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기업체감경기 찔끔 상승 4월 전망치는 곱 하락

기업심리지수 30개월 연속 기준치 밑돌아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기업의 불안감 반증

한경협 조사 BSI는 37개월째 부정적 전망

2025-03-26     유상규 에디터
기업 체감경기가 비관적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업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관적인 기업 체감 경기가 30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기업심리지수는 3월 다섯 달 만에 바닥권 수준에서나마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한 달 뒤 4월에는 3월 상승분보다 더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개인의 소비심리와 마찬가지로 비상계엄 사태의 우두머리인 대통령 파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p 상승한 86.7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오른 기록이다. 하지만 4월 전망치는 85.6으로 이달 전망치보다 2.4p 하락했다. 한 달 만에 이달 반짝 상승분의 두 배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말이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 지표다. 장기 평균치(2003년 1월~2024년 12월)를 기준값(100)으로, 100보다 높으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기업심리지수(CBSI) 추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이후 전산업 CBSI는 추세적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98.6) 기준값 100 이하로 떨어진 이후 이달까지 30개월 연속 비관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지난해 12월(87.3) 이후 4개월 연속 80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산업 CBSI가 역대로 70대인 달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체감 경기가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는 반증이다.

3월 산업별 CBSI는 제조업(91.9)은 제품 재고(-0.6p)를 제외하고, 업황(+0.7p), 생산(+0.4p), 신규 수주(+0.4p), 자금 사정(+0.9p) 등이 모두 오르면서 2월보다 1.8p 상승했다. 비제조업 CBSI(82.9)도 업황(+0.7p), 자금 사정(+0.5p) 등을 중심으로 1.2p 올랐다.

하지만 4월 전망치는 제조업(89.9), 비제조업(82.4) 모두 이달 전망치보다 1.2p, 3.4p 하락했다. 제조업의 구성 지수 기여도는 제품 재고가 전월 대비 보합 수준이고, 나머지 업황, 생산, 신규 수주, 자금 사정 등 모든 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비제조업은 모든 구성 지수가 전월 대비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해 자동차, 반도체 등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은 다음 달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석유정제, 화학, 디스플레이, 조선 등 일부 업종은 반사이익을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기업심리지수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세부 업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흐름을 보면, 제조업에서는 금속가공, 석유정제·코크스, 자동차를 중심으로 업황 등이 개선됐다. 비제조업에서는 부동산업, 운수창고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의 실적이 좋아졌다. 이 중 부동산업 실적 개선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매출이 증가한 덕분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3월 경제심리지수(ESI)는 87.2로 전월보다 3.0p 하락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87.3)도 1.0p 내렸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84.2) 이후 4년 5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이번 한은의 조사는 이달 11~18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3308개 기업(제조업 1858개·비제조업 1440개)이 답했다.

 

종합 경기실사지수(BSI) 추이. 자료 : 한국경제인협회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조사 결과는 중앙은행인 한은 조사보다 더 심각하다. 26일 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8.0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1월 84.6, 2월 87.0, 3월 90.8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80대로 떨어졌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한경협의 BSI 전망치는 지난 2022년 4월(99.1) 이래 37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역대 최장기 부정적 경기 전망 기록이다.

업종별 BSI는 제조업 92.0, 비제조업 84.2를 기록했다. 비제조업은 지난 1월부터 4개월 연속 80대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내수가 위축됐던 2020년 4∼7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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