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동결…환율 부담에 3연속 인하 좌절

금통위 새해 첫 통화정책회의서 현행 3% 유지

한미 금리격차 커지면 환율 상승 부추길 우려

경기부양 위한 지난해 연속 인하 추세 못이어

이 총재 “금리 인하 해야지만 환율 너무 높아"

12·3 계엄내란 환율 펀더멘털보다 30원 올려

2025-01-16     유상규 에디터

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3연속 기준금리 인하는 성사되지 못했다. 금리 인하가 1500원 향해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급등 추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3.00%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과 11월 회의에서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이 주된 원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시 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5.1.16. 연합뉴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결문에서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리스크(위험) 확대로 성장의 하방 위험과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며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정책 변화에 따른 경제전망·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와 함께 오는 20일(현지 시각) 트럼프 정부 2기 출범,28~2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 관련 결정 등 대외 변수를 고려해 추후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야정 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도 기준금리 결정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고, 연이어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다시 0.25%p 인하를 단행했다. 금통위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8년 10월~2009년 2월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6연속 인하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내내 계속된 경기 침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말 이후 계엄내란 사태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지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금통위도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지난해와 올해 성장률이 작년 11월 전망치(2.2%·1.9%)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국-미국 기준금리 추이

한은이 이같은 전망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환율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1410원으로 상승했고,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오름폭이 더욱 커져 연말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을 돌파했다. 새해 들어서도 국내 탄핵 정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강(强)달러 전망 등과 맞물려 1450∼147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되면,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더 떨어져 1500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 국내 물가도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수입할 때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원화 기준으로는 가격이 더 오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체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환율 상승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이 확대되면 국내 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예상된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움직임도 동결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공개된 연준위원들의 금리 수준 전망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금리는 3.9%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전망치(3.4%)보다 0.5%p나 높아진 것으로, 금리 인하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이치뱅크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예상보다 높은 고용·물가 지표 등을 근거로 올해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까지 했다.

 

원/달러 환율 추이.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국내 정치 상황,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환율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이자율은 경기뿐 아니라 워낙 여러 변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영향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장 큰 이유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들면서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에 비해 더 오른 걸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조정에 대해 "(지난해 10월과 11월의)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 정세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