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억압받는 자들의 친구, 88세 일기로 별세
세월호 유족 위로, 남북평화 각별한 관심 보여
억압받는 자, 고통받는 자, 소외된 자들의 친구,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교황으로서 그의 지난 12년간 그는 무엇보다 고통과 부정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침묵하거나 방관하는 태도는 중립이 아니라는 선언으로 인류에 윤리적 나침반을 제시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했던 이였기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그의 죽음에 가장 슬퍼할 이들은 한국인들일 듯하다.
바티칸은 21일(현지시간) 교황이 이날 오전 7시 35분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고 영상 성명을 통해 밝혔다.
2013년에 교황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간 교황직을 수행했으며 올해 2월부터 기관지염을 앓다가 폐렴 진단을 받고 한달 넘게 입원해 치료를 받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한국 사회의 아픔과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으며, 북한 방문에 대한 의지도 여러 차례 표명했다.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고 유족들이 전한 노란 리본을 옷에 단 채 공식 일정에 나서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방한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황은 한 기자로부터 "노란 리본을 착용한 것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어떤 이가 내게 교황은 중립적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나는 '이렇게 큰 고통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2014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남북한 간에 경쟁과 대립을 넘는 ‘한 가족, 한 민족’으로서의 연대를 강조했다 . 또한, 2023년 크리스마스 메시지에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 각지의 평화를 기원하며, 인도주의적 지원과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을 촉구했다. 북한 방문 의사도 여러 차례 밝혔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의 바티칸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 초청 의사를 전달받았으며, 이에 대해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응답했다. 2022년에도 바티칸 외무장관은 교황이 북한의 공식 초청을 기다리고 있으며, 평화를 위한 방문 의지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