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나치부역 언론 처벌과 한국 반민족언론
시민주최 심포지엄에서 친일언론 청산 논의
조선일보 반역의 역사, 폐간으로 참회록 남겨야
지난 7일 「유럽의 나치 부역 언론의 처벌과 한국의 길」이란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이 서울 안국동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렸다. 한국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그 교훈을 민족 앞에 뚜렷이 남기기 위해서 친일파, 친일행위자, 반민족 친일 언론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던 행사였다.
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언론개혁시민행진단, 시민인권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행사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모순과 권력기관의 폭력성을 진단하는 시간이었다. 그 단적인 예로, 한 사람의 망상이 어이없는 친위 쿠테타를 일으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벌어졌다. 오랜 기간 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구조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한껏 보여준 것이다.
더욱이 선진 민주사회로 정착해 가는 과정에서 약점을 파고드는 세력이 검찰과 언론 권력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 그 기반에는 일제 35년 동안 벌어졌던 반민족행위자와 식민사관의 유전자를 가진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숨죽여 잠복해 오다가 독점권력 세력이 저항 세력에 대립하면서 선동과 무질서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반민족 반역의 역사를 청산하는 과제로 숨은 폭력성을 제거하고 민족의 정체성 확립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임상우 서강대 전 부총장이 좌장을 맡은 심포지엄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재승 건국대 교수는 「전후 독일에서 나치 언론인 청산」이란 주제에서 나치 통치 기간 좌파 신문은 폐간되었고, 자유주의적인 신문사들은 강제로 매각되어 획일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나치하 언론 환경은 통치자를 위한 선전기관으로 전락해 버렸다. 한국의 보수신문도 자기 정화를 하지 못한 채 식민지에서 형성된 지배층의 매판적 속성을 지녔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이종호 전 KAIST 교수는 「프랑스의 나치 부역자 처벌과 언론인 처벌」이란 주제에서 프랑스가 과거 청산에서 보여준 나치 협력자 처단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자유와 사회정의, 그리고 인권이 참되게 존중받는 민주국가 건설에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네덜란드인 그리젤다 몰레만스(Griselda Molemans) 탐사저널리스트는 「네덜란드 나치 부역 언론 처벌의 현대사적 의의」에서 나치독일에서 해방된 네덜란드는 언론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언론정화위원회」를 만들어 ①협력자 ②수익자 ③기회주의자 등 세 유형으로 분류해 기자, 편집자와 발행인들이 윤리 위반을 했는지 평가하고 언론이란 직업에서의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배제, 형사 기소 등으로 처벌이 다양하게 이뤄졌다고 소개하였다. 특히 몰레만스 씨는 언론정화위의 활동이 네덜란드 언론에 남긴 교훈으로 ㉠역사 인식 ㉡저널리즘의 전문화 ㉢정치적 영향력 통제 ㉣윤리와 도덕성 등을 꼽았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손석춘 전 건국대 교수는 「한국 현대사의 치욕: 일제 부역 언론의 권력화」에서 조선일보는 3·1운동 후, 조선 민중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조선총독부가 친일단체인 「대정친목회」에 허가해 준 신문으로, 보도 내용과 사주 방응모의 친일 행위를 바탕으로 반민족 행위에 대해 설명했다. 1933년 조선일보를 인수한 방응모가 일본 제국의 보도기관으로서, 철저하게 반민족 반역언론으로 이끌었던 점. 조선 청년을 일본군 총알받이로 내모는 선동을 일삼았다는 사실 등을 명확히 하고, 조선일보는 민족을 배반한 반역신문으로 규정했다. 그러므로 조선일보는 반민족 반역처벌과 동시에 폐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 말미에 토론자로 나선 박인식 KCJ국제관계연구소장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모순과 비극은 식민지 잔재 미청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제 잔재 미청산은 친일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군림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하였다. 친일 반역자와 집단의 문제는 과거에 잠시 존재했던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제국주의와 패권주의가 살아서 굴절된 거대한 힘과 권력으로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민족의 가슴에 대못질한 반역의 역사 중심에 서 있는 조선일보를 단죄해야 민족 가슴속에 참회록을 간직하게 되며, 그래야만 우리 사회의 정의 실현과 민족의 정기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득우 조선일보페간시민실천단장은 토론에서 조선일보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유럽 각국에서 친나치 언론인을 처벌한 것처럼 조선일보를 처벌하지 않으면 진정한 평화와 번영, 행복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정철승 변호사는 「반역언론 처벌의 입법방안」에서 ‘문명국가에서 반역행위에 대해서 공소시효란 없다’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파시즘 세력으로부터 식민지 또는 점령에서 해방된 국가들은 민족을 배반하고 국민을 학대한 자들을 처단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즉, 공소시효가 없는 범죄가 있다면서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이스라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자행된 인종학살을 비롯한 반인도범죄 같은 나치 범죄는 공소시효를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였다.
‘반역 언론사 조선일보에 대한 법률적 처벌 방안’으로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친일·반민족규명법)」에 근거하여 조선일보의 사주 방응모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그 후손들에게 상속 또는 유증ㆍ증여를 했던 반역 언론사 조선일보의 주식은 친일재산으로서 국가의 소유로 귀속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을 통한 조선일보 폐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현행 신문법에 열거된 등록취소 사유(3가지)에 아래와 같은 한 가지를 추가하는 신문법 개정을 통해 반역 언론사 조선일보사에 대한 폐간(등록취소)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현행 신문법 제22조 제2항에 열거된 등록취소 사유에다 ‘침략국에 협력하고 침략국 수괴나 그의 지시를 받는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및 이에 동조한 경우’를 추가하는 신문법 개정을 하면 언제든지 폐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와 같이 신문법이 개정될 경우, 조선일보사가 등록된 광역지자체의 장인 서울특별시장이 신문법 제22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한다는 사유를 근거로 법원에 조선일보사의 등록취소 심판청구를 함으로써 폐간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이했지만, 우리 사회 속에 반민족 세력과 언론이 여전히 암약하는 것은 친일 반민족 역사 청산이 겉돌았기 때문이다. 친일 극우세력은 끊임없이 한국 사회의 의제로 제기되는 만큼 올해는 특히 중요한 시기이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유럽국가들이 행한 독일 나치 협력자들에 대한 처벌과 숙청을 가장 잘 알아야 할 나라가 한국이란 점에서, 우리의 반민족 반역의 역사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원래 이 행사는 르몽드기자(아시아 특파원)도 참여하여 프랑스 네덜란드의 언론인들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국제심포지움으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프랑스 기자의 갑작스런 신상변화로 인한 불참 때문에 외국인으로서는 네덜란드 탐사저널리스트만 참여한 것이어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긴 해도 이날 행사는 특히 시민들의 1구좌 3만 원의 모금을 통해 약 250명의 참여자들이 모은 돈으로 개최되었기에 명실상부한 '시민 주최 심포지움'이었다.
민족반역죄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일제부역 민족반역죄를 저지른 조선일보에 대해 반드시 국회에서 처벌입법이 제정되고 폐간에 이를 수 있도록 시민들의 열망과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