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에도 마은혁 임명 안 하는 '내란 대행' 최상목

또 뜸들여…윤석열 탄핵 선고까지 '완전체' 방해

헌재 "마은혁 재판관 임명 거부, 국회 권한 침해"

여야 합의? 본회의 의결 없었다?…문제 없다 판단

다만 헌재가 직접 임명 명령해달라는 청구는 각하

최상목에 법률상 의무 발생했지만 마음대로 무시

"법적 판단, 정무적 판단, 의견 수렴 거쳐야" 주장

한덕수 탄핵안 기각, 복귀할 때까지 보류 가능성

야권 "즉시 임명하고 사과해야" "내란수괴 대행"

2025-02-27     김호경 에디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7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는 헌법재판소의 명확한 결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최 대행은 마 후보자를 바로 임명하지 않고 또 시간을 끌려 하고 있다. 헌재 '9인 체제' 출범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한덕수‧최상목 대행의 몽니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막바지까지 마 후보자 임명이 안 됐는데 선고일을 앞두고도 지연 작전을 고수해 '완전체' 구성을 끝까지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헌재는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 헌재는 "청구인(국회)이 선출한 마은혁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의해 부여된 청구인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최 대행은)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이 헌법과 헌재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그 선출 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이들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은 청구인이 선출한 사람에 대해 재판관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다"며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선출되거나 선출 과정에 헌법 및 국회법 등을 위반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해 임명을 보류하고 재선출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측 이동흡(가운데) 변호사, 임성근(왼쪽) 변호사가 출석해 있다. 2025.2.27 [공동취재] 연합뉴스

'여야 합의가 확인돼야 한다'는 최 대행 측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여야가 재판관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안을 협의한 뒤 인사청문회 전까지 관련 절차를 진행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치적 상황이 급변해 국민의힘이 불참했기 때문에 '협의가 없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전례를 볼 때 3인 중 2인은 여야가 1인씩, 나머지 1인은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최 대행 측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헌재는 우 의장이 본회의를 거치지 않고 심판을 청구한 것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법정의견(다수의견)은 "이미 본회의 의결을 통해 권한 실현 의사를 결정하고 나아가 그와 같이 결정된 의사가 다른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되었음을 확인한 경우"라는 전제를 달며 "방어적 행위로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이를 위한 별도의 본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심판 청구에 절차적 흠결이 있었으나 국회의 사후적인 '임명 촉구 결의안' 가결로 보완됐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별개 의견을 남겼다.

다만 헌재는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도록 헌재가 직접 최 대행에게 명령해달라거나, 그 지위를 가진 것으로 간주해달라는 청구는 각하했다. 청구 자체가 관련 법률에 맞지 않아 부적법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러한 청구는 헌재로 하여금 마은혁에 재판관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정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헌재가 권한침해 확인을 넘어 일정한 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및 헌재법상 근거가 없으므로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했다.

이 같은 헌재 결정에 따라 최 대행에게는 마 후보자를 임명할 법률상 의무가 생겼다. 헌재법 66조는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 대행은 지체 없이 마 후보자 임명을 이행해야 하지만 또 자의적 잣대를 내세워 헌재 결정을 검토해보겠다고 뜸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정무적 판단'의 필요성까지 내세웠다.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함에도 제멋대로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미 통상정책 전문가 오찬간담회에서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2025.2.27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헌재 결정 이후에도 최 대행은 직접 나서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기재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문의 의미와 함께 권한대행으로서 지위, 이행 의무 발생 여부를 포함한 법률관계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마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더 나아가 "법적 판단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도 같이 내려져야 할 문제"라면서 "결정문의 취지를 분석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뒤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정부 관계자들끼리 법적 판단, 정무적 판단, 의견 수렴까지 진행한 뒤 여차하면 마 후보자 임명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헌재에서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에 대해 변론 종결을 하고 3월 중 선고를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탄핵안이 기각되면 한 총리가 직무에 복귀해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차일피일 임명을 보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야권은 최 대행에게 즉각적인 마 후보자 임명은 물론 국회와 국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오늘 헌재의 결정은 국회의 결정을 멋대로 재단하고 무시했던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경종"이라며 "지금까지 국회의 적법한 권한을 무시하고 삼권 분립 체제를 흔들었던 한덕수, 최상목 대행은 국회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스스로 국회의 권위와 권한을 실추시킨 국민의힘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라"면서 "계속 임명을 거부한다면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라고 했더니 내란수괴 윤석열을 대행한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마 후보자 임명 거부 자체가 문제였다"며 "윤석열로부터, 혹은 '내란의힘'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국민의힘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나? 혹시 윤석열의 대통령직 복귀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최 대행은 국정의 불안정성, 불확실성 완화 등 꼭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 하지 말아야 할 일만 골라서 했다.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그와 별개로,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미심쩍은 행적과 관련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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