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오르고 금리인하 멀어지자 일본 엔 급락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예상보다 큰폭 상승

인플레 우려 미국 금리 인하 늦추면 엔은 약세

트럼프, 관세로 인플레 부추기며 금리인하 요구

파월 FRB 의장 “냉정하게 경제정세 보며 결정”

2025-02-13     한승동 에디터
지난 1월 21일 도쿄 외환시장. 일본의 닛케이 주가 평균과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2월 12일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으로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금리  추가인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일본 엔 시세는 급락했다. 2025.1.21. 로이터 연합뉴스

12일 일본 엔의 달러 대비 시세가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2엔 가까이 급락해, 1달러당 154엔대 후반 선에서 거래됐다. 미국의 물가 지수가 예상보다 더 올라간 데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인상 등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추가 인하 예상 시기가 늦춰지면서 금리가 높은 달러를 사들이고 엔을 파는 움직임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예상보다 큰폭 상승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각으로 이날 오후 5시(일본 13일 오전 7시)께 일본 엔 시세는 전날의 같은 시각보다 1엔 93전 내려간 1달러당 154엔 37~47전에 거래됐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의 예상치(2.9%)를 넘어 전년도 같은 달보다 3.0%,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및 서비스의 변동을 측정하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onsumer Price Index)는 3.3% 상승했다. 모두 4개월 연속 오른 수치다. 이처럼 FRB가 상정한 물가상승 목표치 2%를 훨씬 웃돈 CPI 때문에 인플레(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FRB의 추가 금리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퍼진 뒤 달러 매수 움직임과 함께 엔이 팔리면서 약세를 보였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금리 추가인하 지연, 달러 강세는 한국의 금리정책과 경제 전반에도 깊은 생채기를 낼 가능성이 높다. 

 

우에노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월 24일 도쿄 일본은행 본부에서 이틀간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1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를 인상했고, 앞으로 더 많은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 그러나 2월 12일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엔 시세는 다시 급락했다. 2025.1.24. AFP 연합뉴스

인플레 우려 미국 금리 인하 늦추면 엔은 약세

FRB의 추가 금리 인하 조치가 인플레 우려 등으로 어려워지거나 늦춰질 경우, 일본 엔 약세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 해소 전망이 불투명해져 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 시세는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1월 24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 유도 목표를 기존 0.25%에서 0.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고, 7월에 정책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올린 뒤, 지난 1월에 다시 이를 0.5%로 올렸다. 그러나 4% 이상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행은 미국 FRB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 따른 미일 금리 격차 해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FRB는 지난해 9월 19일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FRB는 몇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 조치를 예고했으나 미국 내 소비 증가와 관세 인상 전망 등으로 물가 상승(인플레) 압박이 커지면서 금리인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선서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2.12. 연합뉴스

트럼프의 모순, 관세로 인플레 부추기며 금리인하 요구

12일의 CPI 발표 전까지 FRB의 다음 금리인하 시기는 6월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CPI 발표 뒤 9월 또는 10월로 미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아예 올해 안에 정책금리에 손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지난 해 말 대선 때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 억제 실패를 집중 공격했던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한 뒤 FRB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인플레 억제 요구와 상반되는 이런 모순된 금리인하 압박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전면적인 관세 일괄인상 조치로 수입물가가 올라가면서 인플레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소비자 물가지수가 발표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바이든의 인플레가 올라갔다”는 글을 올려 물가 상승을 전임 정권 탓으로 돌렸다. 또 “금리는 낮아져야 한다. 앞으로의 관세와 협조해야 한다”며 FRB에 금리를 인하하도록 촉구했다. 지금까지 FRB에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발언을 거듭해 온 트럼프의 압박 때문에, FRB의 정치적 독립성 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폭넓은 인플레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FRB가 연내에 금리인하를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일본경제신문> 2월 13일)

파월 FRB 의장 “냉정하게 경제정세 보며 결정”

제롬 파월 FRB 의장은 12일 연방 하원에서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아침에 트럼프가 SNS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 곧 도입될 관세와 (금리인하는) 표리일체 관계에 있다!”는 글을 올렸으나, 파월 의장은 “계속 냉정함을 유지한 채 일을 해나가면서 경제정세에 맞게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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