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측 “윤석열 직무 복귀하면 더 큰 재앙 올 것”

윤석열 불출석한 가운데 9차 변론기일

"여인형, 참모에게 노상원 번호 건네"

"선관위 서버 복사도 노상원 협력 구해"

"체포 대상자의 명단이 거의 일치한다"

20일 10차 변론기일 변경 없이 진행키로

2025-02-18     김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9차 변론이 열린 18일 윤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 차량이 헌재를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에 출석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왔으나 변론 시작 전 구치소로 복귀했다. 2025.2.1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측은 조지호 경찰청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검찰 진술조서 등을 공개했는데, 윤 대통령 측은 국회 측이 공개한 수사기록을 보고 항의를 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심판정을 나갔다. 10차 변론은 오는 20일 진행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헌재를 찾았다가 변론 시작 직전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은 오늘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나왔으나, 대리인단과의 회의를 통해 오늘 진행할 절차와 내용은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 양측 대리인단이 의견을 설명하는 날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구치소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의견을 발표할 필요가 없고 대리인단에 일임하는 것이 원활한 재판 진행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복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전에 진행될 일정이 이미 공지된 상태여서 이날 헌재까지 나왔다가 다시 복귀하는 상황은 이례적인 것으로 판단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리는 변론에서 탄핵소추를 청구한 국회 측과 피청구인 윤 대통령 측은 각각 2시간씩 현재까지의 주장과 서면 증거 요지 등을 정리해 발표했다. 증거로 채택됐지만 그동안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증거 조사도 이뤄진다. 심리 종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8차 변론 때까지 나온 양 측 주요 주장과 쟁점 등을 명확히 하고 주요 증거에 관해 정리한 뒤 남은 기일을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기일 변경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문 대행은 "(윤 대통령 형사 재판의)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오전 10시고, 오후 2시에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잡으면 시간적 간격이 있는 점, 변론기일에 당사자와 재판부, 증인의 일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재판부가 주 4일 재판을 하고 있고, 증인 조지호에 대해 구인영장 집행을 촉탁하는 점, 10차 변론은 피청구인이 신청한 증인 3명을 신문하는 점을 종합해 2월 20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며 "양 당사자 측에서는 이런 점을 널리 양해해달라"고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2025.2.18. 연합뉴스

국회 대리인단 송두환 변호사는 9차 변론에 출석하면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수사·재판과 탄핵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국가기관이 있다고 한다"며 "수사·체포·구속·재판 절차에서는 물론 수감 생활 와중에도 일반 피의자들과는 너무나 다른 여러 특권과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텐데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주장을 주도하는 인사들이 사실 그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오히려 혐오하고 모욕하던 인사들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송 변호사는 또 "일부 극렬 지지자들이 헌재 재판관들의 자택을 찾아 몰려가 모욕적 비난과 사퇴 압박 등 범죄적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피청구인 주변 인사들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억지 주장을 하고 범죄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궤변으로 대중을 오도한 결과라는 것이 더욱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변론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정 재판관은 사법연수원 27기 2반 B조로 수료했는데, B조 지도교수가 당시 사법연수원 재직 중이던 김 변호사"라며 "사법연수원 사제지간은 대학원에서 논문 지도교수와 제자 사이의 관계 이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정 재판관 배우자가 김 변호사와 같은 재단법인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제기한 기피신청을 기각한 것을 거론하며 "정 재판관이 자신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떳떳했다면, 배우자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신 역시 김 변호사의 제자이지만 공정하게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며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2025.2.18. 연합뉴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복사 등을 지시하며 당시 현직 정보사령관이 아닌 수년 전 군에서 제적돼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연락하도록 번호를 참모에게 전달한 정황이 제시됐다. 국회 대리인단이 제시한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당시 정 차장이 "(문상호) 정보사령관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하자 여 전 사령관은 "걔는 또 뭐냐"며 번호를 확인했다.

정 처장이 문 사령관이라고 하니 여 전 사령관은 본인 휴대전화 화면을 비교해 본 뒤 "이 사람 아니야, 내가 알려준 번호 적어 봐. 노상원 장군이야. 그 사람한테 전화해 봐 일단"이라며 노 전 사령관의 번호를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측은 여 전 사령관이 과천·관악·수원연수원 등 선관위 3곳의 서버 복사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노 전 사령관의 협력을 구하라는 취지로 이 같은 대화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여 전 사령관은 "대통령·장관으로부터 적법하게 지시받은 사안"이라며 "국정원, 수사기관 등 민간전문분석팀이 (선관위에) 올 텐데 거기에 인계해 주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서버를 카피해야 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 처장이 '서버 카피는 우리 능력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여 전 사령관이 "그럼 그냥 떼어와"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정 처장의 진술이다. 문 사령관이 계엄 당일 밤 10시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단독군장해 실탄까지 챙겨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도 제시됐다.

국회 측이 제시한 문 사령관 검찰 조서에 따르면 그는 이 말을 듣고 '소총을 휴대해야 하는지, 권총을 휴대해야 하는지' 물었고, 노 전 사령관이 "권총을 휴대하도록 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문 사령관은 권총은 공포탄이 없기 때문에 실탄을 갖고 가도록 하되, 탄환을 봉인된 탄통에 넣어서 갖고 가라고 했고 실제 작전 투입 때 권총에 삽탄은 안됐다고도 진술했다.

문 사령관은 또 검찰에서 작년 11월 말부터 계엄이 선포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12월 1일 노 전 사령관을 만났을 때 계엄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해 11월 9일 경기 안산시 상록수역 인근에서 정성욱 대령과 노 전 사령관을 함께 만났을 당시 "노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 이야기를 하면서 선관위에 들어가 누군가를 '조져야 한다'며 야구방망이 등을 준비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조서에 담겼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에 출석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왔으나 변론 시작 전 구치소로 복귀했다. 2025.2.18. 연합뉴스

국회 측은 조지호 경찰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작년 12월 3일 오후 11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3분까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으로 총 6회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조 청장은 아울러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계엄 당시 첫 번째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동현 판사를 포함해 15명을 불러줬고 두 번째 통화에서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 추가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국회 측은 여 전 사령관의 진술도 공개했다. 그는 군검찰 조사에서 "14명을 특정해 체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직후 장관으로부터 처음 들은 게 맞다"며 "(대통령이 평소에) 비상조치권을 사용하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국회 측은 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까지 더해 "체포 대상자의 명단이 거의 일치한다"며 "체포 대상자 명단의 존재, 대상자에 대한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점은 증거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대한 국무위원들의 수사기관 조서도 이날 헌재에서 공개됐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회의였는데 과연 국무회의 심의라고 볼 수 있는지 이론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진술조서에 나타났다.

한덕수 총리는 "사람이 모였다는 거 말고는 간담회 비슷한 형식이었다"며 "국무위원 모두가 걱정하고 반대했다"고 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의) 시작과 종료 자체가 없었다"며 "지금도 국무회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서에 기록됐다.

이날 변론에서 국회 측이 수사 기록을 제시하자 윤 대통령 측은 거세게 항의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조대현 변호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에서 반대신문으로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는 진술 조서에 대해 증거로 조사하는 것은 법률(형사소송법)에 위반된다"며 "증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그런 진술 조서의 진술 내용까지 증거로 조사하면 형사재판 절차에서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을 탄핵심판 절차에서 증거로 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재판부의 증거 (채택) 결정은 이미 4차 기일에 이뤄졌다. 지금 이의신청하는 것은 기간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미 그 점에 대해서는 두 차례 이상 재판부의 의견을 밝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9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2025.2.18. 연합뉴스

조 변호사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가방을 들고 심판정을 나갔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의 피신 조서를 헌법재판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계속해서 반발해 왔다.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공범의 피신 조서도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진행한다. 다만 헌재법에 따라 준용의 범위는 '헌법재판의 본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로 제한되기 때문에 헌재는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쓰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측 김이수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으므로 신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몇 년 전 그가 받았던 국민의 신임을 더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배신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신속하게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리인단 변호사들은 이날 2시간 동안 지난 탄핵심판 1~8차 변론에서 제출된 증거 기록과 탄핵소추 사유에 관한 의견을 밝혔고 김 변호사가 마무리 발언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은 다양한 정치 상황을 경험했다"며 "공정하고 민주적인 대통령도 있었지만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이도 있었고 사리사욕을 꾀한 이도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민주화 이후 어느 대통령도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있었을지라도 자신의 약점을 돌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는 않았다"며 "피청구인의 비상계엄 선포는 어떤 대통령도 꿈꾸지 않았던 바로 그 금단의 행위, 최악의 헌정 파괴 행위"라고 했다.

이어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해 피청구인이 대통령의 직무에 복귀하면 이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것으로 우리 공동체와 구성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가 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한 변호사도 "피청구인은 사법기관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는 발언을 했다"며 "최근 발생한 서울서부지법의 법원 파괴 만행도 이 같은 발언에 영향받은 바 있다. 극단적 위헌 행위를 관용하면 미래의 독재자들은 자신의 독재 행위를 응원받고 보장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헌재는 국회와 윤 대통령 측에 각 2시간씩 주장 정리를 요구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변론부터 지난 13일 8차 변론까지 증인 신문, 증거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하는 각자의 주장을 정리해 발표하도록 한 것이다.

국회 측은 2시간을 꽉 채워 사실상 최후 변론에 가까운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최후 변론은 차회 기일에 하겠다"며 이날은 중간 정리 차원의 입장만 밝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행은 "9차, 10차 변론에 대한 결과는 (국회 측도) 다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를 허용하고 "피청구인 측이 최후변론에 소요되는 시간을 말씀해 주시면 그걸 보장해 드리고, 플러스(더해서) 오늘 안 쓰신 시간도 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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