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게이트' 중대 기로…뇌관 제거? 촛불항쟁 폭발?
두 달 동안 말 맞추기, 증거 인멸…기다려 준 검찰
경선 조작, 공천 거래, 국정 농단 진실 덮으려는 수순
중대한 고비로 향하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위기
공멸의 위기 속 재결집하며 희생양 찾는 보수우파
민주노총 탄압과 이재명 유죄 판결 사법부 압박 중
광화문 장악한 태극기부대도 우파가 준비한 무기
다시 거대한 촛불의 바다가 윤석열 정권 삼킬까?
최근 진행 상황을 보자면 명태균 씨는 윤석열 세력과 모종의 거래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 극우 유튜브의 단골 출연자이며 윤석열의 열혈 지지자인 김소연 씨가 명태균의 변호사로 나선 게 그 증거이다. 검찰은 명태균과 윤석열 세력의 거래와 말 맞추기, 증거 인멸이 끝날 때까지 거의 두 달 가까이 충분히 기다렸다가 명태균을 소환하는 속셈이 뻔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중간에 보여주기식 압수수색 시늉은 있었다. 하지만 그 압수수색들에서는 마치 미리 설계된 것처럼 ‘핵심 증거들이 찾아지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명태균은 이번에 검찰에 출석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그동안의 윤석열 세력을 향한 '나를 건들지 말아달라. 그러면 나도 입을 닫겠다’라는 공개적인 시위와 언론 플레이를 중단했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민에게 죄송하다'라고 하더니 이튿날은 '언론이 문제'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마지막 날은 모순을 지적하며 캐묻는 기자와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정신 차려라"라고 고함을 치고 윽박지르며 '고발하겠다'라고 협박하는 안하무인의 태도까지 보였다.
즉, 윤석열 세력과 정치검찰은 명태균을 적당한 선에서 봐주거나 약하게 처벌할 것을 약속했고, 명태균은 그것을 믿고 입을 닫으려는 것 같다. 사실 이 사태의 출발은 처음부터 명태균의 양심고백으로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친한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자랑하다가 (의식적?) 실수로 흘린 정보를 뉴스토마토가 낚아채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 전에 윤석열-김건희-김영선-명태균으로 이어지는 여론 조작, 선거 부정, 공천 거래, 국정 농단의 주역들은 서로 협력하고 충성하며 문제를 덮어오다가 총선에서 김영선이 공천 탈락하면서 갈등이 불거졌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꼬리 잘리고 제물로 바쳐지게 된 억울한 처지의 말단 실무자 강혜경 씨는 뉴스토마토의 보도를 계기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명태균도 생존 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명태균 게이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김건희, 이준석, 김영선, 김종인 등이 엮인 온갖 추악하고 충격적인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윤석열 측이 명태균의 입을 막고 이 사건에 관련된 다른 '공범'들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들을 풀어나가면서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려고 매달리면서 두 달이 지나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명태균도, 이준석도, 김종인도, 김영선도, 홍준표도 모두 자기만 살려고 남에게는 불리하고 자기에게는 유리한 정보만 흘리며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거래를 시도하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여기서 유일하게 자기 몫의 책임을 받아들이며 감옥 갈 각오로 진실을 말하는 공익제보자는 강혜경 씨였다. 강혜경 씨는 '지난 대선에서 조작이 있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또 대선 조작과 공천 거래의 핵심을 파고드는 뉴스토마토의 노력도 칭찬받을 만하다. 뉴스토마토는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준석도 감싸지 않았고 "이준석과 너무나도 가까웠던 모 인사는 ‘이준석이 주범’이라고까지 단언했습니다. … 보수의 희망으로 불렸던 젊은 정치인 '이준석'은 '괴물'이 되어 버렸습니다”라고 직격했다.
사실 뉴스토마토는 이준석에 우호적이던 수많은 언론 중의 하나였지만 적어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 지금 드러나고 있듯이 젠더 갈라치기 등 혐오정치를 통해 출세한 이준석은 단지 윤석열을 앞세운 '양두구육' 사기극만이 아니라 선거 조작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현재 이준석은 '명태균 게이트'의 파괴력을 줄이기 위해 필사적이다.
물론 '명태균 게이트'는 더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기득권 우파와 특권 카르텔은 2016년 촛불을 거치며 심각한 위기와 분열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다시 부활하고 재결집하기 시작했다. 윤석열과 정치검찰, 국민의힘의 전통적 우파, 이준석과 새로운 우파들이라는 크게 세 가지 그룹이 힘을 모았다.
결국 이들은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키며 권력 탈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화학적 결합에 성공하지 못했고 곧바로 치열한 권력 다툼에 빠져들었다. '윤핵관'과 권력 다툼 끝에 이준석은 탈당했고, 정치검찰들의 두목과 부두목이던 윤석열과 한동훈도 갈라서고 있다. 이런 갈등과 분열은 '명태균 게이트'가 폭발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된 발판이 됐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권은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지금 정치적 상황은 중대한 고비로 향하고 있다. 뉴스토마토에서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조작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대한 특종을 보도한 그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막장에 가까운 기자회견은 사람들을 더 분노하게 했지만, 적어도 시선 돌리기에는 성공하며 우파의 중핵을 결집하고 있다.
기자회견 이후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과 충돌을 중단하고 야당에 대한 공격으로 돌아섰고, 명태균은 검찰 출석하면서 태도가 돌변했고, 이준석은 입을 닫고 해외 출장을 떠났고, 지난 주말에 반윤석열 촛불집회에서 경찰은 폭력적 대응을 하며 민주노총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공멸의 위기의식 속에서 우파가 결집하면서 희생양을 찾고 있다.
지난 주말에 윤석열 정부 경찰의 계산과 전략은 분명해 보였다. 친윤석열 극우 세력들이 동원한 광화문 '태극기집회'는 넓은 공간에서 여유 있게 진행됐다. 10만여 명이 참여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에 3~5만여 명이 의자까지 깔고 집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충분히 보장해 줬다.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가 대비되면서 서로 대립, 충돌하도록 방치했다.
반면, 경찰은 야당과 민주노총 등이 주도한 숭례문 반윤석열 '촛불집회'는 철저히 차단했다. 여기서는 거꾸로 5만여 명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에 15~20만여 명을 욱여넣었다. 끝없이 지하철역에서 밀려 나오던 사람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거나 흩어졌다. 올해 경찰의 집회 대응 예산과 진압 장비, 기동대 병력을 대폭 확대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었던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방패와 몽둥이로 무장한 경찰 기동대들은 '집회 신고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라는 핑계로 민주노총 대열을 향해 돌진하며 물리적 충돌을 유도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 명이 부상하고, 10여 명이 연행됐지만, 정부와 언론은 모든 책임을 민주노총에 뒤집어씌우며 '민주노총은 폭력 집단이고, 함께 집회하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 사법처리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정권 퇴진 국민투표’ 참가를 독려한 전교조, 공무원노조 지도부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고한 상황이었고 '촛불행동'에 대한 압수수색도 강행했다. 이것은 2015년에 박근혜 정부가 ‘민중총궐기 폭력 집회’를 핑계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려던 때와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한상균 위원장은 경찰력 투입을 피해 조계사로 대피해야 했다.
당시에 '민중총궐기' 집회에서는 경찰 폭력과 물대포 진압으로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었지만, 정부와 주류언론은 적반하장으로 ‘민주노총 폭력 집단’만 되풀이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과 같은 경찰의 집회 차단과 방해를 뚫고 더 많은 시민의 참가를 보장할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물리적 충돌로 경찰을 밀어내야 한다는 단순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08년 촛불 때도, 2016년 촛불 때도 초반에 일부에서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회피하는 지도부 때문에 망하고 있다'라는 식의 주장들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훨씬 복잡하고 치밀한 분석과 판단, 전략이 필요했다. 2016년에 결국 경찰을 밀어낸 것은 거리로 쏟아진 어마어마한 촛불 시민들이었다. 전국의 경찰력을 총동원해도 막을 수 없는 규모였다.
결국 경찰은 대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윤석열의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대한 대중항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말지를 판가름할 고비의 순간이다. 그래서 정부와 경찰도 사활적이다. 다만 그때와 다른 2가지 변수가 있다. 하나는 태극기부대다. 국가기구의 폭력에 의존하던 극우가 아스팔트로 나간 태극기부대는 노무현 정권 중반기부터 등장했다.
이들이 지금처럼 주말마다 집회하면서 광화문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박근혜 탄핵 인용 이후였다. 이런 패턴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매주 집회하며 발전해 나갔다. 특히 ‘조국 사태’가 변곡점이었다. '문재인 사형, 이재명 구속'을 외치는 태극기부대가 촛불집회의 대항 집회를 하며 광화문을 장악한 상황은 ‘탄핵을 두 번 당할 수는 없다’라며 우파가 준비한 무기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소위 ‘야당의 사법리스크’다. 당장 이번 주에 이재명 대표가 받는 11개 혐의 4개 재판 중에 하나의 판결이 있다. 국민의힘과 족벌언론과 종편 방송들은 '유죄가 분명하다'라며 사법부에 대한 기대와 압박에 총력 집중하고 있다. 유죄가 나오면 '윤석열이 싫다고 범죄자, 사기꾼이 이끄는 야당과 함께할 것이냐'라며 촛불시민을 갈라치기 할 것이 뻔하다.
이것을 지금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게 한동훈이다. 한동훈은 반윤석열 촛불집회를 '이재명 방탄 집회'로 매도하며 “범죄 세력에 나라가 넘어가는 것을 막자”라며 우파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바로 이런 목적을 위해 몇 년 전부터 검찰정권이 거대언론, 법조기자들과 손잡고 끝없는 압수수색, 표적 수사와 억지 기소로 쌓아온 프레임은 쉽게 깨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런 상위 프레임은 '민주노총은 간첩의 소굴이고, 진보당은 내란음모를 꾸민 종북인데 민주당은 그들의 숙주 노릇을 하고 있다'라는 하위 프레임과 연결돼 있다. 게다가 반윤석열 진영 내부에서 일부 지식인과 단체들은 또다시 '윤석열을 끌어내려도 결국 민주당이 되면 똑같다'라는 기계적 양비론을 펴고 있다. '우리가 힘을 모으고 싸워도 소용없다'라는 허무주의다.
이 모든 변수와 걸림돌들을 넘어서 우리는 2016년 촛불의 바다를 다시 더 거대하게 되살려내서 윤석열 정부와 기득권 우파들을 삼켜버리며 더 근본적인 사회 변화와 진보를 위한 결정적 국면을 열어낼 수 있을까? 2016년 촛불의 바다에서 우리가 함께 꾸었던 꿈을 기억하는 이들의 결심과 행동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