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자 감세 매진하다 양극화 해소? 소가 웃을 일!
“임기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하겠다”
대기업과 부자 챙기다가 돌연 딴소리
윤 정부 들어 더 커진 자산·소득 불평등
행동과 말이 따로 노는 인지 부조화
4대 개혁도 말뿐…오히려 개혁 방해
윤석열 대통령이 양극화 타개를 임기 후반기 과제로 삼겠다고 한다. 느닷없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집권하자마자 법인세를 내리고 부동산과 주식 부자 세금을 깎아주고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자산과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장본인이 바로 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양극화 타개가 그동안 국정 운영을 잘못했으니 이제 기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라면 모를까 기존 정책을 고수하면서 양극화도 해소하겠다는 건 모순이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왼쪽으로 가겠다는 격이다.
양극화 심화시켜놓고 양극화 타개하겠다고?
윤 대통령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또 양극화 타개를 외쳤다. “임기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 국가 발전에 동참하도록 할 것이다. 민생과 경제의 활력을 반드시 되살려 새로운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 양극화 타개를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이날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완강하게 반대했던 기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다. 이날은 임기 절반을 끝내고 후반기를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윤 대통령은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과 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내년 초 양극화 해소 종합 대책을 직접 발표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복지 예산 줄이고 양극화 해소하겠다는 자가당착
윤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정말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양극화를 타개할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양극화 해소와는 반대되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현재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도 양극화 해소가 쉽지 않은 이유다. 자산이 없고 소득이 낮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면 막대한 정부 예산이 필요하다. 경기 침체와 감세 정책이 겹치면서 작년에만 56조 원의 세수 펑크가 났다. 올해도 30조 원 가까이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며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행태도 양극화 타개와는 거리가 멀다. 세수가 줄어 나라 곳간이 비자 정부는 복지와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갑자기 정부 지원이 끊이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줄이지 않았던 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 대폭 깎았다. 과학계와 이공계의 반발에 내년 R&D 예산은 복원했으나 기술 인재들이 이탈하는 등 그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으로 일관하던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는 방향을 정반대로 돌리겠다니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고물가·고금리에 부자 감세로 자산·소득 격차 커져
윤석열 정부 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 현실을 국민들은 체감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2년 이상 이어지면서 대다수 서민은 실질 소득이 확 줄어든 반면 부자들은 감세 혜택을 누리면서 자산과 소득이 증가했다.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행정자료를 활용한 2023년 주택소유 통계’를 보면 가구가 소유한 집값 격차가 40배가 넘었다. 자산 가액 기준 상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가액은 12억 5500만 원으로 하위 10%의 3100만 원의 40.5배에 달했다. 또 상위 10% 가구는 주택을 2.37채 보유했으나 하위 10%은 0.98채로 1채가 안 됐다. 상위 10%가 2.4배 많은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보유한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자산 양극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통계치라고 할 수 있다.
서울과 지방 등 지역별 주택 가격이 벌어지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다주택자 보유세와 양도세를 내리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 부자를 위한 정책에 집중하며 주택 가격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결국 양극화를 타개하려면 기존 정책과 상반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주문처럼 외치는 ‘4대 개혁’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
임금 근로자의 소득 양극화도 더 심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174만 8000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4만 8000원으로 1년 전보다 9만 1000원 늘어난 데 비해 정규직 근로자는 379만 6000원으로 17만 3000원 증가했다.
소득 계층별 근로소득 역시 상위 20%인 5분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늘어나는 동안 하위 20%인 1분위는 오히려 7.5% 줄었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근로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으로 하위 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 재정 상태나 정부나 여당의 인식 수준을 고려하면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입만 열면 의료, 교육, 노동, 연금 등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4대 개혁 역시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고 말 뿐이다.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의료대란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를 배척하고 탄압하는 것을 노동 개혁이라고 한다.
연금개혁은 공론화를 통해 시민들이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했는데도 재정 안정화에만 방점을 둔 방안을 던져 놓고 국회 탓만 하고 있다. 교육개혁도 구체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양극화 해소나 4대 개혁이 성과를 내려면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정 지지율이 20% 안팎을 맴도는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