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리면 뭐하나…성장률 1%대 고착 전망
한은 두달 연속 0.25%p 인하 기준금리 3.0%로
가계대출 금리 되레 올라 소비 여력은 늘지 않아
내수는 못살리고 환율·가계부채·집값 불안 커져
한은 성장률 전망치 내년 1.9%, 2026년 1.8%
윤정부 경제정책 실패로 저성장 굳어질 가능성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내년과 내후년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수 부진은 개선될 기미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그나마 이를 채워주던 수출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한은은 경기 진작에 목을 멘 정부 여당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해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하했다. 한은의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금융시장과 전문가들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어렵사리 진정 국면에 들어간 가계부채 증가나 물가 상승을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데 효과가 있을 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저성장 기조가 아예 만성화되다시피 한 데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리스크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의 가장 직접적인 기대효과인 내수 진작도 환율 상승과 높은 생활 물가를 고려하면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p 내렸다. 지난달 0.25%p 낮춘 데 이어 두 달 연속 인하다. 한은은 이와 함께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8월보다 0.2%p 낮춘 2.2%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1.9%로 낮췄다. 2026년 성장률도 1.8%로 예상했다. 이런 전망치는 한은이 추산한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수치여서 우리나라에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금통위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한 배경에는 경기 진작이 필요하다는 정부 여당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한은은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 이후에도 추가 금리인하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실제로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결과 브리핑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4.50∼4.75%)과의 금리 차이는 1.50%p에서 1.75%p로 확대됐다. 원화의 기준금리가 기축통화인 미국 금리와 격차가 커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자금이 빠져나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와 환율 상승, 가계부채 불안 등 많은 우려에도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경기 침체와 저성장에 대한 걱정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이 –0.2%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정부와 한은은 지난 1분기 이례적 성장(1.3%)의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3분기 성장률도 0.1%에 그쳐 반등은커녕 한은 전망치(0.5%)에 크게 못미쳤다.
여기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우리 경제에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취임 이전인데도 이미 관세 인상과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공약 이행이 본격화 하면 수출 증가세 둔화, 달러 강세-원화 약세, 원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이 불보듯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라도 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주장을 한은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속된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 진작 등 긍정적 효과보다 환율 불안 등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미 대선 후 미 물가·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지난 13일 장중 1410원 선을 넘어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크게 내리지 않고 14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고환율 상태가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원론적으로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연동해서 금융기관 대출금리가 떨어지고,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금융기관 대출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석 달 연속 상승했다. 예금은행의 10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55%로 전월(4.23%)보다 0.32%p 올랐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풀리는 돈이 많아져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높아진다. 정부와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우려는 없다고 강조한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1.9%로 내렸다. 하지만 경제 지표상 물가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생활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어렵사리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도 언제 다시 자극을 받을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