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구 또 무죄…오세훈 부인 강의실 취재 '정당하다'

항소심 재판부도 "주거 침입이라 볼 수 없어"

"강의실 문 앞에서 노크하고 취재 목적 밝혀"

대학교 관계자 "외부인 방문 시 자유 출입해"

강진구 "취재 자유…검찰 무리하게 권력 남용"

한동훈 자택 '주거 침입' 재판에도 영향줄 듯

2024-11-15     김시몬 뉴탐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인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의 연습실을 취재한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강진구 기자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4.11.14. TV조선 갈무리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인 송현옥 교수(세종대 영화예술학과)의 강의실을 취재한 이유로 무단침입을 했다고 재판에 넘겨진 시민언론 뉴탐사 강진구 기자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장찬)는 14일 세종대 강의실 무단침입 혐의로 기소된 강 기자에 대해 "원심의 판결이 타당하다"며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거 침입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의 형태와 용도, 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 통제 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자의 신분으로 취재를 위해 방문했고, 열려있는 강의실 문 앞에서 노크를 하고 취재 목적을 밝혔다"며 "약 4분 만에 나온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주거의 사실상 평온 상태를 침해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실제 취재 당시 강의실에는 오 시장의 부인도 없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해당 대학 1층 민원 안내실 사실조회 결과를 소개하며 "외부인 방문 시 방명록이나 출입자 등을 기재하지 않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교도소 출입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들어 "하자 있는 (출입) 허락이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강 기자의 경우에는 출입을 허락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주거 평온상태가 침해됐더라도, 취재 목적으로 짧은 시간 방문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강 기자는 무죄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모든 기자의 취재의 자유를 주거침입이라는 범죄로 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것"이라며 "검찰이 무리하게 권력을 남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무죄 판결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당 대표)을 취재하다 주거침입 혐의와 스토킹으로 기소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강 기자는 2022년 5월 26일 오세훈 시장의 부인 송현옥 교수가 운영하는 극단 '물결'의 단원들이 학생들을 위한 시설인 세종대 연극연습실을 사적으로 이용한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 취재를 했다. 당시 제보는 대학원생들이 상업 연극의 배우·스텝으로 참여하고 있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강 기자는 취재 내용을 토대로 '공정한 청년 서울공약'을 내세운 오 시장 가족의 '청년 갑질 의혹'과 오 시장 딸의 '엄마 찬스'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했다.

이후 송 교수는 2022년 6월과 7월 강 기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건조물침입,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판단했으나, 방실침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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