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자 22만명 감소…건설업은 역대 최악
1월 취업자 증가 전환했지만 13.5만 명에 그쳐
경력직 선호에 청년 고용률 하락 4년만에 최대
건설업 17만 감소 2013년 이후 가장 많이 줄어
50대 내수 부진 장기화로 2021년 이후 첫 감소
최 부총리 "직접일자리 120만개 만들겠다" 장담
고용 한파 계속되는 상황에 엉뚱한 장밋빛 홍보
청년 취업자가 20만 명 넘게 줄고, 건설업 일자리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업들이 신입 직원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고, 건설경기 불황은 하염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용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안이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10만 명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재정 신속집행 타령을 되뇌고, 1분기 직접일자리 120만 개 이상 창출 같은 장밋빛 계획을 내놓고 있다. 추경 편성을 외면하면서 앞으로 한 달 반 만에 최근 월평균보다 10배나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발표는 실행력을 믿기 어렵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87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 5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5만 2000명 감소에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증가 폭은 여전히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 수가 2023년에는 최고 46만 9000명(3월)을 기록하기도 했고, 연간 월 평균도 33만 명 수준이었다. 2024년 이후 하향 추세를 보였지만 취업자 증가 수는 월 20만 명이 기준선이 돼 왔다. 지난해 4월(26만 1000명)을 끝으로 10만 명대 이하로 떨어져 9개월째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보건복지·공공행정 취업자가 줄었던 것이 직접·노인 일자리 사업이 재개되면서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취업자를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 11만 9000명 늘며 증가세 전환을 이끌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9만 8000명), 정보통신업(8만 1000명) 등도 취업자가 늘었다.
반면 건설업 취업자는 16만 9000명 줄며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건설 경기 불황 영향으로 9개월째 줄고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도 5만 6000명 줄었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작년 7월부터 7개월째 감소세다. 도소매업 취업자도 9만 1000명 줄며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설 연휴 등 영향으로 감소 폭은 전달(9만 6000명)보다 다소 축소됐다.
연령별로는 청년 고용의 한파가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1만 8000명 줄며 2021년 1월(-31만 4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신입직원보다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0대 취업자는 1만 4000명 줄며 2021년 2월(-13만 9000명) 이후 약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50대는 건설경기 악화, 소비심리 위축 등 영향으로 건설업·부동산업·도소매업 부문의 고용이 부진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50대까지 감소하면서 취업자가 늘어난 연령대는 60세 이상과 30대뿐이다. 60세 이상은 34만 명, 30대는 9만 8000명이 늘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직이 22만 4000명, 임시직이 7만 2000명 증가했다. 일용직은 11만 6000명 감소했다. 상용직 비중은 58.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자영업 붕괴 양상은 고용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만 1000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7000명, 무급 가족종사자는 1만 8000명 각각 줄었다.
고용률은 61.0%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1월 기준으로 198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국제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8.8%로 0.1%p 상승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8%로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1.5%p 하락했다. 2021년 1월(-2.9%p)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실업자는 60세 이상 중심으로 늘면서 1년 전보다 1만 1000명 늘어난 108만 3000명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3.7%로 1년 전과 같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71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5000명 증가했고 이중 '쉬었음' 인구는 12만 8000명 늘었다. 특히 청년층 '쉬었음'은 3만 명 늘어난 43만 4000명이었다. '쉬었음'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데도 "그냥 쉰다"고 답한 경우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내놓은 진단과 대책은 한가하기만 하다. 고용 부진의 원인을 생산연령인구 감소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인구 구조가 변경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오전 경총회관에서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1월 취업자 수가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최 부총리는 "향후 고용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경영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가 올해 채용 규모를 늘리고 채용 시기도 상반기로 앞당겨 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의 대책도 내놓기는 했다. 최 부총리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직접일자리를 1분기까지 역대 최대 수준인 120만 개 이상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근로와 같은 일자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올해 1월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취업자가 10만 명대 초반이고 이달 중순까지도 고용 흐름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부풀린 장밋빛 약속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진작을 위한 추경 편성 요구를 외면하면서 내놓았던 재정 조기 집행 약속도 다시 반복했다. 최 부총리는 "1분기 중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7조 원, 공공기관 투자 17조 원을 신속집행해 건설경기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건설업 일자리 지원방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 8월이다. 반년이 지났어도 건설업 취업자는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긴급 생계비 대부 지원 등을 확대 연장하고 건설근로자 재취업 지원 등 추가 과제를 곧 발표하겠다는 효과없는 대책을 반복하겠다고 한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매한가지다. 이날 최 부총리와 함께 참석한 김문수 장관은 "100만 명 이상의 청년이 정보제공에 동의한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을 내달 가동해 졸업 후 취업 애로를 겪는 청년들에게 4개월 이내에 1:1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내달 '대한민국 채용박람회'를 통해 기업과 청년의 성장을 동시에 돕겠다"고 말했다. 몰아치는 고용 한파에 내몰린 청년 세대에게 내놓은 대책이 상담 서비스나 채용박람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