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 영풍에 주주대표소송 건 소액주주들

석포제련소 환경법 위반…거액의 손실 발생

장형진 회장 등 대표이사들 손해 배상 책임

장기간 환경 오염 문제 제기됐는데도 방치

기업 환경 문제로 이사들 책임 묻는 첫 사례

2024-11-11     장박원 에디터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등 소액주주들이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풍 장형진 회장 등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환경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280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하는 등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혀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이번 소송은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환경 문제와 관련해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첫 사례 될 것이라고 경제개혁연대는 강조했다.

 

영풍석포제련소 아연 주조공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제개혁연대 "영풍 이사 5명 환경법 위반 책임"

원고 측인 소액주주들은 상법이 정한 대표소송 절차에 따라 지난달 7일 영풍 감사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 응할 수 없다며 거부함에 따라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은 지배주주인 장형진 회장과 최창걸 전 고려아연 회장을 포함해 이 사건의 법령위반 기간에 이사로 재직했던 이강인, 박영민, 배상윤 대표이사 등 5명이다.

장 회장은 영풍그룹의 총수로 회사의 최대 주주이자 40년 넘게 회사에 근무하면서 2015년 3월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퇴임 후에도 그룹 회장 명칭을 사용하며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강인과 박영민, 배상윤은 위법행위 기간 중 회사의 대표이사 등으로 회사 운영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최 전 회장은 2015년까지 비상근이사로 재임했고 수십 년 동안 동업 관계에 있던 고려아연 회장으로서 이 사건 행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지위에 있었다.

석포제련소 오염수 배출 등 여러 차례 환경법 위반

이번 소송의 빌미가 된 사건은 석포제련소 아연 제조공장에서 발생하는 중금속 발암물질 카드뮴 오염수를 수년간 토양과 지하수를 통해 낙동강에 불법 배출한 행위에 대해 환경부가 과징금 280억 원을 부과한 것에서 비롯됐다. 환경단체들은 2014년부터 석포제련소를 낙동강 상류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환경부는 2019년 4월 석포제련소를 특별점검했다. 그 결과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 초과 등 11건의 법령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석포제련소 부지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 원인과 유출 여부를 조사해 카드뮴 등 중금속이 공장 외부로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20년 11월 개정한 ‘환경 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첫 과징금을 영풍에 부과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의 오염수 불법 배출 등 환경법 위반은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0월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석포제련소의 환경법령 위반 사례는 대기 관련 30건, 수질 관련 24건, 폐기물 관련 5건, 화학물질 관련 1건, 토양오염 관련 3건 등 모두 70건에 달한다. 이 중 20건이 고발됐다.

대구지방검찰청은 2015년부터 영풍이 제련과정에서 발생한 중금속 오염수를 낙동강에 고의로 유출한 혐의(환경범죄단속법, 물환경보전법 등 위반)로 2022년 2월 임직원 7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2019년 오염수 무단 배출과 관련해 경상북도의 2개월 조업정지 처분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장기간에 걸친 환경법 위반 사례가 발생한 건 우연이 아닌 회사 차원의 계획된 범행이라 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경영진이 아무런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고 이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임무해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0일 영풍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영풍석포제련소 운영 중단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20. 연합뉴스

환경법 위반 반복되는데도 내부통제 가동 안 돼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은 영풍의 잘못된 경영 관행에 책임을 물어 회사 스스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은밀하게 이루어져 불특정 다수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기업 환경 범죄에는 이익보다는 큰 손해배상 책임이 따른다는 선례를 남기려는 목적도 있다. 김우찬 소장은 “이사는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며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다면 회사에 손해배상을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번 소송을 통해 영풍과 다른 기업들의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영풍 이사들의 책임을 입증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최근 유니온스틸(현 동국제강)과 대우건설 주주대표소송에서 이사가 담합 등 위법행위를 몰랐다거나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이사의 감시·감독 의무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적절한 작동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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