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안 좌절…국힘, 끝내 국민 배신했다

여당 집단 퇴장으로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당론 반대…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만 투표

내란 수괴 비호 급급해 국민 열망 철저히 저버려

우원식 "국가 중대 사안 투표도 못해 국민께 죄송"

국힘, 의원총회 핑계로 추가 이탈 '원천봉쇄' 의혹

민주 "물리적 투표 방해행위, 국회법 위반" 성토

2024-12-07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의 제안 설명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의석이 비어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4.12.7.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끝내 물거품이 됐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고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뿌리 뽑으려 했는데도, 심지어 자당 당대표를 노린 체포조를 투입했는데도, 집권여당은 내란 수괴를 비호하는 데 급급해 국민의 대의기구로서 존재 의의를 철저히 저버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 소속 의원 190명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이 발의에 참여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이 본회의에 불참함에 따라 의결 정족수 200명에 미치지 못해 아예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국회의장을 포함해 야당 및 무소속 192명, 여당 3명 등 총 195명이 투표해 정족수에 5명이 모자랐던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명패수 195개로 투표하신 의원 수가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에 미치지 못했다"며 "따라서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토록 중대한 국가적 사안에 대해 투표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국가의 중대사를 놓고 가부를 판단하는 민주적 절차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를 대표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의원총회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2.7. 연합뉴스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모두 부결시킨다는 당론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는 참여한 뒤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곤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8명, 반대 102명으로 부결됐다.

이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에 나섰다. 그는 "어서 돌아와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해달라"며 여당 의원들 이름을 하나하나 절박하게 외쳤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제히 기립해 함께 호명하면서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만 자리를 지켰을 뿐 여당 의석은 텅 빈 채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투표가 시작되자 뜻밖에 김예지 의원과 김상욱 의원이 차례로 본회의장에 복귀해 투표에 참여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들의 등장에 크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며 일부는 찾아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다만 김상욱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이 지켜보는 이 중요한 탄핵 투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자세였기에 참석했다"고 밝힌 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당에 소속된 몸이기 때문에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반대표를 행사했음을 알렸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표결한 뒤 퇴장하고 있다. 2024.12.7.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론을 어기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한 건 중진 안철수 의원에 이어 친한계로 분류되는 초선 김예지 김상욱 의원까지 3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오후 6시 17분부터 7시 무렵까지 모두 195명이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투표를 마쳤지만 여당에서 더 이상의 이탈자가 나오지 않음으로써 의결 정족수 200명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기다리다 오후 9시 20분 결국 투표를 종료시키고 개표 없이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재적 300명 중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무소속인 김종민 의원과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포함하면 야당 및 무소속 의원은 총 192명이다.

여당에서 8명만 더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는 것이었지만, 쿠데타 세력의 후예이자 내란 수괴의 공범인 국민의힘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표결 자체를 보이콧함으로써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원천적으로 무산시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투표 중인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투표를 참여하지 않고 의원총회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표결 참여를 독려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7.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퇴장 직후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사실은 추가적인 이탈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원들을 한곳에 가둬두고 물리적으로 원천봉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이는 국회법 위반 소지가 짙다. 국회법 제148조 3항(회의장 출입의 방해 금지)은 '누구든지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하여 본회의장이나 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 측의 유권해석 요구에 국회 사무처 의사과는 "목적과 관계없이 출입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회신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열어 투표 방해 행위를 하고 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국회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왜 투표방해 행위를 하고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노종면 대변인은 "사전에 오늘 표결에 참석하기로 사적으로 약속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못 오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면서 "그분들이 의원총회를 빌미로 내부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우 의장은 확인해보겠다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관련 사항을 물었다. 이후 우 의장은 "최소한 민주주의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일에 대해 투표조차 성립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우습나"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느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 판단에 의해 투표소 안에 들어가 '김건희 특검법'처럼 부결시키면 되지 않나"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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