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국힘지도부 단일화 진흙탕 싸움 점입가경
김 "지도부 손떼라" vs 권영세 "당원 국민 배신"
한덕수 "단일화 안되면 후보등록 않겠다"
한 뒤늦게 1호 공약…민주당 "무자격 인증"
민주당 "단일화 쇼에만 몰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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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 과정이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단일화를 조율하지 못하면서 서로 싸움만 하고 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에 단일화 과정에 손을 떼라고 했다. 한 후보는 당에 단일화를 일임하면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에 등록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런 동상이몽도 없다.
시간이 계속 지나는데 제대로 된 선거운동이나 공약은 하지도 않은 채 당 내 권력싸움에만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미뤄져 사법 쿠데타마저 실패하니 단일화 싸움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는 7일 오후 6시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여전히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김 후보가 단일화를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며 "그럼에도 당에서 후보를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치열한 경선을 뚫고 대선 후보가 된 김문수 후보 입장에서는 정체성과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한덕수 후보와 1대 1로 단일화한다는 건 정치 과정에서 상정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단일화를 압박하자 불편한 내색을 표현한 것이다.
한 후보는 김 후보와 입장이 다르게 국민의힘에 단일화 절차를 일임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 대선캠프에서 기자회견하며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한 후보는 "정치적인 줄다리기는 하는 사람만 신나고 보는 국민은 고통스럽다"며 "도리가 아니다. 그런 짓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단일화의 세부 조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단일화 절차, 국민의 힘이 알아서 정하시면 된다. 아무런 조건 없이 응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와 한 후보의 권력싸움을 두고 '내란 잔당의 막장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 후보는 지난 6일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1박 2일로 영남을 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를 만나기 위해 대구로 갔다. 이 소식을 들은 김 후보는 갑자기 일정을 중단해 버렸다. 김 후보가 일정을 취소한 것은 '단일화 압박'에 나선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로 돌아온 김 후보는 긴급 입장문에서 "불필요한 논쟁은 없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하라"며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대통령후보가 주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 아파트 앞에서 30여 간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다. 김 후보와 지도부가 서로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스스로 하신 단일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 한 후보를 먼저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믿고 우리 당원과 국민은 김 후보를 선택했다"며 "이제 와서 그런 신의를 무너뜨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도 더 이상 우리 당과 우리 후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논하기 이전에 국민과 당원에게 드린 약속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 측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단일화 압박'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 6일 "단일화가 실패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큰 배신이고 배반이 될 것"이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에게 직접 단일화 압박을 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후보의 발언에 '부당한 압박'이란 불만도 나왔다. 김 후보는 정당한 절차로 선출됐는데 뒤늦게 대선에 나온 한 후보가 단일화 압박을 하는 것 자체가 '선을 넘는 행동'이라는 의견이다. 김 후보는 총 3억 원의 기탁금을 내고 당 경선에 참여했다. 20일간의 레이스를 진행했고, 11명의 후보자 중 1인이 되기까지 세 차례 경선을 통과했다.
한편 한 후보는 이날 1호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뒷북 공약'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덕수 캠프의 윤기찬 정책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캠프에서 "과학기술·환경·AI를 하나의 전략 축으로 통합하겠다"며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기능을 통합해 과학 기술과 산업 혁신 역량이 AI혁신 전략부에 집중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변인은 "각종 정책 추진동력 확보를 위해 AI혁신전략부를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한나 선대위 대변인은 "공약 하나 없는 후보라는 국민적 비판이 아팠냐"며 "오히려 무비전·무정책·무자격 후보라는 민낯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단일화 쇼에만 몰두하다 이제야 늑장 공약을 내밀며 대선 후보 행세를 하는 모습이라니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 않냐"며 "이런 속도와 준비로 어느 세월에 어떤 국민이 대선 후보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공약을 내놓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단일화 쇼' 막장 드라마 주인공이 아닌, 무너진 국정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민생을 책임질 준비된 리더를 원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면서도 비전 없는 후보, 내란 책임은커녕 기득권을 놓을 생각조차 없는 저열한 욕망의 정치, 그 낯부끄러운 행보를 모든 국민이 냉정하게 보고 있다"며 "한 후보가 이제와 무자격 후보임을 감추려 해도 이미 늦었다. 뻔뻔한 한 후보의 볼썽사나운 욕망의 끝에는 국민의 엄중한 심판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