부지법 폭동 사건 때도 침묵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0명과 지귀연 판사에 대한 탄핵 국민청원 안내. 촛불행동

한편 지귀연 판사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법원과 검찰이 70년 넘게 적용해 온 날짜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을 윤석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간 단위로 바꿔 적용하는 마술을 부려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했다. 또한 법원은 내란과 직권남용 두 건의 재판을 모두 지귀연에게 몰아주었다. 윤석열에게 재판 출석 등 일련의 재판 진행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베풀었다. 김용현 등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 재판을 완전 비공개로 진행하게끔 했다. 이 모든 차별적 특혜와 사법권의 남용은 조 원장의 지원과 묵인 하에 이루어졌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조 원장과 사법부는 철저하게 국민이 아닌 윤석열과 내란 세력에게 충성하는 일관성을 보였다. 사실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사법부는 지극히 왜곡된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국민에 대한 공복의 역할은커녕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 초지일관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사악한 반헌법·반민주적 행태를 보여 왔다. 게다가 권력과 기득권층에는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인 충견의 역할을 마다지 않았다.

이번 사법 사태를 계기로 조 원장을 탄핵해 역사적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물론 조 원장의 탄핵 대신 스스로 사퇴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무리한 탄핵소추보다는 사퇴를 촉구하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사퇴는 제대로 된 사태 해결책도, 정의로운 결말도 아니다. 조 원장에 대한 예우를 고려해 또는 여론과 정치적 역풍을 감안해 무탈한 사퇴를 선택한다면, 이는 너무 안이하고 지은 죄에 걸맞지 않은 대처 방법이다. 조 원장과 상황에 따라서는 지귀연 판사 등 사법 사태 주역들에게는 사퇴가 아닌 불명예를 안기는 탄핵이 어울린다. 덧붙여 확실한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사악한 법관이 나오지 않도록 모든 법관과 후세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조 원장에 대한 탄핵은 불가피하다. 이는 이번 대선 결과나 정파성과는 전혀 무관하다. 헌법 수호와 정의 실현 및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사법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따라서 탄핵의 주체인 국회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은 대선의 유불리에 따른 정략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헌법과 국민만을 바라보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탄핵사유로는 조 원장의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 선거의 공정성,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위반 등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법원의 이번 파기환송 및 기타의 내란 동조 행위로 인해 헌법상의 적법절차 조항이나 평등권 조항 및 헌법상 선거운동 기회균등의 원칙 등을 비롯한 관련 헌법과 법률의 내용과 절차를 위반했다. 이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피선거권, 선거운동의 기회균등권 등의 다양한 기본권, 그리고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이 현저했다는 이유도 거론될 수 있다.

또한 위헌·위법의 중대성과 관련한 논거도 충분하다. 사법쿠데타라고 비난받는 일련의 위헌적 행위들을 통해 사법부가 전통적인 자제의 미덕을 내팽개쳤다. 스스로 대선 판국에 뛰어들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유력한 대선주자를 주저앉히고자 대선판을 뒤엎고 후보자의 피선거권 등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기본권과 국민의 선거권을 짓밟았다. 이처럼 국민주권을 무력화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회복할 수 없는 국헌 문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 헌법과 법률 위반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는 논거가 거론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로 보아 조 원장 등의 탄핵소추를 헌법상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다.

물론 조 원장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조사, 특검 등을 통해 분명한 사실 규명을 하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객관적 증거들을 통해 탄핵사유를 뒷받침해야 한다. 조 원장의 탄핵은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 국회의 권한이자 국민을 위한 의무이다.

지귀연 판사의 탄핵도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사실 헌재의 윤석열 탄핵 파면은 내란 진압의 시작일 뿐이지 결코 완결이 아니다. 윤석열과 내란 세력에 대한 가혹하고 완전한 형사처벌은 국민과 헌법의 명령이다. 따라서 지귀연 재판부가 이러한 지상명령에 위반되는 조짐을 보인다면 가차 없이 탄핵해야 한다. 지 판사에 대한 탄핵사유의 논리 구성과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 제시도 어렵지 않다고 본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관계자들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27. 연합뉴스

3. 조 원장 탄핵을 사법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탄핵을 통한 사법쿠데타 주역들에 대한 단죄와 청산 작업은 사법부 전체 구성원에 대한 경종이자 국민들에게 사법개혁을 알리는 청신호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이제부터 사법부가 그들만의 리그, 그리고 국민위에 군림하는 사법부가 아닌, 진정한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 거듭나야 한다.

사실 그동안 학계에서의 사법개혁 주장에 대하여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주목하지 않았다. 사법제도가 국민들의 기본권과 민생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치권은 오직 자신들의 권력과 이권 유지에 전력투구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비상계엄과 이어지는 내란 행위 및 사법쿠데타를 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자신들의 이해가 걸리고, 눈앞에 보이는 정권 획득의 기회가 송두리째 날아갈지도 모르게 되니 이제야 사법개혁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법 사태가 역설적이게도 바람직한 사법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먼저 법률 개정만으로 가능한 것을 개혁하고,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헌법 개정을 통해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구성과 권한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아울러 헌법재판소 역시 재판관의 자격과 구성 방법 및 관할권과 관련한 다양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대법원과 헌재와의 위상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더불어 법조인 교육제도와 선발 문제 및 법원, 검찰, 변호사 상호 간의 관계 재정립, 그리고 전관예우 근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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