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지른 투기 불길, 권성동이 전국으로 확산
주택시장 양극화 해소 위해 양도세 중과 폐지?
지금도 대한민국 가계부채 전 세계 최상위권
서울 이어 지방 집값 오르면 나라는 회생불능
서울 집값 낮춰야 대출 줄고 소비여력 생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방에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면 다주택자 중과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명목은 서울과 지방 간의 부동산 양극화 해소인데, 서울 집값을 내릴 궁리는 하지 않고 왜 애먼 지방 집값을 올릴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가뜩이나 다락같이 높은 서울 집값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잠실 등 토지거래허가제를 전격적으로 풀면서 강남 등을 중심으로 더욱 꿈틀거리고 있다. 오세훈이 서울에 투기의 불길을 지피고, 권성동이 이 불길을 전국으로 번지게 하는 격이다. 마치 역할을 분담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분명한 건 지방까지 투기의 불길이 번진다면 빚더미 위에 올라 앉은 대한민국은 회생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방가서 투기하라고 부추기는 국민의 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8일 "국민의힘은 지방에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경우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과 지방 간의 부동산 양극화 해소가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종부세율 인상, 양도세·취득세 중과, 공시가 인상 등 문재인 정권의 다주택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조세 폭격은 부동산 탈레반이라고 불릴 만큼 맹목적이었다"며 "그 결과는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똘똘한 한 채, 서울의 고가 아파트 쏠림만 만들어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부동산 세제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민간 임대사업자로서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의 시장 기능을 수용하고 부동산 자금이 지방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 추가 주택 구입시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의 구체적 방안으로 "첫 번째 (구입하는) 주택이 지방에 위치할 경우 주택 채수에 넣지 않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세제 개편이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두 번째부터 보유하는 주택이 수도권일 경우에는 기존 과세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를 통해 현재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수요를 지방으로 돌리고,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당정 협의, 여야 협의, 사회적 공론화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의 인식과 발언은 어처구니 없다. 서울과 지방의 주택 가격 양극화가 극심한 건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묘방은 서울 집값을 하락시켜 지방 집값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등을 통해 지방 집값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서울 집값과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한다.
오세훈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투기의 작은 공
권성동 원내대표에 앞서 같은 당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난데 없이 투기의 불씨를 타오르게 만들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 주택(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포함) 매매 가격 지수는 전월보다 0.1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1월(0.20%)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한 곳은 단연 ‘강남 3구’였다. 송파구(0.94%), 서초구(0.74%), 강남구(0.68%)의 집값이 뛰었다. 지난달 12일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된 송파구와 강남구는 각각 6개월, 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초구는 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용산구(0.24%), 강동구(0.16%), 광진구(0.15%), 마포구(0.14%)도 상승했다.
이 지역들의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노원구(-0.07%)과 도봉구(-0.04%), 강북구(-0.03%), 구로구(-0.03%), 은평구(-0.02%) 등이 하락했음에도 서울 집값은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게 됐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동기 2714건 대비 91% 증가한 517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토허제 해제 지역인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 포함된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105건으로 전년 동기 466건보다 137%나 증가했다.
특기할 만한 건 이들 지역에서 갭투자(전세 낀 주택매입) 의심 주택구매 건수가 이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7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투기 수요가 대거 유입되었음을 방증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가계부채비율 전 세계 최상위권을 달리는 대한민국
오세훈이 투기의 불씨를 지피고 권성동이 그 투기의 불씨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려 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가계부채에 짓눌려 죽어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세계 38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2위를 기록했다. 100.6% 비율을 나타낸 캐나다 다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본디 한국 가계부채비율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래 2023년까지 100%를 웃돌면서 부동의 1위였지만, 작년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 개편 등으로 2023년 말 비율이 갑자기 93.6%로 크게 하향 조정돼 그나마 순위가 2위로 내려왔다.
한편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1일 발표한 최신 통계에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7%로 세계 4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5위를 기록했다. 이는 신흥시장 평균(49.1%)이나 주요 20개국(G20) 평균(61.2%), 조사 국가 평균(61.9%)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비율이 전 세계 최상위권인 이유는 자명하다. 소득 대비 터무니 없이 높은 집값과 이 집값을 유지하기 위한 대출 정책 때문이다. 집값을 낮추지 않으면 가계대출은 줄어들기 힘들다.
서울 집값을 낮춰서 지방 집값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만이 살길
대한민국이 걸어갈 길은 정해져 있다.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서울 집값을 낮춰 지방 집값과의 간격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대출총량도 통제할 수 있고 소비할 여력도 생긴다.
참으로 놀라운 건 오세훈 시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울과 지방으로 정확히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오세훈 시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협업이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도저히 회생불능의 상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