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정치 쿠데타'…김문수→한덕수 '강제 후보교체'
국힘 내부서도 "명백한 사기극이며 쿠데타" 비난 쇄도
새벽 1시간 만에 32종 서류 현장 접수 강행한 국민의힘
김문수 밀어내고 한덕수 1인 단독 입후보하기 위한 꼼수
김문수 "불법부당한 후보 교체에 법적 정치적 조치 착수"
뻔뻔한 한덕수 "단일화 과정"…권영세 "읍참마속 결단"
법원 '김문수 가처분 사건' 심리…기호 2번 날아갈 수도
답이 없다…막판 단일화 협상 재개했지만 또 다시 '결렬'
[기사 종합 : 오후 8시 2분]
초유의 후보 단일화 쿠데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12·3 불법 비상계엄), 한덕수의 '인사 쿠데타'(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이재명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에 이어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선 후보를 새벽에 강제 교체하는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10일 새벽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동시에 열어 김문수 대선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이어 곧바로 한덕수 예비후보의 입당과 후보 등록 등 안건을 의결했다. 후보 강제 교체는 지난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일주일 만으로, 한국 정당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일이다.
앞서 당 지도부와 김 후보는 한 후보와의 단일화 시기를 놓고 충돌하며 극단으로 치달았다. 지도부는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 이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김 후보는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후보 등록 마감일이 다가오자 조급해진 당 지도부는 후보 교체를 밀어붙였고, 이날 0시까지 시한을 줬던 김 후보와 무소속이던 한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작업은 앞서 벌어진 윤석열과 윤석열 주변인물들이 벌인 친위 쿠데타나 인사 쿠데타, 사법 쿠데타와 마찬가지로 군사작전를 하듯이 이뤄졌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오전 1시쯤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이어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후보 신청 등록을 오프라인으로만 받았다. 새벽에, 그것도 단 1시간만 후보 신청을 받으며, 아래와 같은 32종의 서류를 요구했다.
▲후보자등록신청서 1부
▲이력서 2부
▲자기소개서 3장 이내
▲당적 확인서 1부
▲서약서(서약서, 타당당적말소 서약서, 피선거권 제한규정 숙지 및 서약서, 청렴 및 윤리규칙 준수에 관한 서약서, 클린경선소위 후보자 검증서약서 각 1부)
▲후보자 가족관계등록부 증명서 5종 각 1통 및 후보자·배우자 및 직계비속 주민등록등·초본 각 1통
▲병역사항 현황서 1부
▲후보자, 배우자 및 직계비속의 병역사항
▲병적증명서 또는 복무확인서 1통
▲재산보유현황서 1부
▲세금납부 및 체납증명에 관한 현황서 1부
▲후보자, 배우자의 소득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납부실적 증명서 및 체납증명서 각 1통(최근 5년간)
▲후보자 및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내역서 각 1통
▲후보자 및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최근 5년간) 각 1통
▲전과기록증명에 관한 제출서 1부
▲후보자의 범죄경력회보서(공직후보자용) 1통
▲후보자 범죄사실 소명서 1부
▲최종학교 졸업증명서 1통
▲경력 증명서 1통
▲기부·봉사활동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해당자에 한함)
▲장애인 또는 독립·참전·국가유공자 증명서(해당자에 한함)
▲국적변경신고서 1부
▲탈당소명서 1부(해당자에 한함)
▲선거사무소 설치(변경) 신고서 1부
▲후보자 인영신고서 1부
▲후보자 대리인 신고서 1부
▲개인정보제공 동의서 1부
▲여론조사 등 대표경력 신고서 1부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사전 질문서 1부(질문항목 123개)
▲당비 및 경선후보 등록 기탁금 납부 확인서 1부
▲후보자 사진 2매 및 JPG 파일
▲후보자 인적사항 요약자료
주말 새벽 시간에 도무지 준비할 수 없는 다수의 서류를 제출한 사람은 한덕수 후보가 유일했다. 이는 사실상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한 후보 쪽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그를 유일한 후보로 등록시키기 위해 꼼수를 쓴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후보는 마치 준비했다는 듯 후보 등록 절차가 시작되자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국민의힘은 오전 4시 40분쯤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최종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사실상 한덕수 1인을 위한 대선 후보 선출 절차를 새벽에 기습 처리한 뒤,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후보 재선출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11일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를 지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법적·절차적 다툼 여지가 클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당 지도부는 국민의힘 당헌 제 74 조의 2(대통령후보자의 선출에 대한 특례)에서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후보자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근거로 강제 후보 교체를 추진했지만, '상당한 사유'라는 표현이 모호하고 당헌·당규에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해석에 논란이 있다. 법적 다툼으로 간다면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 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86.7%를 차지했다는 지난 7일 당원 대상 조사 결과가 '상당한 사유'라고 주장한다. 단일화에 대한 당위성 조사만 있고 후보 취소와 다른 후보 재등록에 대한 여론이나 단일화 방향성 등에 대해 정확히 묻지 않은 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상당한 사유'로 해석한 셈이다.
또한 당 지도부는 한 후보로 강제 후보 교체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지난 8∼9일 이틀 동안 당원과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김 후보와 한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했지만, 중앙선관위 결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 캠프 쪽은 이를 근거로 "공표도 못하는 단일화 여론조사는 정당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후보가 조사에서 우세하다는 전언은 언론에 보도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조사됐고 어떤 계층에서 얼마나 앞서는 것인지, 공정한 조사인지 검증도 되지 않는다.
"북한도 이렇게 안 한다"
이처럼 절차적으로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일면서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강제 후보 교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대선 경선 후보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친윤들이 새벽 3시에 친윤이 미는 1명(한덕수)을 당으로 데려와 날치기로 단독 입후보 시켰다"면서 "직전에 기습 공고해 다른 사람 입후보를 물리적으로 막았다. 북한도 이렇게 안 한다"고 비난했다.
한 전 대표는 "설령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를 교체할 사정이 생겼다 가정하더라도, 다른 경선 참여자들을 배제하고 왜 당원도 아닌 '특정인 한덕수'로 콕 찍어서 교체해야 하는 건지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비공개 샘플링한 여론조사 때문이라는 변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냥 친윤들 입맛대로 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분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도 않고, 계엄 발표를 옆에서 지켜보며 막지 못한 총리일 뿐"이라며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억지로 한덕수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내면 국민들로부터 표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 같나. 친윤들이 그걸 모르겠나. 친윤들은 자기 기득권 연명을 바랄 뿐, 승리에 애당초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새벽에 이뤄진 기습적인 강제 후보 교체에 대해 "당 지도부는 당원들과 국민들이 잠든 한밤중에 기습 쿠데타처럼 민주적으로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를 취소시키고, 사실상 새 후보를 추대하는 막장극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참담하다. 내가 알고 사랑하는 우리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라며 "비정상적으로 교체된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국민이 잠든 새벽시각, 국민의힘은 불과 국회의원 62명의 찬성을 빌미로 수십만 명의 책임당원과 국민이 참여해 민주적으로 선출한 대통령 후보를 전격 취소했다. 이는 명백히 대국민 사기극이며 쿠데타"라면서 "특정세력의 원내 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한 무력찬탈행위에 전 당원들과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떨쳐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벽3시 기습적 입후보 공고는 전면 무효이며 한덕수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배현진 의원은 "3시~4시 ,단 1시간 만에 저 어마무시한 양의 서류들을 준비해 국회에서 새 후보로 등록하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누구를 위함인가"라며 "김문수 아니라 누가 선출 됐어도 우격다짐으로 갈 작정이었나"라고 물었다. 배 의원은 "수십 억 들여 경선은 무엇하러 했나. 말 장난 서커스였나"라며 "당을 존중하고자 무던히 노력해왔지만, 이 야밤의 법석은 당의 원칙에 대한 심대한 도전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박정훈 의원도 "갖가지 꼼수까지 동원해 정식 절차를 통해 선출한 후보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는 건 정당사에 남을 치욕적 장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직 의원과 원외에서도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을 지키는 전직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당원 일동'은 입장문을 내고 "김 후보가 경선 당시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약속하며 경선의 정당성을 훼손한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해도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된 후보를 군사작전 하듯 새벽에 갈아치우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며 "간밤의 '비대위 계엄'은 80여만 당원의 권리를 찬탈한 당내 쿠데타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늘의 폭거는 정당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정치사의 지울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는 비대위와 60여명 국회의원들의 비민주적 폭거에 단호히 반대한다. 동시에 당내 공식적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과 당원들을 모욕하고 짓밟은 만행에 분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와 선관위는 '비대위 계엄' 을 즉각 해제하라. 당의 대선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과 당원들에게 사죄하고 지금 당장 비대위와 선관위에서 전원 사퇴하라"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당의 강제 후보 교체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자신이 유일한 후보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입니다"라고 운을 떼며, "지난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 어젯밤 우리 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외쳤다.
김 후보는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이라는 괴물과 싸워야 할 우리 당이 어젯밤 괴물로 변해버렸다"면서 "우리 당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돼 있다. 그런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축출하려 했다. 결국 오늘 새벽 1시경 정당한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이어 새벽 3시부터 단 1시간 만에 32건의 서류를 준비하게 해서 현장 접수를 강행했다"면서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 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에게는 반드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날 회견 직후 국민의힘 당사에 있는 대선 후보 사무실로 출근했다.
한덕수 캠프 쪽은 간밤의 기습적인 강제 후보 교체에 대해 "단일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 캠프 이정현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단일화를 위해서는 확정된 후보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 자체를 후보 교체로 보는 것"이라며 "따라서 지금은 단일화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오늘 새벽 후보 교체가 있었는데, 이것을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과정으로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강제 후보 교체 작업을 주도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의 자격을 취소한 데 대해 "여러 차례 의총을 열고 당원 여론조사로 모인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며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후보를 후보 취소하는 게 대의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해명이다. 지도부에서 자의적으로 후보를 결정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권 위원장은 "80%가 넘는 우리 당원이 후보 등록일(10∼11일) 이전에 단일화를 요구했다"면서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의 명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한 후보 1명만 입후보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대선 후보를 취소하고 재등록하는 쿠데타를 벌였지만,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이나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서 미리 정해진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그러면서 김 후보를 향해 "당원들의 신뢰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 시간을 끌며 사실상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면서 "김 후보에게 단일화는 후보가 되기 위한 술책일 뿐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합의에 의한 단일화가 실패했다"며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은 제가 오롯이 지겠다"고 덧붙였다.
'기호2번' 후보, 소멸될 수도
지난 새벽 당 지도부의 일방통행과 꼼수로 한 후보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입후보하는데 성공했지만, 한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될지도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기호 2번' 후보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5시 김 후보가 당을 상대로 낸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을 했다. 재판부는 주말에 접수한 사건인데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문 기일을 지정했다. 대선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를 앞둔 만큼 이르면 이날 밤 또는 내일 오전에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가처분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국민의힘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김 후보는 후보 지위를 회복하겠지만,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하거나 기탁금 납부 등을 협조하지 않으면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할 수 없다. 선관위에서 실질적인 후보 지위를 인정해 등록을 받아주더라도 형식적 하자로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법원에서 이른 시간 내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후보 등록 마감인 11일 오후 6시까지 절차를 마치지 못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기호 2번 후보 자체가 날아가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가처분이 기각되고 한 후보가 당내 절차를 거쳐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확정돼도 마찬가지로 문제다. 본안 소송에 가서 김 후보로 결과가 뒤집힐 경우 국민의힘은 후보가 날아갈 뿐 아니라 보조받은 선거비용 수백억 원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도 압박이다. 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는 만큼 '사법 리스크'를 안고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 향후 한 후보가 형사 처벌을 받거나 김 후보에게 배상을 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수사 기관 고발도 이뤄졌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한 후보를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피고발인(한 후보)은 대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직후 당에 입당함으로써, 공직선거법 제49조 제6항이 금지하는 '후보자등록기간 중 당적 변경'을 감행했다"며 "이는 해당 조항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후보 자격 자체가 성립될 수 없게 하는 중대한 위법사유"라고 주장했다.
또 "(한 후보는) 등록이 무효인 자임에도, 적극적으로 후보자 등록을 진행하였으므로 공직선거법상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당 지도부(비대위)와 공모하여 후보 교체를 주도한 측면이 인정된다면, 법정 최고형 수준의 처벌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이미 경선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를 임의 박탈하고 피고발인을 새 후보로 등록한 행위는 정당법이 정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면서 정당법 위반 혐의도 주장했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 한 후보 3자의 입장도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날 가처분 심문에서도 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 양상이 그대로 되풀이됐다.
김 후보 쪽은 심문에서 "당이 새벽 2시에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3∼4시 후보 등록을 받았다. 김 후보는 그 시간에 알지도 못했다"며 "이런 식으로 후보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최소한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킬 의지도 없는 폭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쪽 대리인은 "새벽에 공고가 된 것은, 전날 단일화 협상이 12시 조금 넘어 끝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늦어진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맞섰다.
가처분 심문 종료 뒤, 김 후보와 한 후보 쪽은 다시 한 번 단일화 협상을 재개했지만, 약 40분 만에 결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