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길어질수록 더 심해지는 소득 양극화
최상위·최하위층 가구 연 소득 격차 2억 돌파
지난해 대기업-중소 제조업 생산 극과 극
중소기업 2년째 감소, 대기업은 역대 최대
성과급 차이로 근로자 소득 격차도 벌어져
올해는 내수 더 악화…양극화 더 심해질 듯
내수 경기 침체가 길어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최상위층 가구와 최하위층 가구의 소득 격차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주로 수출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을 달성하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내수에 의존하는 업종이 많기 때문이다. 또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불황에 따른 타격을 더 받다 보니 2년 이상 지속된 내수 경기 침체로 소득 양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생산 중소기업 2년째 감소, 대기업은 역대 최대
12.3 내란 사태로 올해 우리 경제는 작년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따른 소득 양극화도 더 심해질 게 분명하다. 하루빨리 내란 사태를 종결하고 새 정부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 양극화 해소도 정치 불안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연합뉴스가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2023년보다 0.9% 줄어든 98.1(2020년=100)에 그쳤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낮다. 2023년 -1.3%에 이어 2년째 감소했다.
대표적인 내수 산업인 의류와 신발 업종의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3분기 가구당 평균 의류와 신발 지출은 11만 4000원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보다 1.6% 줄면서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소로 떨어졌다. 미국에 치우친 통상 정책 영향으로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며 화학 업종도 부진했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회원사 3069개 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경영 애로사항(복수 응답)을 묻는 항목에 ‘내수 부진’이라는 답이 64.6%로 가장 많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격차 더 벌어질 것
이에 반해 지난해 대기업의 제조업 생산지수는 2023년보다 5.2% 증가한 114.8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치다.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에서 생산이 많이 늘었다. 2023년 말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됐고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419억 달러로 전년보다 43.9%나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도체 수출 회복은 한국의 전체 수출의 역대 최대 기록 달성을 견인했다. 자동차도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대기업 생산을 이끌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 격차는 올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국내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는 내수에 부정적 요인일 뿐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도 제약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환율이 내려갈 확률은 낮다. 현재 수준에서 더 올라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은 중소기업 경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 차이로 근로자 간 소득 격차도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양호한 실적에 따라 특별성과급 등을 지급할 여력이 있으나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2022년 12월 기준으로 이미 2배가 넘었다. 내수 침체 장기화 영향을 반영한 새로운 통계가 나오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질 게 뻔하다.
최상위층 가구 10%가 최하위층 10%보다 연 2억 이상 더 벌어
내수 침체 영향으로 최상위층과 최하위층 가구의 소득 격차도 심해졌다. 소득 상위 10%(10분위)와 하위 10%(1분위) 가구 간 소득 격차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 2억 원을 넘어섰다. 두 계층의 자산 격차도 15억 원 이상으로 커졌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2억 1051만 원이었다. 2023년 1억 9747만 원보다 1304만 원(6.6%) 늘었다. 10분위 가구의 소득이 2억 원을 돌파한 건 관련 통계가 나온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재산소득이 2023년보다 459만 원(24.7%) 급증했고 근로소득은 572만 원(4.1%) 늘었다. 사업소득도 262만 원(7.5%) 증가했다.
소득 하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1019만 원에 불과했다. 2023년보다 65만 원(6.8%) 늘었으나 최상위 10%와의 소득 격차는 더 커졌다. 최상위와 최하위 10% 간 소득 격차는 2억 32만 원에 달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억 원을 넘겨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상위층와 최하위층 가구의 자산 차이도 15억 넘어
최상위와 최하위층 가구의 소득 차이가 벌어진 배경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고소득층일수록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생산에 관여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소득 격차는 자산 양극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최상위층 가구 10%의 자산은 16억 2895만 원으로 최하위층 가구 10%보다 15억 원 이상 많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유독 극심해진 부와 소득의 양극화는 12.3 내란 사태가 종결돼야 해결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해 경제 정책 방향 자체를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대기업과 부자 감세를 중단하고 양극화 해소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