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전폭 지원에도…대기업 실적·주가 추락

미·일·대만 기업은 큰 폭 상승해 대비

최근 4년 간 유일하게 한국만 뒷걸음

법인세 인하·투자세액 공제 효과 의문

한국 대표 기업들 저성장 덫에 걸려

꽉 막힌 내수와 수출 둔화 타개 난망

감세 ‘낙수 효과’는커녕 세금만 낭비

2024-12-11     장박원 에디터

윤석열 정부는 2년 8개월 전 출범하며 민간 주도 성장을 외쳤다. 대기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실적이 좋아지면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낙수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국내 여러 연구에서 낙수 효과는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는데도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부자 감세, 대기업 감세 정책을 밀어붙였다.

가장 먼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내렸고 투자세액 공제를 비롯해 기업 세금 부담을 덜어줬다.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더 화끈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려고도 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기업 지원 정책은 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으나 대기업들은 실적 부진과 기업가치 하락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대만의 대표 기업들이 영업이익과 주가가 훨훨 날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대기업 감세 정책은 낙수 효과는커녕 세금 낭비와 세수 부족이라는 후유증만 남기게 됐다.

 

 대기업집단 로고. 연합뉴스

미·일·대만 시총 2배 뛰는 동안 한국은 12.7% 하락

기업 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11일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4년 전과 지난달 말 영업이익과 주가를 비교,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2020년 이후 4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10개 기업의 시가총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7%와 20.3% 하락했다. 이에 비해 나머지 3개국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53~107% 늘었고 영업이익도 116~123% 증가했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일본‧대만 3개국과 한국 10대 상장사의 실적과 주가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1월 말 현재 국내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735조 4202억 원으로 2020년 말 842조 8808억 원보다 110조 원 가까이 증발됐다. 같은 기간 미국‧일본‧대만(각국 통화 기준)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은 9조 2749억 달러에서 19조 1891억 달러로 106.9% 급증했고, 일본도 114조 6357억 엔에서 175조 7745억 엔으로 53.3% 증가했다. 대만은 19조 5653억 대만달러에서 35조 7789억 대만달러로 82.9% 늘어났다. 우리와 유사한 점이 가장 많은 대만 10대 상장사의 시가총액 변화를 원화로 환산하면 2020년 말 756조 5917억 원으로 한국의 842조 8808억 원보다 10.2% 낮았다. 그러나 4년이 채 안 된 지난달 말에는 1534조 5553억 원으로 한국의 2.1배에 달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10대 기업 주가 실적 증감률 비교. 연합뉴스

미·일·대만 1위 기업 훨훨 날 때 추락한 삼성전자

시가총액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한국 기업들만 유일하게 줄었다. 한국 시가총액 10대 기업의 영업이익 총액은 2020년 44조 3132억 원에서 올해 35조 3121억 원으로 20.3% 감소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2238억 달러에서 4921억 달러로 119.9% 증가했고, 일본도 5조 4889억 엔에서 11조 8714억 엔으로 116.3% 급증했다. 대만은 6517억 대만달러에서 1조 4523억 대만달러로 122.8%나 뛰었다.

국가별 시가총액 1위 기업을 비교하면 한국과 나머지 3개국과의 차이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2020년 483조 5524억 원이었던 시가총액이 지난달 말에는 323조 5622억 원으로 33.1%나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도 27조 7685억 원에서 6조 5670억 원으로 76.4%나 감소했다. 반면 미국의 애플은 시가총액이 같은 기간 2조 2560억 달러에서 3조 5874억 달러로 59.0% 늘었다. 영업이익은 663억 달러에서 1232억 달러로 85.9% 증가했다.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시가총액이 2020년 말 25조 9637억 엔에서 지난달 말 40조 3009억 엔으로 55.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조 3992억 엔에서 5조 3529억 엔으로 123.1% 늘었다. 대만의 TSMC 역시 시가총액이 13조 7431억 대만달러에서 25조 8290억 대만달러로 87.9% 뛰었고 영업이익은 3727억 대만달러에서 9215억 대만달러로 147.2%로 급증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최근 4년 새 시총이 늘어난 곳은 5개 사에 그쳤다. SK하이닉스가 86조 2683억 원에서 116조 4076억 원으로 34.9% 늘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7.0%), 현대차(11.5%), 기아(46.1%), 고려아연(222.5%)이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셀트리온(-16.2%), NAVER(-31.9%), POSCO홀딩스(-1.6%), 현대모비스(-8.3%)는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삼성바이오로직스(1113.9%), 현대차(319.6%), 셀트리온(70.8%), 기아(477.6%), NAVER(109.7%)가 늘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적자 전환), 고려아연(-18.1%), POSCO홀딩스(-8.7%), 현대모비스(-2.7%)는 줄었다.

 

자료 : CEO스코어.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시가총액 1위 기업 비교.

대표 기업들 부진으로 성장률 전망도 암울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한국 증시의 고질병으로 저평가 문제가 지적되지만 지금 한국 기업들은 그보다 더 심각한 저성장의 트랩에 걸려 있다”며 “최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와 뒤이은 탄핵 지연은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기업들에 핵폭탄급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꽉 막힌 내수 경기에 더해 수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더 떨어질 게 뻔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1일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수정했다. 지난 9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IMF, 한국은행 등 대다수 기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모두 비상계엄 사태를 고려하지 않고 추정한 것이라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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