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에도 장관들이 사표내지 않는 이유

내란죄 공범만은 피해보려는 안간힘

현직이 불법 계엄 흔적 지우는데 유리

국민과 국익 팽개치고 자신 안위 급급

그들에겐 정권교체가 최대 위협 요인

대선관리 맡아 내란세력 복귀 도우려

2025-04-17     유상규 에디터

윤석열이 대통령에서 파면됐는데도 스스로 사임한 장관이 아무도 없는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내란 종결과 수습을 위해서는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내란에 동조하거나 적어도 방조한 내각이 국정을 책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12.3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책임지고 스스로 사표를 낸 윤석열 정부의 장관은 한 명도 없다. 박근혜 파면 이후에는 여러 장관이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왜 그럴까? 박근혜 정부의 장관들이 윤석열 정부 장관들보다 양심적이어서? 그럴 리가 없다. 국민과 국가가 안중에 없고 자신들의 안위만을 챙기기는 두 정부 장관들 모두 매한가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2025.4.10. 연합뉴스

자신들이 모시던 대통령의 파면 이후 두 정부 장관들의 행태가 다른 이유는 파면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쫓겨났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를 구성한 장관들은 부차적인 책임을 지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윤석열의 장관들은 내란의 공범 신세다. 중요임무에 종사했느냐 아니냐의 차이에 따라 처벌의 무게가 다를 뿐, 무거운 벌을 받을 가능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은 12.3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내란을 일으켰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파면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윤석열을 옹호해 온 국민의힘은 형사재판이 안 끝났으니 내란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12.3 비상계엄을 위헌‧위법이라고 결정했고, 검찰은 윤석열을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했다. 그러니 당연히 국민 대다수가 ‘윤석열의 난’이라고 인식하고, 공정한 언론은 '내란'이라고 쓴다.

윤석열 정부에서 12.3 내란 이후 사표를 낸 장관은 김용현 국방, 이상민 행안, 김문수 노동 등 3명뿐이다. 김용현은 쿠데타가 실패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은 그를 면직시켰다. 내란 사태의 중요임무 종사자로 지목된 김용현은 국회 국방위의 긴급 현안 질의를 앞두고 이를 피하려 부랴부랴 사표를 낸 것이다. 이상민 역시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이를 피하려 다음날 사표를 냈다. 김문수는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결론적으로 불법 계엄, 내란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국무위원은 아무도 없다. 책임은커녕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하기 일쑤다.

 

15일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KTX역 광장에서 시민단체 광주전남촛불행동 관계자들이 광주를 방문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5.4.15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재의 탄핵소추 기각으로 복귀한 뒤 여전한 거부권 행사 버릇을 그대로 부렸다. 하다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해서는 안 되는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강행했다. 그것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했다.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이에 헌재가 8일 만에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한덕수는 막판까지 자신은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게 아니라 ‘발표’했을 뿐이라는 해괴망측한 변명을 내놓았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를 ‘각하’시키려는 눈속임이었다.

최상목 부총리가 12.3 내란 이후 보인 ‘법꾸라지’ 행각은 이미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다. 대통령에게서 받은 지시 메모 용지를 ‘쪽지’라며 읽어보지도 않고 직원에게 건네주었다고 했다. 어떻게든 윤석열의 내란동조 혐의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또한 헌재가 분명하게 위헌이라고 한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미루다 한덕수가 대행으로 복귀하자 그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새로운 버전의 뻔뻔함도 드러냈다. 16일 열린 자신에 대한 국회 법사위 탄핵사건 청문회에서 김용민 의원이 “비상계엄 이후 핸드폰을 바꾸거나 유심을 교체한 일이 없느냐”고 묻자 단호하게 “교체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비루한 거짓말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통신사 제출자료 공개로 바로 들통났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급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동관과 김홍일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헌재에서 파면이라는 징계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지만 외견상으로는 자신이 책임지고 물러난 모양새다. 윤석열의 장관들은 왜 현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위헌, 위법, 양심불량까지도 마다하지 않을까?

현직을 지키고 있는 게 추후 내란죄 처벌을 피해가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한 자신들의 행각을 지우기 위해서 현재 자리에 있어야만 한다. 특히 대선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관들은 더욱 그렇다.

한덕수 대행의 이완규 후보 지명을 놓고 윤석열에 대한 충성심 또는 명령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한덕수는 그렇게 의리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를 중용했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그의 처신이 이를 방증한다. 이완규 처장을 헌재재판관에 지명한 것은 자신이 재탄핵되거나 국민의힘 정당해산청구 등에 대비해 헌재의 구성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겠다는 속셈으로 봐야 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5.4.16.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의 핸드폰 교체 관련 새빨간 거짓말도 내란죄 회피용의 냄새가 짙다. 정청래 위원장이 말한대로 내란 공범혐의자들은 공통적으로 핸드폰을 교체했다. 그러니 계산 빠른 최 부총리가 핸드폰 교체 그룹에 끼고 싶지 않아서 한 치 앞도 살피지 않고 허위 증언을 한 것이다. 거짓말로 허위 증언의 처벌을 받더라도, 내란죄 중요임무종사는 피하려는 꼼수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의 장관들은 필사적으로 내란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여기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다. 6월 3일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면 자신들이 자유로워지고, 나아가 더욱 승승장구할 것으로 믿는다. 자신들이 몸담은 정부의 최고 수장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해 파면됐는데도 그들이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려는 이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들에게 대통령선거 관리를 맡겨서는 안 된다. 목숨 걸만큼 절실한 그들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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