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계엄 체포 명단에 언론인은 김어준뿐이었나

언론 자유를 말살시켰을 윤석열의 12.3 쿠데타

계엄군이 실제 체포 시도 유일한 언론인 김어준

사적인 감정 때문? 실제 권력에 위협이 됐기에

인정하고 돌아보기보다 여전한 무시, 평가절하

기득권 세력 '김어준포비아' 동조하는 지식인들

누가 누구에게 편파성, 음모론, 오보를 탓하는가

2024-12-28     전지윤 편집위원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공범들의 12.3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여러 가지 끔찍한 일들이 발생했겠지만,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말살이다. 실제로 쿠데타 당일에 발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에는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 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내란 세력은 쿠데타의 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언론인에 대한 체포와 언론사에 대한 통제 시도를 했는데 그 대상은 바로 김어준 씨와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었다. MBC도 '계엄군이 장악할 10개 기관' 중 하나에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지만, 쿠데타 초기에 실제로 병력이 투입돼서 체포와 장악을 시도한 언론사와 언론인은 김어준 씨와 뉴스공장이 유일했다. 

 

이것은 사실 수많은 언론인과 언론사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이 나라의 기득권 카르텔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폭압적인 최고 권력 집단이 제일 먼저 그 입을 막고 싶었던 대상에 대부분 주류언론과 언론인들은 들어가지 않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당장 그 입을 막을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그들의 감시나 비판이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반면에 윤석열 세력이 가장 그 감시와 비판을 못 견뎌 하면서 당장 입을 막고 싶었던 것은 김어준 씨와 뉴스공장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윤석열은 사적인 감정 때문에 고작 일개 유튜버에 불과한 김어준을 제일 먼저 체포하려고 시도할 정도로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직한 평가가 아니다. 김어준 씨와 뉴스공장은 '고작'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큰 영향력을 나타내 왔다. 매일 아침에 30만여 명이 동시 접속해서 그 방송을 듣고 하루에 200~300만 명이 시청하는 시사 방송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지난 4월 총선 당시에 개표 생중계 유튜브 접속자 수에서도 김어준 방송은 공중파 방송과 종편 방송의 몇 배에서 몇십 배를 뛰어넘었다. 많은 사람이 그 방송을 듣고 보고 있다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김어준 방송은 윤석열 정부와 정책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의 가장 강력한 반대와 비판, 고발과 폭로의 목소리들을 모아놓았다. 

 

주류언론들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서 철저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의 식사 대접에 초대되어 같이 화이팅을 외치는 기자들/ 출처 - 대통령실 

즉, 윤석열이 개인적으로 제일 증오한 언론인과 언론사였다는 것은 결과일 뿐이다. 원인은 김어준 방송이 윤석열 정권에게 가장 큰 정치적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에 있다. 사사로운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김어준 씨가 소위 정식 코스를 밟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정통 언론인이 아니었는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따라서 지금 이 나라의 언론인들과 언론사들에 필요한 것은 이러한 사실에 대한 인정과 공정한 평가다. 그리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하다가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당할 뻔한 동료 언론인에 대한 위로,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함께 어깨를 걸고 막아서겠다'라는 연대의 의사 표시이다. 나아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왜 대다수 언론인과 언론사들의 감시와 비판은 윤석열 정권에게 큰 위협이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고, 우리가 평가 절하하며 비웃었던 김어준 방송이 윤석열 정권에게 가장 큰 눈엣가시가 된 것인가? 우리 언론인과 언론사들에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목소리들은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대부분 언론인과 언론사들은 그냥 모른 척하고 있고 일부 언론인, 언론 단체, 지식인들은 여전히 12.3 이전의 관점과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김어준은 정상적인 언론인도 아니며 아니면 말고 식 오보와 음모론 등을 통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 사람으로서 공론장에서 사라져야 한다'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관점과 태도는 김어준 씨가 12월 13일에 국회에 출석해서 '윤석열 내란세력이 북한군으로 위장한 암살조를 운영하려고 했다'라는 제보를 밝히면서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진영을 넘어서서 많은 언론과 언론 단체들이 '김어준이 또 음모론을 펴고 있고 이런 황당한 소설 같은 이야기를 떠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민주당도 문제'라며 비판했다.  

 

전형적인 이런 양비론적 접근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기 쉽다. 

물론 이번에도 조선일보가 기다렸다는 듯이 "김씨는 우리 사회를 혼란케 한 음모론을 많이 만들어낸 전력이 있다"라며 비난에 앞장섰지만, 한겨레에 실린 박권일 작가의 "‘어준석열 유니버스’ 너머"라는 제목의 칼럼도 기본적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심지어 더 나아갔다. 내란수괴 윤석열과 윤석열이 없애려 한 김어준이 일종의 동전의 양면이라는 논리였다.

"김씨가 지금까지 대한민국 공론장에 끼친 해악을 모두 열거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 문제는 김어준과 윤석열이 공유하는 세계관, 이른바 '어준석열 유니버스'다." 이것은 전형적인 기계적 양비론이고, 모든 양비론이 그렇듯이 진짜 더 큰 문제와 해악을 일으킨 강자와 권력자들이 책임을 덜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논리이다.

글의 중간에 박권일 작가는 "김씨의 잘못이 내란 수괴와 동급이란 주장이 아니며, 윤석열 음모론의 원인이 김어준 음모론이라는 얘기도 아니"라며 비판을 피해 갈 안전장치를 슬쩍 끼워두었지만, 큰 의미가 없다. 음모론을 고리로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어준석열들'에 대한 비판과 책임 묻기는 필수"라고 결론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의 문제점은 첫째, 음모론이라는 표면적 공통점만 가지고 서로 다른 무게와 위치에서 나온 주장을 섞어버리는 점에 있다. 권력과 정보를 독점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우파 권력 집단의 지배 강화와 반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음모'와 그런 권력 집단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쪽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제기하는 의혹 제기를 동일시해버리는 것이다.

둘째, 그런 의혹 제기나 가설 중에서 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많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어준 씨가 제기해 온 계엄설은 대부분 언론과 지식인들의 무시에도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암살조 운영과 미군기지 공격설은 열흘 만에 노상원 수첩과 블랙 요원의 제보 등을 통해서 오히려 더 심각한 수준의 계획들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또 음모론을 펼치며 공론장을 어지럽힌다'라면서 김어준 씨를 비판하던 언론과 지식인들은 이런 사실이 드러나도 역시나 모르쇠할 뿐이다.

 

김어준이 제보받고 증언한 내용을 사람들은 '황당한 소설'이라고 비판 했지만, 그 보다 더한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셋째, 의혹 제기나 가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고, 김어준 씨에게 그 점이 아쉽고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점에서 수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은 김어준 씨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

먼저 온갖 황당무계한 음모론과 아니면 말고 식 가짜뉴스들을 밥 먹듯이 보도하고 절대로 사과나 반성하지 않는 족벌언론들과 종편 방송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나머지 중도, 진보 언론들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예컨대 지난 5년간 조국, 윤미향, 이재명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온갖 마녀사냥들이 펼쳐지는 과정을 돌아보자.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숱한 아니면 말고 식 뉴스와 오보들이 쏟아져서 마녀사냥의 장작불을 더욱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지금 와서 보면 조국 사모펀드, 윤미향의 딸 유학비 등의 수많은 언론 보도들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게 심지어 수사와 재판에서도 드러났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자신들이 충분한 검증과 사실 확인 없이 의혹과 음모를 제기했다고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어준 방송에 대해서만 '의혹을 제시해놓고, 틀린 것이 드러나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결국 본질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혹, 가설을 제기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누구 편에서 제기하느냐도 아니다. 오보를 내고 사과했느냐도 아니다.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김어준 방송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다.

적대감에 가까운 이 거부감 때문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윤석열 정권 초기에 오세훈 서울시에 의해서 강제로 폐지될 때도 대부분 언론인과 지식인들은 침묵, 외면하고 심지어 일부는 동조하기까지 했다. '돈줄'을 쥐고서 한 방송사 구성원들의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몰아서 결국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 폭력적 과정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족벌언론들이 김어준 방송을 '정치적으로 편파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웃기는 일도 없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김어준과 뉴스공장은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적이고, 오보와 가짜뉴스를 많이 냈고, 잘못된 음모론을 펼쳐왔다'라고 비난하며 언론 자유 탄압을 응원하는 기막힌 웃픈 일도 벌어졌다. 온몸에 똥칠을 한 사람이 흙이 묻은 사람에게 '왜 이렇게 더럽고 냄새가 나냐'라고 비난하는 것과 같은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도 강준만 언론학자는 "나는 김어준 옹호자들이 역겹다"라면서 오세훈의 탄압을 방조했다. 그토록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던 수많은 진보언론과 '진보' 지식인들도 방관했다. '김어준 방송은 또 다른 종편 방송, 진보의 가세연'이라고 매도하면서 자신들의 방관을 정당화했다. 이것은 양비론으로 포장된 사실상의 오세훈 편들기였다.

하지만 오세훈의 김어준 방송 탄압과 퇴출은 실패했다. 공중파에서 강제로 입이 막혀 쫓겨난 김어준 방송은 유튜브로 진출해서 오히려 몇 배 큰 영향력을 얻게 됐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더욱더 김어준 방송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적개심을 키우며 제거의 기회를 노리게 됐다. 이번에 김어준 씨가 계엄군 체포 명단에 들어간 중요한 배경은 여기에 있다.

아마 12.3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윤석열 세력은 김어준 씨를 '처단'하면서 '음모론을 펼치면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으로 공론장을 망쳤다'라는 명분을 내세웠을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윤석열의 쿠데타는 실패했고, 김어준 씨는 생명을 건졌고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김어준 방송에 대한 대다수 언론인과 지식인들의 거부감은 큰 변화가 없다.

 

오세훈 서울시의 강제 퇴출로도 성공하지 못한 김어준 방송 입막기를 완성하려던 게 윤석열 쿠데타의 목적 중 하나였다/ 뉴스공장 화면 갈무리   

물론 김어준 씨와 뉴스공장에 대한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의 비판은 근거가 있다. 다른 모든 언론이 그렇듯이 김어준 방송에는 문제점과 한계들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김어준 씨와 뉴스공장에는 장점과 공로도 있다. 많은 언론이 정치검찰과 족벌언론들을 뒤쫓을 때 김어준 방송은 조국, 윤미향 등에 대한 마녀사냥에 반대했고, 김건희 주가조작과 명품백 뇌물 등을 샅샅이 파고들었다.  

조금도 눈치 보지 않고 삼성 재벌의 비리와 범죄에 대해 끈질기게 고발했다. 또 김어준 방송에는 건설노조나 화물연대 노동자가 직접 나와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노란봉투법을 위해 단식농성하고 있던 시민단체 대표가 나와서 취지를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은 족벌언론, 종편 방송, 우파 유튜브 등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진보, 개혁적 언론들도 이런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언론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화 때문에 양쪽의 목소리를 나란히 중계하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 언론의 최대 광고주인 삼성재벌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점에서 김어준 방송은 분명 차별성을 가지고 시민들의 갈증을 풀어줬고 그것이 엄청난 인기를 얻은 중요한 원인이었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언론인, 지식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의 주류언론들의 어떤 부족함을 김어준 방송이 채워왔는지 돌아보는 일이다. 그 부족함을 해결하면서 김어준 방송의 문제점과 한계도 뛰어넘는 언론과 방송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기득권 카르텔이 조장해 온 '김어준포비아'에 힘을 보태거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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