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환율…'대선 개입' 사법 쿠데타가 변수
4월 환율 변동성 2년 5개월 만에 최대
통상 협상·대선 앞두고 불확실성 커져
정권 교체되면 계엄 전 수준 회복 가능
대선 후 통상 협상 성과나면 내려갈 듯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주간거래 기준 저점과 고점 사이 변동 폭이 34.7원에 달했다. 지난 2022년 11월 11일(37.4원) 이후 가장 심하게 출렁거린 것이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데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도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이 직접 대선에 뛰어들어 유력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대선을 관리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를 선언하며 환율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4월 원/달러 평균 변동 폭 2022년 11월 이후 최대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하루 평균 변동성은 2년 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가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4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4월 중 원/달러 환율의 평균 변동 폭과 변동률(전일 대비·주간 거래 기준)은 각각 9.7원과 0.67%로 집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로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보였던 2022년 11월(12.3원·0.9%) 이후 변동성이 가장 컸다. 3월(4.3원·0.29%) 변동 폭의 2배가 넘는다.
환율은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달 9일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달러당 1487.6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 약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는 90일 유예한다고 밝힌 영향으로 11일 야간 거래에서는 달러당 1420.0원으로 하락했다. 그 이후 달러당 1400원 대 초중반 사이에서 거래됐다. 그러다가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이 진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2일 환율은 야간 거래 중 1391.5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 비상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가장 낮았다.
대선 후 불확실성 해소되면 원화값 계엄 이전 수준 회복
전문가들은 앞으로 환율이 내려갈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본다. 물론 관세 협상과 대선 결과가 환율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 원화 약세의 원인이 됐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점에서 12·3 비상계엄 이전 수준으로 환율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 환율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는 점도 원화 강세를 점치는 이유다. 미국으로서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환율 정책을 통상 협상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정했다. 미국은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을 평가해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가 660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미국의 환율관찰 대상국이다.
만약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라면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환율 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내란 사태까지 겹치며 현재 원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급락했던 환율은 아직 비상계엄 선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환율이 폭락해 원화가 단기간에 강세로 돌아서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한국의 환율 정책에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한국 외환 당국은 환율이 급등하자 시장에 개입해 달러 강세를 막았다. 미국이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방향의 통화 정책을 펼친 셈이다.
전문가들 “하반기엔 달러당 1300원 대 회복도 가능”
트럼프 발 관세전쟁으로 초강세를 보였던 달러는 이미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소식에 중국의 위안화와 대만달러는 달러 대비 강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0 밑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다.
많은 전문가는 대선 이후 1300원 대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비상계엄 이전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국내 정치 상황도 돌발 변수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대법원의 사법 쿠데타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하고 미국과 중국 갈등이 증폭되면 환율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외 변수는 우리가 통제하기 어렵지만, 국내 정치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환율 안정 측면에서도 대선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새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협상에서 성과가 나오면 ‘고환율’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